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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16 12:56:48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진화타겁 ⑤ 철벽불굴(鐵壁不屈)
조휴가 이끈 중로군이 퇴각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오에겐 좋지 않았습니다. 강릉이나 유수구 둘 다 상당히 힘든 지역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남군 강릉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못했죠.

원군인 손성이 격퇴당하고 강릉 외곽의 방어거점들이 위군 손에 넘어가거나 파괴당한 상황이었고, 공안에 주둔중이던 제갈근과 양찬은 주연을 구원하려고 장강을 넘어가려다 하후상의 기습에 의해 격파당해 반장마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거기에 형주 공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비마저도 완성에서 조진과 하후상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조진과 하후상은 군사를 나누고 따로따로 나아갑니다. 조진이 강릉성을 공격하고, 하후상은 선봉의 3만 군사를 거느리고 도강해오는 오의 구원군을 막기로 한 것이죠. 장합 역시 별도로 유격대를 이끌고 직접 장강 인근에 있는 오군의 방어거점들을 하나씩 공격해 함락시킵니다. 강릉성을 고립시켜 고사시키기 위함이었죠. 이러한 작전은 성공을 거두어, 강릉성 내부의 상황은 상당히 악화되어 갑니다. 강릉성 내부의 군민들 사이에는 전염병이 돌아 전투에 나설수 있는 병력은 5천명 가량 뿐인데다, 식량마저도 떨어져가고 있었고, 조진의 체계적인 공성작전에 의해서 강릉성 내의 오군 피해는 점차 누적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연의에서 제갈량에게 농락당한 조진입니다. 정사에서 역시 약간 그런면이 보이긴 하지만, 조진은 제갈량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인 작전, 즉 제갈량이 걸어오는 전투를 무시하고 적의 빈곳을 찌르는 방법을 썼죠. 이러한 조진의 전략은 이후 사마의 역시 충실히 따르게 됩니다.)



반장의 성격이 오만하고 난폭했고, 탐욕이 심해 전투가 없으면 군대의 시장을 세웠으며 부하들 중 부유한 사람이 있으면 재물을 강탈하거나 심하면 죽여서 재산을 빼앗았습니다. 이러한 반장의 행패를 보고 감사관이 손권에게 죄주라고 요청했지만 손권은 공이 많다 해서 그를 벌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장에 있어서 반장은 호전적이긴 했지만 진퇴가 분명했습니다. 반장은 주연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강릉성이 단시간 내에 위군에게 함락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제갈근처럼 무리하게 도강하지 않고, 자신이 있는 지역을 지키고 휘하 부하들에게도 일체 나아가 싸우지 못하도록 합니다.

반장 : 지금 강물이 얕고 적군은 많으니 함부로 나가 싸우는 것은 적이 원하는 일이다.

다시 강릉성으로 돌아가 보죠.

강릉성은 내부적으로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성 내에 전염병이 돌아 전투에 나설 인원은 5천에 불과했고 군량마저도 떨어져가는 상황인데다 장합에 의해 성의 외부 방어 거점들이 몽땅 위군 손에 넘어가거나 파괴된 상황이었습니다. 조진은 토산을 만들어 성을 공격하고 땅굴을 파서 성벽을 무너뜨리려고 했으며 성벽 가까이 누대를 만들어 성벽 위의 병력에게 피해를 주는 등 공성전략을 사용합니다. 조진의 공성전략에 오군은 피해를 입었고, 거기다 군량마저도 떨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릉성을 지키던 주연과 한당은 강릉성의 군사들을 격려해가며 위군의 공격을 막아내갑니다. 조진 역시도 이러한 강력한 강릉성의 방어력에 진저리를 쳤죠.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이러한 강릉성의 방어력을 구축한 사람은 다름아닌 관우였습니다. 남군전투 당시 이릉을 비롯한 방어거점들이 오군에게 점령당하면서 강릉성의 조인이 1년간 버텼지만 악전고투를 치렀다는 것을 보아 잘 알고 있었던 관우는 강릉성의 방어력을 강화시켰고, 조진의 공격에도 거뜬히 버텨냈죠. 실제로 미방이 강릉성을 오군에게 낼름 넘겨주지 않고 관우군이 돌아올때까지 버텼다면 형주 공방전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겠죠.

한당이 강릉성의 남동을 맡아 잘막아내고 있는 사이, 주연은 위군의 공성을 막아내면서 때때로 역습을 가해 위군의 진영과 공성병기들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강릉성에서의 전투는 222년 정월을 넘어 여름철인 7월까지 이어지죠. 위군도 힘들었지만 6개월간 포위당하면서 강릉성 내부 상황은 처참할 지경이었습니다. 부상자는 속출했고 전염병 마저 만연한데다 덮친격으로 군량마저 바닥나 성안의 사람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이죠.

주연의 부장으로 강릉성 북문을 수비하던 강릉현령 요태는 상황이 악화되어가자 슬몃 생각을 바꿉니다. 그는 위군에게 항복하기로 결정하고 그가 맡은 강릉성 북문을 열어주고 성내에서 반란을 일으키기로 하죠. 그리고 이것을 결행하려고 할 때, 요태의 반란 계획이 누설되어 주연이 알아버리고, 주연은 요태를 비롯한 반란자 일파를 붙잡아 처형합니다. 공성전략이 먹히지 않자 내부 반란까지 이용하려던 조진은 자신의 계획이 좌절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됩니다.

