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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14 10:29:51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⑤ 적반하장
저번글에 다시 또 이릉대전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더군요.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이걸 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고 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릉대전 삽질론을 이야기 하십니다. 형주와 관우문제로 인해 유비가 무조건 갖다 박은 멍청이 짓이라고 이야기들 하십니다. 그러나, 이릉대전의 격발 원인은 단순히 관우와 형주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는 없습니다.

관우 문제로 나아간 것이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항상 제시하는 것이 위서 유엽전의 다음 구절입니다.

"관우와 유비는 도의상으로는 군신관계이나, 은혜는 마치 부자의 관계입니다. 관우가 죽었는데 군사를 일으켜 적에게 복수하지 않는 다면 두 사람 사이의 평생의 정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하 유비와 관우의 사적관계에만 주목한 것일 뿐이죠.

이전글인 칠종칠금에서도 나왔지만, 촉의 뒷마당이라고 할수 있는 남중은 유언시절부터 익주의 간섭을 거부했고 중원이나 익주처럼 호족이 아닌 한인들의 후예인 대성, 남중 토착 귀족인 이수로 구분되어  알아서 살고 있었습니다.

손권은 익주의 후방을 흔들기 위해서 사섭을 통해 옹개를 친오파로 포섭하고 촉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합니다. 그리고 옹개는 주포까지 끌어들여 촉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죠.

형주를 장악한 이후 공안에 머물던 유장과 그 일가가 오에 항복하자, 손권 역시 유장을 익주목으로 삼아 남군 자현에 있게 합니다. 유장이 죽자 아들인 유천을 익주자사로 삼아서 교주와 남중의 경계에 머물게 하죠.

또한 유수독으로 있던 주태를 한중태수 분위장군으로 임명하고 능양후로 봉합니다. 익주와 한중은 유비의 영역입니다. 이것은 단 한마디로 촉을 멸망시키겠다는 의도였죠.

촉오전쟁을 반대했던 조운은 연의에서는 이 전쟁에 제외된 것 같았지만 정사에서는 유비의 출진 당시부터 강주 도독으로 원정군의 후방을 지키고 있었고, 제갈량 역시 여전히 촉의 내정과 원정군의 보급을 담당했습니다.

한창 오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유비에게 비보들이 날아듭니다. 220년  한중전투의 영웅 노장 황충이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익주 공략과 한중 전투에서 황권과 함께 촉의 전략을 담당하던 법정이 연달아 사망하고, 221년 6월에는 장비가 측근들에 의해 암살당한 것이죠.

그러나 이런 사건이 발생했어도 유비가 가진 분노는 더더욱 타오를 뿐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오는 오대로 비상이 걸립니다. 연의에 의해서 눈물만 흘릴줄 아는 유비로 평가되지만, 정사에서의 유비가 가진 군사적 재능은 조조에 비해 손색이 없습니다. 유비가 그렇게 패했어도 군사와 장수들이 다시 유비 밑으로 모여들고 그 병력은 결국 최정예 병력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적벽대전과 이후 형주 공방전으로 그 힘을 잘 알았던 오 입장에서는 유비가 직접 군을 이끌고 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비상이 걸릴 상항이었죠.

연의에서는 제갈근 등의 사신을 보내 유비를 달래려 한 것으로 나옵니다만, 제갈근전의 기록에는 제갈근이 유비에게 편지를 보낸것으로 나옵니다. 촉의 승상이던 제갈량이 있음에도, 그 형인 제갈근이 직접 가지 못하고 편지를 보낸 것 만으로도 유비의 극렬한 분노를 알수 있는 대목이죠.

제갈근 : 군이 백제성에 이르렀다고 들었습니다. 오왕이 형주를 취하고 관우를 해친것 때문에 그 원한이 깊고 커서 화친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폐하(유비)께서 하시는 일은 작은 것에 마음을 쓰는 것이지 큰것에 뜻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폐하를 위해 그 경중과 대소를 논해보자면 만일 폐하께서 위세를 굽히고 분노를 버리시어 이 제갈근의 말을 잠시 살피신다면 계책을 세워 결정할 수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관우와 친한것이 선제(헌제)와 비교해 어떠하다 보십니까? 형주와 천하 중 어느것이 크고 작습니까? 모두 다 원수로 삼는다면 어떤것이 먼저고 어떤 것이 나중이 되겠습니까? 만일 이 수를 살피신다면 일은 손쉬운 일입니다.



