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악헌 사람들이 천지 빼까리에 널린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은 때로는 뻔히 질 줄 알면서도 싸워야만 할때가 있습니다. 피지알에 어울리는 예시를 들자면 상대가 드래곤 4스택인 상태에서의 드래곤 한타라던가 크크 아마 모르긴 몰라도 네오 포르테 다크 스웜속 러커 에그 한마리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테란의 백만 대군에 맞써 싸웠을거에요.
저만 해도 학창 시절 내내 싸워본 경험이 딱 두번밖에 없었고, 그 중에 육체적 접촉이 오간것은 한건 한번뿐이었으며, 그 마저도 일방적으로 딱 한대 얻어 맞은게 전부였던 극단적 평화주의자인데, 사회에 나와서는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싸움을 한적이 몇번 있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 또 내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 얻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싸우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대부분의 경우 대상은 조직이었지만, 정말 맘 아프게도 대상이 사람이었던, 그것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었던적도 있어요. 진짜 팡팡 울었습니다. 근데도 어쩔 수 없었어요. 같은 상황이었으면 또 싸웠을거에요.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싸움이 일어나는것도 이제는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커뮤니티라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논쟁이 일어나는것이 당연하며, 그러다 보면 서로 룰을 어기지 않고 인신 공격을 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좀 싸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싸움이 그렇다는것이고,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누가 누굴 때리는 경우 싸움보다는 일방적인 폭력, 이지메가 훨씬 많았습니다. 열번의 폭력중에 싸움은 3번도 안되고 7할은 일방적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싸움의 성립 조건은 이렇습니다.
1. 당사자 쌍방에게 명백히 싸울 의지가 있어야 함
- 우리 대화로 하자는 사람한테 [닥쳐 대화는 시시해 내 주먹을 들어] 라며 주먹을 휘두르면 그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2. 한쪽의 힘이 다른 한쪽에 비해 최소한의 균형조차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진 않아야 함
- 초등학교 5학년이 내 메이플 사냥터를 독점하지 말라고 본인한테 시비걸고 때린다고 같이 줘패면 그것도 역시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부장님이 평사원한테 '야 계급장 까고 얘기해도 되니까 솔직히 말해봐 너 나 맘에 안드냐 이 XX야?' 라고 하는것도 마찬가지로 일방적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쪽이 명백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아야 함
- 보통 만화나 영화에서 적이 감금 포박되어 있는 상황에서 머리를 걷어차는 놈들은 대체로 진짜 싸움이라는것을 해본적이 없는 놈들입니다. 서로 목숨 내놓고 싸우는 전쟁에서도 포로는 못 쏴죽이게 인도 규약이 있습니다.
*. 주고받는 자극의 레벨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야 함
- 서로 유탄 발사기를 겨누고 쏴제끼는 상황은 일방적 폭력이 되지는 않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보통 말하는 '싸움' 의 범주에서는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피지알에서도 보면 보고나서 지나치게 불편해지는 글들은 대체로 리플이 형태는 싸움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저 4가지중에 무엇 하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실제로는 일방적인 폭력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글들이 많았는데
인터넷에서 혹여나 키보드 파이터를 자처하시는 사람이라면 지금 본인의 모습이 진짜 키보드 싸움꾼 검투사인지 아니면 단순한 키보드 강간 살인범인지 내가 지금 누군가와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미 기절한 상대의 머리통을 차면서 놀고 있는건지 잘 생각해보고 구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딱히 폭력행위를 오늘 목격해서 쓴 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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