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입니다 가족끼리 모여서 과자를 먹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티비를 보고 계셨습니다
티비 속 아저씨들은 공을 던지고 방망이로 그 공을 때리려고 했습니다
근데 안경 낀 저 아저씨가 던지면 왜 다른 아저씨들은 못 치는 걸까
유치원 다니는 꼬맹이의 생각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꼬맹이는 ob 베어스 회원입니다;;;
꼬맹이에게 한국 최고의 투수는 박철순 아저씨입니다
근데 보니까 안경 낀 아저씨도 매우 잘 던집니다
맨날 나와서 공을 던집니다 한자로 이른 씌여진 팀 아저씨들은 안경 아저씨 공 못쳤습니다
안경 아저씨 펄쩍펄쩍 뜁니다 아버지는 "캬~~ 저 놈 대단하다"
파란 유니폼 팀이 이겼습니다
꼬맹이는 잘 모르지만 안경 아저씨가 없었으면 파란 팀은 못 이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해 둡니다 '안경 낀 아저씨'
꼬맹이는 커서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갑니다
그 때 그 아저씨가 야구장에서 가끔 보입니다
안경 아저씨가 우리 팀의 2군 감독입니다
속으로 '울 팀 선수들도 저 아저씨만큼 잘 던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결국 떠나셨고
언젠가 고향 팀 그 파란 유니폼 팀으로 가시고 싶어했다는 말을 꼬맹이는 들었습니다
그 다음 꼬맹이가 아저씨에 대한 소식을 들은 날은 2011년 9월 14일입니다
아저씨가 공 다시 던지고 싶어서 서둘러 하늘 나라로 가셨다고...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분명 우리 팀 선수도 아닌데 왜 난 울고 있을까
나중에 아저씨 만나면 물어봐야겠습니다 왜 서둘러 가셨는지
"이름이 뭐고?" 하면서 싸인해 주던 안경 아저씨
아저씨의 이름은 최동원입니다
오늘은 2015년 9월 14일입니다
4년 전 오늘 최동원 님이 고인이 되셨습니다
그 분의 불꽃같던 삶이 떠올라 부족한 필력으로 끄적여 봤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시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