위가 형주를 차지하려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형주를 차지해 촉과 오가 다시는 연결되지 못하도록 저지하면서 촉과 오를 각개격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남군을 장악하고 그 남군을 기반으로 형남 지역으로 나아가려고 했죠. 위가 오계 만이들과 연합하려 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릉대전에서 패하면서 오계만이는 당분간 운신하기 어려웠고, 형남에 주둔중인 오군의 병력은 이에 따라서 각 지역을 쉬하는 최소 병력만 남겨두고 반장 아래서 위군을 저지하는 데 투입되었던 모양입니다. 즉, 반장이 이끄는 오군이 전멸하면 형남은 위군에게 떨어질 수 있었죠. 하후상은 제갈근과 양찬을 격파한 이후, 반장마저 격멸하면 남군은 위 손에 들어갈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조진과 따로 나와 공안과 장강 이남을 공략하려 했죠. 하지만 하후상군은 도강할 수단이 적었고, 장강 이남의 오군의 세력 역시 무시하고 도강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군이 도강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오군을 격파하고 선박을 빼앗거나 불태우는 방식을 사용했죠. 제갈근과 양찬은 이러한 하후상의 전략에 말려들었지만 반장은 일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후상은 이러한 반장의 움직임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먼저 움직이기로 결정하고 강에 부교를 설치합니다. 3만의 병력을 한번에 도강시킬 정도로 선단이나 선박이 없었던 하후상은 부교로 강을 건너기로 결정하죠, 그러나 이것은 반장이 기다리고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하후상의 부교 도하를 보고받은 완성의 조비와 아래 신하들은 하후상의 전략에 찬동했지만 한 사람만은 하후상의 부교도하 계획을 극력히 반대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시중으로 있던 동소였습니다.



동소는 중로군 조휴의 속전과 도강을 지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하후상이 부교를 놓아 도강하겠다는 주장에 조비에게 상소를 올리죠.

동소 : 평평한 땅에는 험난한 것이 없으나 용병에는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적진에 깊이 들어갔다 해도 돌아오는 길은 편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군이 장강 위의 섬에 주둔하는 것은 물로 둘러싸인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부교로 건너려는 것은 위험하니 이것은 하나의 길로 들어가는 협소한 일입니다. 이것은 병가에서 극히 기피하는 일입니다. 적이 부교를 공격하고 만일 패해 실수가 있다면 섬에 있는 병사는 오군 손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곧 폭우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게되면 탈출하려 해도 나갈수 없습니다.

조비는 동소의 상소를 받자마자 하후상에게 바로 빠져나오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위군이 부교를 설치했다는 소식을 들은 반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백척의 뗏목을 만들고 뗏목에 마른 억새풀과 기타 인화물질을 실어 부교를 한꺼번에 태워버릴 준비를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하후상이 바로 부교를 놓아두고 강릉으로 빠져나갔고, 후군이 정체되었고 빠져나가지 못한 상황에서 반장이 이 뒤를 기습합니다. 그 결과 후위의 기병들 중 귀환한 이는  장군 석건과 고천 둘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위군이 모두 퇴각한지 열흘만에 갑자기 강물이 불어 섬이 강물에 의해 침수되죠.

반장군을 격파하고 남군을 남북으로 포위해 고사시키려는 전략이 좌절되고, 강릉성은 위군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함락될 여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안그래도 강릉성 내에 떠돌던 전염병이 성 밖의 위군에도 퍼질 기미를 보이자 결국 조진과 하후상은 강릉에서 병력을 철군합니다. 서로군까지도 원래 임무에 실패하고 결국 철군한 것이죠. 이 소식을 들은 손권은 주연을 정북장군 영안후에서 당양후로 바꾸어 승진시킵니다.

자 이제 조인이 이끄는 동로군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동로군은 오히려 더 위험했습니다. 오와 양주 지역 상황에 밝은 장제가 참모로서 조인을 수행하고 있었고, 조인은 백전의 맹장인데다 전략전술에도 능했죠. 거기다 유수구가 돌파될 경우, 단양-건업이 그대로 위군 손에 떨어져 오의 중심지역인 오군과 회계군이 위 손에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47세의 장년의 장수였지만 반란 진압에만 나서 국가간 전쟁에 대해 검증 받지 못한 주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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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13/02/16 13:04
수정 아이콘
이맘때의 오와 위의 전투를 보면, 손자병법의 구절이 정말 절절히 들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리의 중요성은 강조함에 있어서 지나침이 없어요.
Je ne sais quoi
13/02/16 15:4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3/02/16 15:51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
기시감
13/02/16 19:37
수정 아이콘
하후상이 그 네크로필리아(?)였던 사람 맞나요?

부교 만들었다가 털린 건 알고 있었는데 코에이 삼국지 게임상에서 능력치가 후반부 인물치고 나쁘진 않은걸 보면 뭔가 다른 승리한 전공이 있나보군요.
후추통
13/02/16 20:40
수정 아이콘
하후상이 네크로필리아가 된건 조비때문이죠. 하후상은 조비 일족의 여성을 본처로 맞아들였는데 이 본처를 두고 첩을 총애하다 조비가 사람을 보내 하후상의 애첩을 죽여버리죠. 연의에서 하후상은 그저그렇지만, 정사에서는 조창을 수행해 전예와 함께 대군 오환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했고, 한중 공방전 당시 후방보급기지인 장안을 지켰습니다. 이후 상용과 신성을 함락시키고 유봉을 쫓아냈고 이후로도 이 지역세 촉군을 몰아내는 등 상당한 능력자였습니다. 하후상은 위의 형주전선을 지키던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이 죽고 비게 된 남양군과 신성군을 지킨 사람은 사마의였습니다.
기시감
13/02/16 21:15
수정 아이콘
역시 연의의 문제였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_ _)
엘에스디
13/02/17 07:41
수정 아이콘
음? o_o 카드가 동소가 아니라 동승 카드인 것 같은데요?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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