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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18 23:08:28
Name euimseed
File #1 KakaoTalk_20161118_213517414.jpg (198.1 KB), Download : 63
File #2 KakaoTalk_20161118_213556684.jpg (300.2 KB), Download : 8
Subject [일반]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구입, 감상기.





*본문 사진은 일부만 잘라 올립니다.


1.
저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고, 애플 제품 좋아합니다. 그래서 샀습니다. 호기심 절반, 빠심 절반으로요. 260*324mm와 330*413mm 두 종류로 나왔는데 큰 걸 구입했습니다. 39만 9천 원이네요. (당연히) 제가 지금까지 사본 책들 중에 가장 비쌉니다.



2.
열어보기 전까지는 ‘20주년 기념 영인본’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애플 팬들을 위한 서비스 겸, 회사 직원들끼리 자축 겸하는 책이요. 돈 많은 회사니 이런 거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근데 보고 나니 그게 아니네요.



3.
너무 좋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황홀합니다.

안에 담긴 사진들의 질감 표현이 금속, 플라스틱, 유리, 고무, 천, 가죽을 가리지 않고 어마어마합니다. 살면서 보았던 ‘이미지’ 중 가장 실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조명, 형태, 색, 질감, 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담긴 사진들은 대부분 새로 촬영한 것들로 보입니다. 키노트나 광고에 썼던 사진들 나열한 것 아닙니다. 보정에도 공을 엄청 들인 걸로 보이고요. ‘8색 분판’ 인쇄라니 그에 맞춰서 컬러 프로파일 만들어서 따로 작업했을 겁니다.

‘특수 제지 공정을 거친 독일산 종이’, ‘8색 분판’, ‘고스트 현상이 적은 잉크’가 얼마나 굉장한 건지 잘 모릅니다. 제가 써본 적 없고, 앞으로도 쓸 일 없는 것들이라서요. 그래서 실제로는 별것 아닌 거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도록이나 화보 중에도 이만한 퀄리티... 있겠죠. 그렇지만 제가 봤던 책들 중에서는 ‘물성’의 측면에서 단연 압도적인 최고입니다. 특히 금속 질감 표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4.
‘애플이 만든 책’입니다. 단순히 지난 20년간의 디자인을 정리하기 위한 게 아니고, 아이폰, 맥, 워치, 아이튠즈 같은 애플의 다른 상품들과 동일선상에 위치하는 하나의 상품, 제품, 작업물로 보입니다. “만드는 데 8년이 걸렸다”는 홍보 문구가 장난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책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 다시 말해 기획, 편집, 디자인, 종이, 인쇄, 그리고 이들 각각의 하위 요소들이 서로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본 적 없고, 앞으로 만들 일도 없을 거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물론 세상에는 이보다 더 고급진 책도 많을 겁니다. 더 비싼 종이, 더 좋은 인쇄, 수십 년 책 꼬맨 장인이 손으로 한 땀씩 짜서 만들어 ‘명품’으로 팔리는 책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이건 공산품이니까요. 애플 말고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 싶습니다.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아낌없이 예산 투자해 만들었을 겁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담아내기에 부족하지 않은 책을 만들고 싶었겠죠.



