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남친과의 남해 휴가여행기를 올렸었는데.
여행은 또 친구랑 가야 제 맛이라능...!!!
8월 말에 떠난 여름휴가 여행사진(은 먹방사진) 올려봅니다.
그리고 같이 갔던 동생은 몇년전에 피지알 부산 정모에서 알게되어 아직까지 지긋지긋한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아이입니다.
여행가면서 차에서 니가 듣고 싶은 노래 좀 보내라고 했더니 엑소 노래를 이만곡 가져와서...
한동안 뇌내 엑소지수가 높아져서 고생을 했지여.
시우민 봉제 인형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주장하여 마지못해 끄덕..했지만 다행히도 봉제인형은 여행이 끝나고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숙소에서의 잠옷에 시우민 이름이 적혀있었던 건 함정.
여행 시작전부터 계획 세우느라 공을 좀 많이 들였습니다.
사실 남자들이 끼거나 남자친구랑 가면 동선 이런 거 개뿔 없어.
그냥 차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거기 관광명소 대충 구경하고 일찍 숙소에 와서 술먹는 게 끗.
근데 여자들끼리 가면 동선도 체크하고, 메뉴선정도 미리미리하고, 장볼 거 목록 정하고, 집에서 가져갈 거 분배하고...
꼼꼼히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이러다가 여행 가기도 전에 사이가 틀어져서 파토가 나기도 하지만요 크크크
저희도 그것을 우려하여 여행의 불안요소 목록까지 작성하였습니다.
불안요소 1. 비싼치킨의 초보운전. (차나온 다음날 출발했음)
불안요소 2. 비싼치킨의 결정장애. (메뉴 못 골라서 전부 모 님이 고르심)
불안요소 3. 비싼치킨의 더위타는 체질. (다행히 날씨가 시원해서 무리없이 다님)
등등이었는데....
왜 나만 불안요소인것인가.
일단 여행기 시작해봅니다.
캬 때깔 좋지 않습니까?
동생 퇴근시간에 맞춰서 출발해 일단 밤에라도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부터 싸돌아다니자!! 해서 밤에 출발.
차 나온 다음날에 야간 고속도로 운전이라뇨 크크크크크크킄 저때의 전 뭐랄까... 미쳤었죠... 후훗.
초보운전자들의 특징이 본인들은 암시랑 않은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조수석에 앉은 동생의 안절부절함을 들으며 1차 목적지 전주로 무사히 도착!
한옥마을 제일 끝에 있는 정자입니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나와서 막걸리도 먹고 맥주도 먹고 하더라구요.
우리의 숙소를 찾아가는데 여기서 또 발동되는 불안요소 4. 비싼치킨의 길치능력.
전주 유경험자인 내가 여기 잘 알어^^ 하고 한시간동안 숙소찾아 헤매다가 결국 지도 켜서 정반대길로 다시 걸어감요 ㅠㅠ
진짜 짜증났을법한 상황인데 언니를 믿은 내 잘못이야. 괜찮아- 하고 위로해준 모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가는 길에 임실가맥에서 황태도 샀지여.
전 전일갑오만 가봤는데 여기가 더 맛있는 듯...
황태를 더 빠짝 말려서 되게 빠삭빠삭하니 과자같은 맛이 나더라구요.
앞으로는 임실가맥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숙소가 한옥마을 중앙에 있었는데 위에 있는 정자 근처에 차 세워두고 10분이면 걸어올 길을 한시간을 걸려 돌고 돌다 찾은 전동성당.
감개가 무량합디다 ㅠㅠㅠㅠ
저는 나일롱 천주교 신자인데도 오 지저스가 입에서 절로 나왔습니다.
밤에 달과 함께 보는 전동성당과 성모마리아상은 또 분위기가 다르더라구요.
숙소에 짐 풀고 바로 나와서 향한 곳은 조점례 피순대국밥집!
전주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원래도 국밥을 좋아하는데 부산의 돼지국밥은 하얗잖아요?
여긴 빨갛고 얼큰하고 순대도 크고 아름답워.
순대 속을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서 뿌숴가지고 밥이랑 같이 먹어도 맛있고 순대만 따로 쌈장에 찍어먹어도 맛있어요.
저 날은 내장 잡내가 좀 나긴 했는데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완밥!
이거 먹고 야시장을 좀 둘러보려고 했는데 12시까지만 운영한다고...
아까 길만 잘 찾았어도 ㅠㅠㅠㅠㅠ
미안하다 동생아 ㅠㅠㅠㅠ
괜찮아 언니를 믿은 내 탓이지 ^^
맥주사가지고 숙소 평상에서 먹다가 잠들었습니다.
저희가 갔던 곳은 "온고을" 이라는 한옥 민박집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깔끔하니 참 좋아요.
마당에 꽃도 있고 평상도 있어서 귀뚜라미 소리 들으면서 맥주먹으면 지인짜 좋습니다.
강추드려요!
그리고 잠이 드는데....
불안요소 5. 모님의 코골이.
