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알렌산드로 볼타가 최초의 현대식 배터리인 '파일'을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험프리 데이비가 1802년 최초의 전깃불인 아크등을 만들었어요. 아크등은 전극 사이에 전류를 흘러주면 전극이 가열돼 열전자를 방출하는 아크방전의 원리로 빛을 내는데요. 1844년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졌죠. 하지만 너무 밝은 밝기와 열 그리고 가격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었죠.
2. 백열전구의 발명가는 에디슨이 아니었습니다!
[제임스 보우먼 린제이의 전구]
흔히들 토마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했다고 알고 있지만, 에디슨의 전구가 등장하기 45년 전 이미 제임스 보우먼 린제이가 1835년 백열전구를 고안했죠. 1875년엔 조지프 윌슨 스완이 개량된 백열전구를 특허 신청하기도 했고요.
당시까지 백열전구는 탄소, 백금-이리듐 합금, 석면으로 필라멘트를 만들고 질소를 주입하거나 진공 상태로 필라멘트를 폐쇄하여 만들었는데요. 탄소는 바스러지고 백금은 발광 상태에서 녹아내리는 문제가 있고 값도 비쌌어요. 이를 개선한 것이 바로 토머스 에디슨 인거죠. 에디슨은 1879년 대나무를 탄화시킨 필라멘트를 이용해 전구를 개량했어요. 그리고 1910년에는 쿨리지가 우리가 흔히 아는 텅스텐 필라멘트를 발명해, 전구가 더 밝고 수명이 길어지게 되었죠.
3. 백열전구를 뛰어넘은 할로겐등
백열전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었는데요.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1959년 개발한 할로겐등도 그 노력의 일환이죠. 할로겐등은 진공 상태의 전구 안에 아르곤, 질소와 같은 비활성 기체와 브롬, 염소와 같은 할로겐 화합물이 첨가된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구조로 텅스텐의 증발을 억제할 수 있고, 백열전구보다 더 높은 온도에도 필라멘트가 견딜 수 있죠. 결과적으로 백열전구보다 2~3배의 수명을 가지고 있고, 높은 발광 효율을 낼 수 있어요.
4.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형광등의 짧은 역사
[가이슬러관]
한편 아크방전의 원리로 빛을 내는 아크등, 백열전구 외에도 양이온 충돌로 빛을 내는 조명기기도 발명되었어요. 이를 글로방전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원리는 마이클 패러데이에 의해 처음 관측되었죠. 패러데이는 진공 유리관 양쪽에 금속 필라멘트로 된 전극을 연결하고 고압을 흘려주었는데요, 음극과 양극 양쪽에서 빛이 났죠.
1856년에는 플뤼커와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가이슬러가 더 강력한 진공관을 제작하여 패러데이의 실험을 재현했는데, 유리관 전체에서 빛이 나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는 가이슬러관이라고 불리며 1880년대 무렵 장식용 도구로 판매되었죠.
글로방전을 이용해 최초로 상용화한 조명은 네온램프입니다. 네온은 1898년 윌리엄 램지와 모리스 트래버스가 당시 새롭게 발견된 아르곤과 헬륨의 성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어요. 이후 1902년 프랑스의 '에어 리퀴드' 사에서 네온을 공기에서 분리하여 판매하였고, 1910년에는 네온램프를, 1912년에는 네온사인을 판매하기 시작했죠.
당시 네온의 문제점은 일반 가정이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백색광을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었는데요. 1926년 에드먼드 저머에 의해 백색 형광등이 등장하게 되죠. 백색 형광등은 유리관 내벽에 형광물질을 바르고, 수은과 아르곤 가스를 넣어 전류를 흘려보내는 구조로 되어있는데요. 1938년 '제너럴 일렉트릭' 사에 의해서 상용화되죠. 형광등은 백열전구보다 부피도 크고 안정기도 필요했지만,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1990년대 중반까지 널리 쓰였죠.
5. 전기조명계의 타노스 LED
[LED의 원리]
형광등은 수은을 포함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일으키는데요. 그 때문에 형광등은 고발광다이오드(LED)로 대체되고 있죠. 형광등뿐만 아니라 백열전구, 할로겐등도 에너지 효율을 문제로 퇴출당하고 LED로 바뀌고 있죠.
LED는 반도체의 PN 접합으로 전자가 가지는 에너지가 직접 빛으로 변환되는 구조로, 1962년 닉 홀로이악이 개발한 적색 발광 다이오드(GsAsP형)가 최초의 가시광선 LED이에요. 1960년대에는 가격이 높았으나 구조가 간단하고, 재료의 발전으로 점차 저렴해졌죠.
6. 국내 최초의 전등
[전기시등도 ©전기박물관]
1883년 고종 때 미국에 파견된 사절단인 보빙사는 에디슨의 회사에 방문했어요. 이들은 귀국 후 고종에게 전등을 도입하는 것을 건의했는데요. 임오군란을 겪은 고종은 궁궐을 환하게 밝히는 데 동의했죠.
이후 경복궁내 향정원 연못에 당시 아시아 최고의 증기기관식 화력발전기를 설치했고, 1887년 3월 왕과 왕비의 처소였던 건청궁을 중심으로 700여 개의 전구에서 불이 켜졌죠. 당시 사용했던 전등은 아크등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했고, 발전기의 소음도 심했어요. 그래서 얼마 가지 않아 전등을 잘 켜지 않게 되었다고 하네요.
참고문헌
제인 브록스. (2013). 인간이 만든 빛의 세계사. 을유문화사.
F.A. Furfari. (2001). A different kind of chemistry: a history of tungsten halogen lamps. IEEE
민병근. (2015). 우리나라의 전기 발상지 최초의 전등소, 경복궁 복원발굴로 찾아내다.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