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서 서서 일하는게 유행입니다.
거기에 맞춰서 전동식 책상이 상당히 유행하고 있지요.
수요가 많다보니 점점 더 가격이 낮아져서 요즘은 20만원 이하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이 가격이니만치 책상 다리가 2개 밖에 없는터라 약간 지지가 약해서 흔들린다거나 하는 단점들이 민감한 분들에게는 와닿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무던한 분들은 무난히 사용하실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정말 본인이 서서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거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단지 책상 앞에 서서 있는거야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서 있는 상태로 집중이 가능할까요?
일을 할 만큼 편안한 자세와 정신상태가 과연 가능할까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서서 일하기에 도전했다가 본인하고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첫 도전을 위해서 비싼 책상을 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망설이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저는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꽤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일본에 히로시마에 있는 한 공장에 파견근무를 몇개월간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공장은 의자가 없는 공장이었습니다. 의자가 있는 곳은 오직 식당뿐.
모든 사원이 서서 일해야 하는 곳이었죠. 사무직 직원들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가끔은 궁금합니다. 과연 사장은..?? 아니 부장쯤만 되어도??)
그래서 저도 졸지에 서서 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요.
첨에는 만만히 봤었습니다. 뭐 건강에도 좋고 아주 좋구만...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 해보고 알았습니다. 이게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나름 연구직이라 일을 할려면 집중을 해야하는데 그게 안됩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웹서핑이나 하는거라면 모를까... 일은 도저히 할 수가 없는겁니다.
정말 지옥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잠시도 앉을 수가 없는 최악의 조건이긴 했습니다만.. 설사 앉았다 일어났다가 가능하다고 한들 과연 서서 일하는게 나에게 맞는 스타일일까?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전을 위한 첫 구매에 돈을 쓰지 않기 위해 가장 저렴한 방법을 검색했습니다.
그 결과 찾아낸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렇게 생긴 수동식 높이 조절 책상입니다.
저는 오늘의집 가입 축하 쿠폰까지 동원해서 3만 8천원인가 샀는데 쿠팡에서 검색된 저 물건은 5만 6천원이나 하는군요. 뭐 다른 사이트까지 뒤져보시면 5만원 이하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책상 바닥에 바퀴가 달려있는데.. 이것도 나름 쏠쏠하게 편리함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케이블 길이가 짧거나 할 때...
책상폭은 80cm 정도 되고 깊이가 60cm 정도 인데 특이하게도 30cm씩 앞과 뒤로 쪼개져 있습니다. 그래서 뒤쪽은 모니터를 놓고 앞쪽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놓을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수동으로 높이 조절을 하게 될 경우 모니터가 책상위에 있어서는 무거워서 너무 힘들어집니다.
모니터를 바닥으로 내려놔야만 하죠.
그래서 수동 높이 조절 책상이 거의 없거나 전동식과 별로 가격 차이가 안나는겁니다.
모니터 무게를 견디려면 전동식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압식 실린더 정도는 달아줘야 하니까요.
그러나 위의 제품은 모니터가 놓여져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키보드와 마우스 부분만 따로 높이 조절이 가능합니다.
키보드 마우스야 무게가 얼마 안나가니 저걸 손으로 높이 조절하는건 아주 쉬운 일이죠.
그러고 나서 모니터 높이는 따로 조절해주면 됩니다.
방법은 많습니다. 모니터 자체가 높이 조절이 되는 암을 달고 있다면 아주 쉽구요.
그게 아니더라도 1.6만원짜리 모니터 암이면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제가 직접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만 아주 잘 작동합니다.
이게 아니더라도 2만원 이하에서 높이 조절이 가능한 조금 더 단순한 형태의 모니터암은 몇종류가 더 있습니다.
이게 최저가라 신뢰가 안가신다면 3만원 선에서 같은 메커니즘의 좀 더 나아보이는 제품도 있구요. (근데 제가 그것도 사봤는데 둘다 똑같습니다. 그래서 싼거 추천드리는겁니다. NB 저 마크 붙어있는 제품 쓸만합니다. 아마 확실하게 좋아질려면 한 7만원 선까지는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이 조합으로 아주 저렴하게 높이 조절 업무 환경 구축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요?
하하 역시 돈쓰지 않기를 잘했다는겁니다.
서서 일해보니까 역시 안됩니다.
거의 서서 일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니터암은 정말 쓸만합니다. 돈값을 톡톡히 하고도 남습니다. 더 좋은걸 쓰고 싶기도 하구요. 비싼 놈은 비싼 놈대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돈값을 할 것 같습니다.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모니터암 구입할 생각을 못했을텐데 모니터암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이 삽질은 의미가 있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