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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10 11:14:21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④ 동상이몽(同床異夢)
후한의 멸망은 엄청난 대격변이었습니다. 후한의 광무제가 전한의 황실과 직계 혈족은 아니었지만 한나라의 400년 역사가 위에 의해 끝장이 난 것입니다.

그러나 208년 조조가 하북을 석권한 후 삼공을 없애고 승상이 되면서 한의 명운은 이미 끊긴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조조는 이전부터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몽땅 숙청했고, 조정 중신들은 대부분 조조를 섬기던 가신들이 높고 낮음 할 것 없이 관직을 차지하고 있었죠. 심지어는 아들 조비마저 오관중랑장이라는 각 궁문의 수비와 기병을 관리하는 직책을 받았고, 이후 부승상으로서 조조의 후계자라는 것을 헌제에게 확인 받았을 정도죠.

결국 후한의 멸망과 위의 성립은 단순이 황제가 유씨에서 조씨로 바뀌었을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것때문에 조조가 후대까지 비판받는 큰 이유가 된 것이죠.

220년 조비는 연호를 고쳐 연강에서 황초로 바꿉니다. 이때 양위했던 헌제가 조비에게 살해당했다는 풍문이 떠돕니다. 그러나 헌제는 하내의 산양현의 1만 호를 식읍으로 받아 산양공이 되었고, 234년에 사망합니다. 그의 최후에 대해서는 정사를 제외하고 연의에 따라서는 썰이 많은데 조비 혹은 그 부하들에게 살해당했다. 나라를 지키지 못해 분사했다, 자살했다 등의 설이 많습니다.  어쨌든 유비는 이러한 풍문을 듣자 유비는 상을 선포하고 시호를 추존해 효민황제로 받든 후, 상복을 입죠.

이때 유표, 장예, 상거, 은순, 조작, 양홍, 하종, 두경, 제갈량,초주,윤묵, 미축, 허정, 뇌공, 황주, 왕모등이 유비에게 제위에 오를것을 상언합니다. 그런데 다들 황제에 오르라는 말을 하는데 단 한사람이 다음과 같은 글을 유비에게 올립니다.

전하는 조조 부자가 황제를 협박해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에 역적을 토벌하려고 하는게 아님? 지금 역적놈들을 이기지 못했는데 먼저 제위를 칭하면 사람들이 의심할것임. 지금 아직 문 앞의 땅도 나가지 않았는데 스스로 즉위하려 하는 거임요?

이런 표를 올린 사람은 관우에게 파견되어 자신과 황충을 동렬에 놓았다고 노발대발한 관우를 깨우쳤던 사람인 주전부사마 비시였습니다.



비시의 이 말에 유비는 비시를 영창종사로 좌천시키죠. 사실 비시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제위에 오름으로서 후한을 계승 하는 것은 촉한이고, 이러한 촉한이야 말로 후한의 정통계승자이며 위는 후한을 뒤엎은 역적도당이라는 명분을 가지기 위함이기도 했죠.

다시 시야를 오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220년과 221년 초에 위와 촉이 칭제 건원하게 되죠. 손권전의 주석에는 이것을 본 손권은 별점을 잘치는 자를 불러다가 자신의 구역에 해당하는 기운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스스로 참칭하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21년 4월 장강 이남의 강하군 악성으로 천도한 이후 이곳을 무창이라고 개명하고 인근의 무창,하치,심양,양신,시상,사선의 6개현을 합해 무창군을 만듭니다. 그리고 8월 무창에 성을 완성하죠. 강하군 악성, 즉 무창이 바로 현재의 우한시입니다.



그리고 형주에 구금되어 있었다가 구출한 우금과 함께 사자를 보내면서 손권은 조비에게 번국과 조공을 바칠것을 말하죠. 손권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 것은 다름아닌 촉 때문이었습니다. 관우를 죽였고, 형주를 삼킨데다가 사섭을 통해 남중의 친오세력을 키웠고, 유장과 그 아들 유천을 익주목으로 삼았고, 자신의 부하들을 촉 내부 각지의 수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이것은 딱 하나, 촉과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의미였죠. 그러나 육군력이 약한 오 입장에서는 단독으로 쳐들어가기가 힘들었고, 위를 끌어들여서 촉을 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위는 위대로 꿍꿍이가 따로 있었죠. 이는 결국 촉 입장에서는 너죽고 나살자가 되버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조비는 태상으로 있던 형정에게 부절을 주어 오로 가서 손권을 오왕으로 삼고, 대장군 사지절 교주독에 형주목으로 임명합니다. 형주의 지배권을 인정해서 촉과 머리터지도록 싸우라는 의미였죠. 거기다 구석의 예품을 더합니다.

형정이 사자로서 오에 도착하고 형정은 수레에 탄채로 궐에 들어왔지만 수레에서 내리지 않습니다. 이것을 본 우리의 깐깐한 장소 할배, 형정에게 말합니다.

장소 : 우리 오가 작고 약하다 여기나 마음의 칼마저 없다고 보는가!

이것을 들은 형정은 급하게 수레에서 내립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만하게 행동하자 누군가 크게 소리칩니다.

?? : 나와 여기에 있는 제장들은 명을 받들고 나가 국가를 위해 위와 촉을 삼켜서 우리 군주와 형정이 동맹을 맺게 해야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형정이 놀라 돌아보니 그 말을 한 사람은 오의 장군인 서성이었습니다.