괜찮아. 한시간 걸어다니느라 피곤해서 그렇지 뭐...
다음날 쌩하니 눈떠서 간 곳은 삼백집! 콩나물 국밥!
전주가 물이 맑아서 콩나물 요리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삼백집이랑 현대옥 왱이집 다 가봤는데 전 삼백집이 짱인 듯.
현대옥도 괜찮고요. 근데 왱이집은 진짜 너무 짭니다.
저 되게 짜게 먹는 편인데도 왱이집 국밥은 남길 정도...
국밥은 완밥이 기본 예의라고 배웠습니다.
아침부터 배 든든히 채우고 한옥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경기전 뒷길입니다.
한옥 담장이랑 전동성당의 미묘한 조화가 참 예쁜 듯.
처음 경기전 갔을 때 요금이 1000원이었는데 지금은 2000원인가? 3000원으로 올랐더라구요.
한옥마을 상업화 다 꺼우져 ㅠㅠㅠ
문꼬치, 다우랑 새우만두, 크림호떡, 츄러스 등등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곳이 한옥마을인데.
전 길거리야가 갑인 것 같아요.
이건 진짜 먹어도 먹어도 계속 맛있엉...
빠삭빠삭한 빵 뜯으면서 안쪽의 앙꼬도 같이 베어물면 그 조화가 차암 맛나요.
동생은 크림호떡이 제일 맛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 한입만 주고 나머지는 지가 다 처먹으면서 먹어보란 말도 안하더군요.
맛있게 먹었으니 됐어...
오전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향한 곳은 남노갈비!
맛있는 녀석들에서 먹방을 했던 곳이져 크크
저는 그거 안 보는데 동생이 보고 여기 꼭 가자! 고 해서 가봤습니다.
어머 이런 맛이 다 있나...?
콩나물, 당면, 돼지갈비...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쟈나!
여행의 불안요소가 10개가 넘어가는데도 저희가 안 싸울 수 있었던 건 식성이 기가 막히게 잘 맞기 때문입니다.
헐 마시따. 헐 꿀맛. 헐 짱맛.. 을 외치면서 여행을 하는데 싸울 거리가 생기더라도 다음 끼니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화해하게 된다능
여러분. 인생의 동반자는 식성 맞는 사람으로 찾으세여.
아 이야기가 잠시 샜네요.
저 물갈비 너무 맛있어요 ㅠㅠ
사실 9시에 콩나물 국밥 완밥하고 돌아다니면서 간식으로 문꼬치 크림호떡 새우만두 길거리야 먹었는데 12시에 점심을 또 먹으면
그게 사람입니까. 돼지져.
저는 그 날 2마리의 돼지를 보았습니다.
저거 다 먹고 밥까지 비벼먹었다능....
처음에 콩나물이랑 당면이 수북하게 얹어서 나오거든요.
밑에는 갈비가 깔려있구요.
그걸 보글보글 끓이면 콩나물이 익으면서 폭삭~하게 가라앉습니다.
그 때 돼지갈비를 겁나 카와이하게 잘라볼께요! 하면서 한입크기로 잘라서 콩나물이랑 같이 먹으면
하 이런 맛을 왜 이제야 알았나... 싶더라구요.
너무 배부르니까 맛만 보고 나가자- 했던 곳에서 또 거하게 먹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고창 고인돌 박물관입니다.
괜히 갔어요.
기차타고 관광시켜주는데 사진에 나오는 저 장소가 걍 끝입니다.
가지마여.
고인돌 박물관은 실패했으니 선운사를 가자!!
(위 사진은 아무 의미가 없어보이지만 찍새를 담당했던 모님이 나무 색감이 너무 좋다며 꼭 올려달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어서 올립니다.)
선운사도 그냥 절. 이응이응.
부처님께 오늘 저녁에 있을 로또 걸리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꿈에서 누가 차 번호를 숫자로 불러주길래 번뜩! 해서 샀는데 5000원도 안 걸림.
전 천주교 계속 믿을랍니다.
선운사의 하이라이트는 이거죠!
입구에 작은 매점이 있는데 거기서 뭐 흔히 그렇듯 주걱도 팔고 대나무용품도 팔고 애들 장난감도 팔고 그럽니다.
그런데 복분자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선운사에 왔는데 복분자 원액은 비싸니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해서 고른 이것.
아이스크림인데 쫜득쫜득해. 하.
선운사가 이태리에 있는 줄 알았네여.
로마에서 먹었던 3대 젤라또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미친듯이 이거 진짜 맛있다 하 완전 맛있다 야 대박 맛있다 하니까 동생이 되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언니 다 처먹어라 하고 주더군요.
고마웠어요.............
불안요소 6. 비싼치킨의 식탐.
글이 좀 많이 길어지네요.
지금 사진 반 정도 올린 것 같으니 좀 끊었다 가겠습니다.
2부 예고 : 풍천장어, 영광굴비정식, 증도 짱뚱어탕, 여수 하모유비끼.
장소는 언급도 없이 메뉴만 나열하는 절 보고 이 먹보같으니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