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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21 10:03:52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외전) 불씨
Siriuslee님께서 "유비가 만약에 이릉에서 육손을 격파하고 강릉 및 형주 남군을 확보 했다면 거기에서 오와 강화를 맺고 전쟁을 멈췄을겁니다"라고 댓글에서 언급하셨죠. 남양의 위군을 생각하면 당연히 남군을 확보했다면 전쟁을 멈췄을테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당시 남양의 위군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하후상이었습니다. 220년 상용과 신성을 지키던 맹달이 유봉과의 갈등과 관우 구원 문제로 인해 위로 항복한 이후, 하후상은 그 일대에서 남은 촉을 지지하던 호족들이나 패잔병들을 토벌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남양군 역시 번성전투로 인한 뒷수습을 하는데 정신이 없었죠. 거기다 조조 사후의 계승권 문제와 선양 이후의 혼란상, 그리고 일부 지역을 반란을 토벌하느라 위 역시 정신이 없었구요.

조조가 죽고 조비가 위왕을 이어받은 직후에 서량 지방의 주천군과 장액군에서는 황화와 장진이 주천과 장액의 태수를 억류하고 반란을 일으켰고, 221년 5월에는 220년에 항복했던 정감이라는 자가 다시 반란을 일으키자 조인을 파견했죠. 거기다 한창 이릉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는 위의 경제력을 책임지고 있던 기주 지역에서 병충해가 극심해 관의 창고를 열어 주민들을 구제해야 할 정도였죠. 이 상황에서 당장 군사를 일으키기란 어려웠죠.

유비 역시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하후상이 남하하거나 조비가 내려올 경우를 대비해서 황권에게 수군을 맡겨 위의 남하를 방비하도록 했습니다. 만일 위군이 후방을 공격할 경우 수군으로 막겠다는 의도였죠.

이릉에서 육손을 격파하고 남군을 차지했다고 해서 촉군이 진격을 멈췄을까요?

일단 이것을 저에게 물으신다면, 저는 NO! 라고 대답할 겁니다.

이릉대전 격발 원인을 말하는게 칠종칠금부터 시작해서 몇번이 되는지는 잊어버렸습니다만(아무래도 이후로도 계속 말 할거 같네요.)이릉대전이 관우의 사망만으로 일어난 전쟁은 아닙니다. 형주의 위치 역시 이후 제갈량의 북진을 본다면 중요하긴 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이후의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일단 다음 사람들을 살펴보죠.

유장, 유천, 옹개, 주태.

먼저 주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주태는 당시 오의 북방 전진기지이자 수비기지였던 유수오의 사령관인 유수독으로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관우가 죽은 뒤에 손권은 주태에게 분위장군 한중태수였습니다. 주태전에는 아예 "손권이 관우를 공격하고 진격하여 촉을 도모하고자 하여" 라는 구절이 존재합니다. 당시 한중은 촉의 영역이었고, 유비는 위연을 한중태수로 임명해 위군을 방비하게 합니다.

유장과 유천은 부자지간으로서 유장은 유비가 들어오기 전에 호족들을 억누르며 아버지인 유언을 이어 익주를 통치하고 있었죠. 유장의 경우 호족들과 익주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인사들이 점차 유비에게 투항하면서 익주목을 유비에게 내줘야 했고, 이후 공안으로 옮겨갔다가 오가 형주를 탈취하자 오에 항복합니다. 손권인 이러한 유장을 다시 익주목으로 삼아 형주 남군 자귀로 보냅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유장이 사망한 이후, 아들인 유천을 익주자사로 삼고 교주와 남중의 경계에 배치하죠.

유천을 교주와 남중의 경계에 배치한 것은 다름아닌 옹개를 지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옹개는 남중의 반촉친오 성향을 가진 대성과 이수 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손권은 사섭을 통해 그를 회유했으며,  그를 영창태수로 임명했고, 유천을 보내 그를 지원하게 했죠.

이 네사람을 살펴보면 손권은 엄연히 "촉을 멸망시켜 오로 편입시키겠다"라는 의도였습니다. 이릉대전의 격발 원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비가 형주 남군만 집어먹고 화평한다? 유비는 그걸 원하지도 않았고 설령 원했어도 손권이 받아들이질 않았을 겁니다.

상수를 기점으로 형주를 동서로 분할 영유하기로 했을때 손권 역시 이것을 동의했고, 남군의 대여권을 영구 영유로 바꾼 것을 받아들인 것 역시 손권이었습니다. 동맹관계 파토내고 위에 굴종하면서 형주를 집어먹었는데 과연 손권이 그 땅을 다시 토해낼까요?

당시에 촉과 오는 "니가 죽던가 아니면 내가 죽던가"였고, 주력을 이끌던 장수들이 많이 죽은 상황에서 전력공백이 심한 오는 위에 굴종하면서까지 촉을 막으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위 역시 내부 정리중이라 그쪽으로 신경쓸 틈도 없었고, 막아줄 생각조차 없었죠.

조비 입장에서는 촉이 오를 집어먹든 오가 촉을 집어먹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오래 싸우면 싸울수록 저들은 약해지고, 서로 전력이 고갈되면 그때쯤 나서서 모두 아작내버릴수 있다고 본 것이었죠.

손권은 모르곘습니다만, 유비는 조비의 그런 생각을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촉의 주력인 조운이나 위연이 익주 관내에 남아있었고, 제갈량 역시도 관내에 남아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오쪽은 전력을 다해서 촉을 막아야만 했습니다.


뱀발1. 아 이릉대전 지긋지긋하다 ㅠㅠ
뱀발2. 눈시님의 이번 글 보니...저도 그쪽으로 하나 써볼까요?흐흐흐..2차 선전포고를 날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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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3/01/21 10:17
수정 아이콘
상호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눈시의 땅을 침범하는 후추통, 북쪽의 냄새나는 똥맨들의 남침에 함께 맞서 싸우던 한때의 동맹의 서약은 난세의 자게에선 한낱 미봉일 뿐이었던 것이니.. 역덕대전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여전히 강건한 똥맨들은 어찌 될 것인가.. 과연 자게의 패권의 향방은?

이기는 분이 우리편
후추통
13/01/21 10:34
수정 아이콘
...상호 불가침 조약은 안맺었는데요!!!! 먼저 2hit 하신건 눈시님임... ㅡ_ㅡ;; 그리고 이미 이 전쟁은 제가 상대가 안됩니다요...
절름발이이리
13/01/21 10:39
수정 아이콘
후추 현덕의 마지막 투혼을 기대합니다.
Marionette
13/01/21 11:22
수정 아이콘
지긋지긋하지만, 일단 손제리는 까야됩니다 아으 그냥!!!
Je ne sais quoi
13/01/21 12:50
수정 아이콘
후후 잘 읽고 있습니다~
그리메
13/01/21 17:22
수정 아이콘
보면 볼수록 손제리는 까야 제맛이나 손제리의 굴욕에 대한 복수나 욕심을 이해 못하는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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