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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24 10:08:48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⑦ 백척간두
육손이 1차 방어선인 자귀와 무현을 잃었고, 촉군을 일시격파했다가 이를 뒤쫓던 손환이 촉군에 의해 역습에 걸려 패하고 이릉성에 포위된데다 유비의 본진까지 형주로 왔다는 소식에 무창에 있던 손권은 크게 놀랍니다. 자칫 형주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마저도 위태로웠기 때문이죠.

육손은 상소를 올려 손권을 안심시킵니다.

육손 : 유비가 육군과 수군을 함께 나아갈것 같아 걱정했는데 오히려 수군은 뒤에 있고 육군이 지나치게 앞서 나와있습니다. 곧 적을 격파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전군에 영을 내려 절대로 나가 싸우지 말도록 명령을 내리죠. 당시 감녕, 능통, 여몽 등 공신들이나 주력을 이끌고 있던 장수들이 많이 죽긴했지만 여전히 손견시대부터의 고신들인 한당이나 황개 뿐만 아니라 손책에게 등용되었던 노장, 그리고 손교 같은 손가의 일가 출신 장수들이 많았습니다. 이 장수들은 까마득한 후배였던 육손이 대도독이 된 후 절대 나가 싸우지 못하도록 막자 불만에 가득차서 그 명을 따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자 육손은 그들을 모두 불러들인 뒤, 칼을 잡고 명령을 내리죠.

육손 : 유비는 조조도 두려워한 사람입니다. 지금 유비가 우리 땅에 들어와 큰 적이 되어있소이다. 제장들은 모두 국은을 입어 서로 화목하고 적들을 무찔러 국은을 보답해야 할 것이나 지금 군령에 순종하지 않고 있소. 나는 비록 서생이나 주상의 명을 받았소. 나라에서 그대들을 굽혀 내 명령을 받게 한 것은 내게 칭찬할만한 약간의 장점이 있어 치욕을 참아내고 중임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이오!

이런 말까지 하면서 휘하 장수들의 항명을 찍어누른 육손은 의외로 아래 장수들의 항명을 손권에게 고하지 않습니다. 사실 육손 휘하의 장수들은 멀게는 손견, 가깝게는 손권 아래서 숱한 전장을 돌아다닌 사람들이 적지 않았죠. 그러나 육손은 여몽의 추천이 있기 전까지는 주로 내부 반란이나 행정관으로 돌아다녔고, 그나마 여몽을 대신해 형주로 온 것은 관우를 속이기 위한 기만 정도였다고 볼 수 밖에 없었던 데다가 자귀,무현 마저도 잃고 돌아온 육손은 장수들은 미덥지 않을 수 밖에요.

전임 대도독들인 주유, 노숙, 여몽은 이미 이전부터 군부와 조정 내에서도 인정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육손은 그들에게 있어서 미덥지 못한 인물이었겠죠.

육손이 힘을 다해 내부기강을 바로잡고 전력을 보존해 일발필살을 노릴 즈음 유비는 형남에 넓게 퍼져살던 오계만이들을 이용할 생각을 합니다. 이들은 유비가 형주를 통치하고 있었을 당시에도 유비에 호의적이었고 거기다 습진이나 번주같이 오에 반란을 일으킨 친촉파에 접근해 호응하고 있었죠.

유비는 마량을 무릉군으로 밀파해 오계만이들을 포섭하게 합니다. 오계만이들의 지도자들은 유비가 보낸 마량에게 비단과 재물 뿐만 아니라 장군의 인수를 받았고, 오가 격파되면 많은 포상 역시 약속하죠. 많은 기록들에는 오계만이들이 촉의 용병으로서 참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형남에서 오와 큰 갈등을 빚고 있었던 오계만이로서는 강경책 일변인 오 보다는 기존부터 오계만이를 유화책으로 대우하고 있던 촉에 더 우호적이었습니다.



오계만이가 촉에 포섭되고, 이들의 영향력 안에 있던 각지의 현들이 유비에게 호응한데다가 형남에서 반란을 일으킨 습진 등이 유비와 연결할 것을 보이자, 손권은 일단 교지로 보즐과 반준을 보내 이들을 진압하도록 합니다.



(연의에서 보즐의 비중은 공기에 가깝습니다. 거기다 제갈량에게 키보드로 무지하게 쳐맞은 사람으로 나오죠. 그러나 보즐은 이러한 문약한 문사적 성향으로 보이지만 보즐전에 보면 행정가 뿐만 아니라 군사적 재능 역시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즐은 당시 교지자사로서 남중에 반촉세력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형남 일대가 불안해지자 장사군의 친촉반란군을 토벌하고 여릉을 지키고 있었던 여대와 교대해 형남으로 나아갑니다. 보즐은 교지의 정병 1만을 데리고 오계만이를 토벌하는 임무를 받았지만 워낙에 무릉의 오계만이들의 세력이 크고 흉흉한데다 습진 등의 반군과 연합했던 까닭에 장사군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익양을 굳게 지키면서 상황을 지켜봅니다.

손환군은 이릉에서 포위당했고 형남은 오계만이와 친촉파들의 반란에 이를 토벌하러 간 보즐과 반준마저도 움직이질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오가 극히 불리했죠.

유비는 자귀의 본진을 진격시켜 남군 이도현 효정으로 가고, 황권의 수군은 장강 북방을 경계하며 이릉의 포위군을 후원하게 합니다. 이때가 여름인 6월이었죠.

촉오전쟁을 살피던 조비에게 세작이 보고한 촉군의 상황이 전해집니다. 이것을 보고받은 조비는 회심의 미소를 듣죠.

조비 : 유비는 병법을 모르는 자다. 남군 같이 습한 습지가 많은 지역에 7백여리나 되는 긴 목책을 세워 진영을 쌓겠는가? 곧 손권에게서 이겼다는 상주가 도착할 것이다.

...글쎄요. 과연 유비가 7백여리나 되는 긴 진영을 만들었다고 진 것일까요?

후추통 : 그 말 내가 그대로 네놈에게 돌려주마 조비!!!

....아 다음편 말고...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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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13/01/24 12:47
수정 아이콘
병법을 모르는 자라고 유비를 놀렸으면서 정작 자기도 오에 털린 조비..
13/01/24 21:52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잘 봤습니다~
WindRhapsody
13/01/24 22:24
수정 아이콘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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