제갈근 자유, 제갈량의 형으로서 손권의 매형 홍자가 추천해 섬긴 사람입니다. 제갈량의 형이었기 때문에 노숙 다음으로 대촉외교를 관리하던 사람이었고 군사적 재능 역시 있었습니다. 여몽의 사후에는 수남장군 남군태수로서 강릉을 지키고 있었죠. 제갈근마저도 직접 사신으로 가지 못한 이유는 제갈근 자신도 형주 공방전 당시 군을 이끌고 종군했었던 통에, 만일 유비 눈에 띈다면 제갈량이고 뭐고 일단 목부터 날려버릴수 있었기 때문에 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갈근의 저런 편지에 대해서 배송지는 손권이 형주를 공격해 관우를 죽임으로서 근왕군을 잘라버리게 되어 한을 돕는 계책이 그치게 되어, 의기가 가리키는 곳에는 항상 손씨가 있었다고 하며, 제갈근의 서신 역시 오만하고 성긴 편지라고 손권과 제갈근을 동시에 까버리립니다. 배송지의 주를 본다면 동시대인 뿐만 아니라 후인들까지도 이릉대전의 격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손권이라는 평이 지배적인듯 합니다.

오 나름대로 당장 싸울만한 상황이 되지 못한 것이 여몽은 사망하면서 주연과 육손을 추천합니다만, 주연은 대도독이라기 보단 제갈근과 함께 강릉을 지키고 있었고(제갈근은 남군태수로서 강릉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을 지키는 동시에 남군 전체의 민심을 다스리는 일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육손은 촉과의 경계를 맞대고 있는 자귀 지역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에 오군 총사령관격인 대도독 자리는 공석이었습니다.

거기다 군사적으로도 여몽, 감녕, 능통 등의 군의 주력 장수들이 대부분 형주 공방전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망하면서 군의 전력 누수가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형주는 유비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투사되던 지역이라 형주 호족들과 유비 아래 있던 관리, 관우군의 패잔병, 무릉과 영릉 일대에 살던 오계 만이들의 반란의 불씨가 남아있었죠.

손권은 육손이 형주 관리들을 모두 중용하도록 하는 상소를 올려 형주 관리들의 자리를 올려주거나 현재 직위를 그대로 인정하는 유화책을 사용하는 동시에, 오계만이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황개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책에도 형주의 반발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220년 무릉종사로 있던 번주라는 사람이 무릉의 오계만이와 연합해 반란을 일으켰고, 습진 역시 동생 습광의 설득에 의해 일시 항복했지만, 번주의 반란에 동조해 소릉태수를 자칭해 유비와 호응해 다시 반란을 일으킵니다.

형주 일대가 여전히 오에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촉은 촉대로 밀고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파악한 손권은 위에 칭신하며 이 위기를 넘기고자 합니다. 이 소식에 위의 신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지만, 회남군 성덕현 출신으로 오의 사정에 밝았고 오와도 직접 싸워보았던 유엽만은 오히려 경계할 것을 건의합니다.



유엽 : 오나라는 따로 떨어져 있어 장강과 한수 바깥에 있어 속으로는 신하라는 마음이 없어진지 오랩니다. 폐하계선 덕망이 순임금(조비가?)과 같으나 오는 더러운 성질이 있어 감동하는 바가 없습니다. 오는 재난을 당했기 때문에 신하라고 한 것이므로 믿기 어렵습니다. 저들은 반드시 외부로부터는 핍박받고 내부로는 힘겨워진 연후에 이런 사신을 보냈을 뿐이니 그들의 곤궁함을 틈타 공격해야합니다. 만일 이대로 놔둔다면 몇 세대의 근심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했던 조비는 당장 오를 공격해야 한다는 유엽의 말을 무시하죠.

221년 7월, 유비는 오반, 풍습, 진식, 황권, 마량, 장남, 부동 등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오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릉대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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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1/14 11:07
수정 아이콘
시작이군요~ 잘 읽고 있습니다~~
기시감
13/01/14 16:16
수정 아이콘
기왕 터질 전쟁이었다면 만전으로 임했어야 했는데 다른 누구보다 법정의 빈자리가 정말 컷죠.
13/01/14 20:42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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