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니 인생 니가 사는거지 한번 사는 인생인데 때려쳐 때려쳐. 대학 안나와도 잘사는 사람 천지다. 삼촌 친구 00이 알지? 걔 공부 더럽게 싫어해서 대학 안갔는데 동창들 중에 제일 잘 살아. 갸 건물주잖아 건물주. 적성 찾아서 노력하다 보면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안 맞는 거 계속 붙잡고 있는것도 낭비지. 그래 때려쳐 때려쳐.
그럼 엄마한테 삼촌이 그만 두라 했다고 자퇴 허락 받을게요.
뜨헙!!!!! 잠깐!!!! 야 이 개#>>~}%$
그리고 조카님은 용돈을 뜯어 가셨습니다.
#. 둘. (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 신청과 OT 때문에 시골에서 올라와 집에 찾아온 막내조카)
삼촌 우리 가로수길 놀러 가실래요? 거기 맛있는 커피집 있어요.
무슨 꿍꿍이냐? 삼촌 커피 장사한다. 빨리 말해라.
아니 저도 이제 대학생인데 노트북 하나 있어야 하는데 엄마가 누나가 쓰던거 저보고 쓰래요.
음.. 그거 쓰면 되잖아?
아니 그게요. 그 노트북 오래 되서 램이랑 그래픽 카드가 너무 떨어져요. 하드 용량도 얼마 안되구요. 레포트 하나 작성하는데도 얼마나 버벅이는지 몰라요. 또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하긴 업그레이드 하는거나 새로 사는거나 비슷하겠다.
그죠 삼촌? 근데 엄마가 절대 안된대요. 그래서 말인데요 삼촌도 뉴스 들어서 아시죠? 가로수 길에 애플스토어 생겼대요. 저 영화에서나 봤는데 꼭 한번 거기 가보고 싶어요.
얌마 말돌리지 말고!! 그러니까 맥북 사달라고?
아니요 꼭 맥북이 아니어도 삼성이나 엘지도 좋은데 요새 어플들 IOS쪽에 좋은거 많아서요...
(놀고 있네. 오피스는 윈도에서 더 잘 돌아가거등) 알았다. 맥북 몇기가 짜리?
삼촌... 근데... 맥북프로...
야 이 #$^%##$%>!!!!
그렇게 저는 가로수길에서 지갑을 털렸습니다.
그날 애플스토어에서 나와 근처 카페에 갔습니다. 올해 스무살... 덩치 산만한 조카놈은 꼭 변신로봇 선물받은 예닐곱살 어린아이마냥 신이나 포장을 뜯고 이것저것 다운받고 설치하면서 신나했습니다. 커피는 꼭 자기가 사겠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주더군요. [참.고.맙.구.나.이.놈.아!!!] 어차피 용돈 또 뜯어갈거면서!! 이놈자식 언제 어른될까.... 싶었어요. 그래도 그리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도 나름 좋더라구요. 두어달 좀 많이 타이트해졌지만요.
조카들을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항상 앞섭니다. 엄밀히 따지면 나랑 피한방울 안섞인 존재들이죠. 유전자가 비슷하기는 합니다만.... 그냥 언제고 연이 끊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남에 가깝겠지요. 생판 남보다 좀 더 친밀한 존재들... 그정도... 그럼에도 마음이 쓰이는 존재들...
예전에 잠시 신세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천하의 개망나니 우리 형이요. 지금은 병원에 누워 오늘내일 하고 있는 그인간이요. 큰조카가 태어나면서부터 밖으로 나돌며 할 수 있는 못된짓 나쁜짓만 골라 해대던 그인간은 왜 안죽나 모르겠네요. 병원비 축나게... 언능 디졌으면 합니다.
조카들은 그런 아버지를 둔 죄로 어릴적부터 여러 부재속에 자라났습니다. 있지만 없는것보다 못한 아버지.. 1년이면 몇번 얼굴 볼까말까한 아버지... 시때로 채권자들 빚쟁이들 쳐들어 오게 만든 그런 아버지가 어느날 다 죽어가는 병자가 되어 나타났지요. 그렇게 자라왔으면서도 엇나가지 않고 이만큼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줘서 제가 다 고맙더라구요.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사고 한번 친적 없고 수재급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공부도 잘하고 최고대학은 아니어도 인서울 나름 좋은 대학에 입학 했으니... 고맙더라고요.
상황은 다르지만 저도 어릴적 부모의 부재속에서 자라나 참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잘은 몰라도 우리 조카들도 제가 겪었던 그런일들 많이 겪었을거에요. 그럼에도 항상 밝에 웃는 모습이 이뻤습니다. 저 어릴적도 생각나고요.
누군가는 그럽니다. 너가 백날 그래봐야 결국엔 남이다. 걔들 나중에 다 잊는다. 감사한 마음 하나 남지 않을거다.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그렇게 되어도 별로 상관없습니다. 저도 결국엔 남이기 때문에요. 확신할수는 없습니다만... 우리 조카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누군가 희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형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 자신 없어요. 제아무리 좋은 삼촌, 마음 넒은 삼촌 코스프레를 하더라도 전 제가 우선이거든요. 어머니란 이름으로 불구덩이에 뛰어들 형수와는 다르게요... 또한 백번 장담하는데 제가 목구멍에 풀질하는 상황이었으면 조카들이 무슨말을 하던 무시하고 외면했을 것입니다.
긍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는 그런 삼촌인거죠. 있으나 없으나 하루하루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아끼고 또 아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형수보다 좋은 삼촌 포지션 잡기가 수월한 것이지요.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얼굴 보고 용돈 쥐어주고 필요한 거 사주는게 딱히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거나 삶의 밑천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부모와 삼촌의 차이겠지요.
아마... 그런 삼촌 노릇 할 기회도 얼마 안남았겠지요. 몇번이나 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해볼랍니다.
p.s. 그날 형수에게 전화해 00이 놋북 사줬다고 말했더니 난리가 났었죠.(조카가 시켰음 형수한테 내가 사준걸로 해달라고)
워메~~ OT 간다고 올라가드만 머단다고 거까지 끼대가가꼬 염병을 하고 있다요? 아 근다고 대련님은 그거를 또 사주요? 속이 있소 없소? 지그 누나써 씽씽 돌아가는디 허천났다고 사준다요? 워메 워메~~ 징한그~~ 대련님이 자꾸 그랑께 아가 배래부렀당께요. 00이 다리몽둥이 뿐질러불기 전에 언능 환불하쇼!! 내가 속 터져 디져븐당께. [형수 화내면서 웃고 있었다에 500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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