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머릿속은 두가지 생각들로 반/반 쪼개집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늘에 대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그리고 다가올 내일에 대한 알 수 없는 비방.
저는 어느새 입사 5년차가 된 대리입니다.
뒤돌아 보면 회사생활, 꽤나 달려온 것 같고 이제 이러한 인생 사 익숙할만도 한데
여전히 저는 월요 라는 병을 앓고 있네요. 참, 지겹고 신기합니다.
불과 몇년전 (5년전이겠네요......)
대학생 시절엔 아침 저녁으로 뜨겁게 출/퇴근하고
먼지 모를 열정에 젖어 있어 보였던 수많은 회사원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또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저의 눈엔 그들에 비해 제 삶이
무료한 제자리 걸음의 반복이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먼저 취업한 친구 녀석들의 한턱자리에서
축하 보다는 조금 더 큰 조급함과 배아픔을 느끼며
지금 당장 나를 데려가 돈을 줄 그 누군가를 위해 내 인생을 불태우리라!
새벽밤 술에 취해 침대에 누어 괜시리 주먹 쥐고 불끈하기도 했었습니다.
인생에 대한 긴 호흡을 가진 고민따윈 안중에도 없이
남보다 지금 당장 한발 더 앞서고 싶다는 그런 조급함에 제 눈을 가리고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나를 부러워할만한 곳인가를 먼저 생각하며
고민없는,, 급하기만 했던,, 그 취업 레이스를 참 열심히도 달렸습니다.
결국, 운이 좋게 그 치열하고 치졸했던 혼자만의 달리기에서
작은 미소정도 지을 수 있을 기업에 들어가
후딱 5년을 보내고 이렇게 소소한 병을 하나 얻게 되었네요.
요즘들어 학부 시절 교수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많이 생각이 납니다.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거대한 기계를 돌리는 작은 부품이 되는 것이다.
많은 혜택이 따르겠지만 그것들 때문에 더욱 자신이 더 견고한 부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그 무서운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해 기업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누군지 어떤 고민을 하고 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잊지 말고 끝없이 고민해야 된다.
머 이런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배부른 소리 하십니다 교수님.
그때 저의 머릿속에 있던 멍청한 독백입니다.
그리고 전 지금 그 작은 부품 하나가 된 것 같네요.
대학생땐 회사원이 되면 이런 생각들을 하며 살겠지 싶었습니다.
나의 업무에 대한 비전과 계획 그리고 수많은 지식들에 대한 습득?
하지만 그것들 따위를 하기 보단 (써놓고 보니.. 정말 안하네요)
난 오늘 야근을 안할 수 있는가
이번 주말은 안전한 것이가
내 상사는 왜 저모양인 것인가
전세금 대출 갚아야되는데.. 회사가 보너스 터질 준비는 되어있는가
더 편한 부서는 어디이며 그곳에 나는 어떻게 갈 수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을 차지한채 살아가고 있는 듯 하네요.
참 부품스러운 생각 같습니다.
얼마전 저는 5년동안 몸담았던 부서가 말그대로 공중 분해되고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부서로 전배를 오게 되었습니다.
꽤 유능하다고 평가 받았던 제 업무적 지식은 아무짝이 쓸모 없게 되었고
지금은 신입사원에게 교육 받는 늙은 신입사원같은 존재가 되었죠.
그렇게, 5년 가까운 회사의 경험이 일순간 Reset이 되고
아..내가 작은 부품이었구나!! 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어제와는 너무 달랐던 회사로 출근하던 그날부터
잊은 줄 알았던 제 월요병은 매주 저를 반갑게도 잊지 않고 찾아와 줍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났는지 시간이 참 빠르긴 하네요.
열심히 잘 살고 있다 착각했던 순간이 적지 않았음에도
나 잘 살고 있는건가, 그리고 잘 살아왔었던 걸까 라는 물음이
끝없이 맴돌더니 이제는 머릿 속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 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대한 고민 없이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로 흘려보냈던
그 아까웠던 날들에 대한 반성을 열심히 그리고 자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될 지 모르겠지만 회사 안에서의 작은 부품만이 되지는 않기위해
회사 밖 세상을 보며 내 미래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힘들었지만 최근 겪은 회사의 구릿한 경험이
오히려 제 인생에는 득이 된 것 같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려 하다보니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튼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요병의 농도가 조금은 옅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적지 않게 저와 비슷한 병을 가지고 계실 분들에게는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와 생각을 가진
30대 중반의 기혼남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
그리고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계실 분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 볼만함직한 사람의
굉장히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늦은밤 끄적여 봤습니다.
오랜만에 PGR에 글을 남겨보네요.
예전에 선수 응원글 남기던게 벌써 8년도 된것 같은데...
그럼 안녕히 주무시고 모두 힘내세요.
저도 힘내서 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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