촉이 내부 정리를 모두 마친 이후, 유비는 이제 오를 칠 것을 결의합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오를 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죠.

이러한 오 공격의 반대자로 알려진 제갈량의 열전을 읽어봐도 직접적으로 오 정벌을 만류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나 법정전의 다음 구절에는 오 정벌에 대해 만류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갈량 : 법효직(법정)이 살아 있었다면 능히 주상을 제지해 동쪽으로 가시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동쪽으로 가셨다 하더라도 필히 위태롭게 하진 않았을 것인즉...



(썩을 인간들아...말좀 들어라....고뇌가 많으신 우리 제갈승상...)

조운은 아예 직접적으로 간언을 올리면서 유비의 오 정벌을 반대하죠.

조운 : 적은 조조이지 손권이 아님. 먼저 위부터 박살내면 오는 알아서 수그리고 들어올 것임. 조조는 죽고 조비가 한을 찬탈했으니 지금 바로 나아가 관중을 차지하고 하수와 위수 상류를 점거하면 관동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항복해올 겁니다. 위를 내버려 두고 오와 싸우는 도중 위가 공격해오면 우리가 급히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아 쫌 말좀 들으라고!!! 폭싹 늙으신 자룡 장군..)

그러나 유비는 자신의 오른팔과 왼팔 격인 이 사람들의 간언을 무시할 정도로 극렬한 분노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관우가 죽고 장비 역시 암살당했죠. 거기다가 남중과 오 내부 인사들을 이용해 촉을 내분시키려 했고 거기다가 위에 붙어서 위를 이용해 촉을 멸망시키려 했습니다. 제갈량과 조운이 역시도 이러한 상황에서 재차 유비를 말릴수는 없었습니다. 유비는 조운을 강주도독으로 남겨 후방을 지원하게 하고 4만의 군사를 일으킵니다.

촉오 전쟁. 앞날을 내다볼수 없었던 참모 하나와 그 참모와 짝짝꿍을 맞춘 군주 하나의 실책이 결국 동맹관계를 말아먹고 신뢰역시 깨졌으며 1강 2중의 상황이 1강 2약으로 한층 악화되는 상황이 만들어져 버린것입니다.

그리고 그 제리 군주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죠.


뱀발1. 최훈 이 인간 또 쉬어터진 자오곡 떡밥 또 꺼내려고 그러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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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nette
13/01/10 11:34
수정 아이콘
한번 완성해 봅시다
손!
좋아요
13/01/10 15:08
수정 아이콘
제!
Marionette
13/01/10 23:20
수정 아이콘
리!
산적왕루피
13/01/11 18:46
수정 아이콘
개!
탈로아둔
13/01/10 11:3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읽고 있습니다.

최훈의 삼국전투기는 그냥 최훈판 삼국지로 보는게좋을거 같습니다. 연의랑 정사랑 섞는 다고하더니 이건 연의도 아니고 정사도 아니고...
Je ne sais quoi
13/01/10 11: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3/01/10 11:49
수정 아이콘
의제는 의형을 위해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천리행을 감행하고
의형은 의제를 위해 황제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친히 전장에 나서네.

선주는 승상을 위해 세 번 초려를 찾아 예를 다 하고
승상은 그 정을 잊지 못 해 출사표를 바치네.

대오전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비라는 인물은 한없이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사티레브
13/01/10 15:58
수정 아이콘
그렇게 살았으니 그자리에 올랐겠습니다만
뭔가 싸하게 아쉽습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3/01/10 16:17
수정 아이콘
유비가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읽는 삼국지는 없었겠죠.
조조가 실력이 가장 뛰어난 당대의 갑이었지만, 유관장이 없었다면 삼국지는 뭐..

어렸을 적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 관우가 죽었을 때 책을 덮었다가 유비가 전쟁하러 간다고 했을 때, '그래, 그래야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만히 손을 잡으
13/01/10 16:33
수정 아이콘
그래, 그래야지...
냉정히 판단해 대오전쟁은 하지 않는게 옳다지만, 그렇다면 관우가 돌아오는 것도 냉정한 이성적 판단은 아니죠.
유비나 관우나 정말 낭만이 철철 넘치는 사내들입니다.
13/01/10 12:27
수정 아이콘
지난번 삼국전투기는....약간 삼국지 11 생각이 나더군요. 크크. 딱 길이 삼국지 11 길이었음
루크레티아
13/01/10 15:00
수정 아이콘
제갈량의 저 법정에 대한 말은 진짜였을 것 같습니다.
법정이 한중에서 보여준 능력과 유비의 신임이 더해졌다면 오의 멸망은 아니어도 1강 1중 1약의 체제는 되었을 것 같네요.
가만히 손을 잡으
13/01/10 15:34
수정 아이콘
삼국지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게 유비를 너무 우습게 본다는 것 하나,
지금은 많이 알아주지만 예전에는 많이 그랬죠. 그냥 사람좋은 사람으로만 나오던데 장수로서나 전략가로서도
그 당시 최상급모사는 아니더라도 당대의 기재 수준이더라는 것.
그리고 낼름 황제가 된 것 둘...
이것 때문에 그 대의 명분에 동의가 안됩니다. 조조나 사마의도 후대에 돌렸는데 헌제가 어떻게 됬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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