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놓고, 아마 저의 전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아실 것이지만, 저는 배명훈 작가의 팬입니다. 뭐라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SF에 대한 선호와 함께, 재기발랄한 글들을 좋아한다.라고 말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은 원통 모양의 '우주섬'(스페이스 콜로니라는 말은 지양한다는 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타워> 때도 느꼈지만, 배명훈 작가님의 특성 중 하나는 SF의 영역에서 사회과학을 꽤 적극적으로 끌고 온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우주섬 '사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에서도 결국 5개의 계파 혹은 폭력 집단의 갈등과 그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서 탄도학과 저격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오른 문구는 '너에게 닿기를' 이었습니다. 뭐 정작 전 그 만화를 본 적은 없는 세대긴 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저격과 스나이퍼 스릴러를 빙자한 연대와 연결의 이야기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오래되지도 않았고, 그닥 열성적인 사람은 아닌 SF 애호가 수준, 혹은 쁘띠-매니아 정도로 저를 생각하지만, SF에서 주제와 이야기는 참 애매한 영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책들은 주제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모든 것이 잡아 먹히는 책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대와 연결, 화해와 회복이라는 이야기가 조금은 중심에서, 이야기를 잡아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좀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뭐 팬질이라는 게 별게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게 팬질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팬질에 대해서 배명훈 작가님은 여전히 가볍고 즐거운 스텝을 밟는 작가라고 생각이 듭니다.
P.S. 제가 원체 빠르게 읽는 편이라 그런지 책 자체는 잡고 한 2-3시간 만에 읽었네요.
P.S. 2. 네이버에서 사인본을 팔길래 충동구매한게 한달 전인데 이제야 다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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