5.
애플 팬이라 이렇게 썼지만, 그거 빼고서라도 좋은 책이라고 결론 내겠습니다. 39만 9천 원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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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16/11/18 23:11
수정 아이콘
비꼰 사람들은 대부분 디알못 인쇄알못들이었네요. (저포함)
회개하오니 사진 몇 장만 더 올려주세요. 굽신
euimseed
16/11/18 23:21
수정 아이콘
사진은 저작권 무서워서 못 올렸습니다; 구글에 책이름+book으로 검색하면 몇 장 나오긴 하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11/18 23:12
수정 아이콘
책은 부가세가 붙지 않아서 국내 공식 가격이 조정되었을겁니다. 확인해보시고 부가세 환급 받으세용
euimseed
16/11/18 23:19
수정 아이콘
엇 그렇군요. 애플 갑질 쩐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주문했었는데 3만원 벌었네요. 감사합니다.
arq.Gstar
16/11/18 23:52
수정 아이콘
비꼰사람들 여기 댓글에 전부 사과하셔야 크크...
tjsrnjsdlf
16/11/19 00:03
수정 아이콘
사실 비꼰 사람들이야 이 글을 보고 애플 신도의 신심이 가득한 글이라고 느낄텐데 사과할 마음이 들진 않죠 크크크 저도 아이폰을 몇년을 써서인지 가격문제만 아니면 저 책 자체에는 상당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유스티스
16/11/19 00:16
수정 아이콘
오..... 아이폰은 3gs 4 6plus 맥은 맥프레만 써봤는데도 설명에서 끌리네요.
멸천도
16/11/19 00:31
수정 아이콘
확실히 디자인이라는건 개인취향이 극히 중요한 거군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말도안된다고 생각하는 현대미술작품, 그림에도
수억원이 메겨지는데 저 책이라고 그런 가격이 메겨지면 안될 이유는 없지요.
16/11/19 00:41
수정 아이콘
뭐가 뭔지 흔한 아이폰 한번 써보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러니깐 두번째 사진이 책 페이지 라는 건가요?
질감이 느껴지네요. 무슨 부품인지 기계인지 모르겠지만 버튼 누르면 바로 작동이 될 것 같아요
소독용 에탄올
16/11/19 00:58
수정 아이콘
저는 글씨읽을려고 조정한거라 전체적으로 누르죽죽해져서 그런가 화면너머론 전혀 질감이... ㅠㅠ
16/11/19 01:13
수정 아이콘
화면밝기라도 조정해서 질감을 느껴보세요!! 크크크크

그림으로는 신기하다 만지고 있다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유심도 없는 오래된 핸드폰 화면으로 책 인쇄물 사진에서 질감을 느끼는게 대개 신기해요. 전혀 모르는 쪽이라 댓글달기 창피해도 신기해서 댓글을 나도 모르게 달았어요 크크크
euimseed
16/11/19 00:46
수정 아이콘
취향은 중요하죠. 아무리 내용이 어떻다 해도 비싼 가격인 건 변함 없고요... 그냥 보통의 애플 제품들처럼 "애플답게 잘 만들었고 애플답게 비싼" 책 정도는 된다는 감상으로 봐주시면 좋겠네요.
16/11/19 01:14
수정 아이콘
금형 래핑상태 좋군요
포포탄
16/11/19 01:25
수정 아이콘
잠깐 충무로에서 인쇄시안 만드는 작업을 해 본 적이 있어서 8색분판이라는 말만 들어도 30만원이 넘는 가격이 이해가 되네요. 400페이지라고만 쳐도 일반 책으로 따지면 거의 최소 3200페이지정도의 분량을 분판작업했다는 뜻이고 컬러를 잘 살리기 위해서 특수잉크를 사용했다면 컬러프로파일도 완전히 새로 작성했을것이니까요. 순수하게 인쇄용파일을 작업하는 인원만 수십명이 투입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게다가 분판작업은 정말 노가다중에 노가다라서...
애플이라는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모두 함축되어있는 상품이 아닌가 합니다.
화잇밀크러버
16/11/19 02:23
수정 아이콘
제품가지고 두껍게 나올 수 있나 했는데 몰드베이스 사진까지 들어가있군요. 허헛.
16/11/19 07:44
수정 아이콘
보고는 싶은데.. 사실 그동안에 기념삼아 사본 아트북들도 1번이상 다시 안봤다는걸 -.-;; 알고 있기 때문에..
저 가격에 사면 정말 비싼 장식품이 될거 같아서 사는건 무리인거 같고
도서관이나 회사에 들어온다면 그정도 선에서 한번 보고는 싶네요....
16/11/19 07:49
수정 아이콘
해외 유저가 찍은 크기 비교 및 간략한 소개 영상입니다.
(국내껄 링크하면 너무 광고 같을것 같아서 -.-)
https://youtu.be/g2uro_JU0jM

책의 크기가 확실히 크긴 하네요..
루크레티아
16/11/19 09:16
수정 아이콘
유게의 현대미술과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유스티스
16/11/19 11:53
수정 아이콘
환원주의군요.
살려야한다
16/11/19 16:53
수정 아이콘
멋진 제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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