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것 없이 나이만 들어버린 영화 편집자에게 만감을 교차하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대략 5월부터 8월까지 일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는거. 그리고 그 일들은 대부분 규모가 아주아주 작다는거죠.
이 시즌에 만들어지는 영화들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10월달에 열리는 부산영화제를 끼고 새로운 기회를 얻어 좀 더 편하게 극장에서 상영될 기회를 얻는 것이죠.
저예산 독립영화들에게는 영화제라는 홍보와 기회의 장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 배급망을 타는 것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운좋게 꽤 괜찮은 중소규모 배급사와 좋은 덕담을 나누고 헤어질수도 있고
미처 연락하지 못한 배급사가 서울에서 연락와 미팅을 잡고 배급의사타진을 할수도 있고
극장체인에서 시상하는 상들을 통해 극장을 제공받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물론 아무 성과없이 영화제를 다녀만 오는 경우도 많죠. 영화제 차원에서 배급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려 노력은 하지만 배급은 돈의 문제가 강하게 엮이니 누군가에게
자원봉사를 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죠. 저저번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에서 상을 받았던 <파스카>란 영화는 공개한지 3년만에 드디어 개봉하게 되는 것을 보면 영화제를 간다고 배급, 상영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건 아니란걸 알 수가 있겠죠.
어쨌든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들어버린 저도 올해 작업한 영화가 부산에 가네요.
배급사를 찾아야하는 영화도 있고 이미 대략적인 개봉일정이 확정된 영화도 있습니다.
작년 한해는 통으로 허송세월을 해버렸기에 부산 근처에도 안갔는데 제작년에도 이번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녀왔었죠. 10일간 부산에서 살았었으니 말이죠.
(여기서부터 쓰는글은 약간의 홍보글이 섞이는데 만약 이게 규정에 어긋난다면 삭제하셔도 되고 벌점같은거 먹이시면 잽싸게 삭제하겠습니다.)
두 편의 영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로젝트패기
http://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19240&c_idx=276&sp_idx=410&QueryStep=2
페이크다큐, 혹은 파운드푸티지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공포.. 같은건 아니고 훈훈한 휴먼드라마이자 코믹음악영화입니다.
나오는 음악의 퀄리티는 이상하게 좋습니다.
90년대 음악느낌이고 영감을 받은 대상은... 스포일러이니 생략하죠
논리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감정과 컨텍스트라는 양날개로 설득시키는 영화입니다.
인생의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마법같은 감동을 줄 영화죠.
그래서인지 내부시사의 결과는 호감도가 나이에 비례합니다.
정확히는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가 특히나 좋아하더군요.
어쩌면 부산 아니면 못볼 영화일지도 모르는데 뭐 그러면 또 어떠나요
나이만 들고 이룬거 없는 사람이어선지 편집한거 보다가 혼자 울었네요. 하하하하하
이게 상영되는 섹션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입니다.
보통 기성감독이나 인정받은 예술영화감독, 혹은 다른 예술적 성취를 감독으로 전이하시려는 분들이 가는 곳인데
신기하게 안어울리는 이 영화가 가 있더군요. 장르가 특이해서 그랬으려나요?
2) 돌연변이
http://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19338&c_idx=279&sp_idx=&QueryStep=2
한국사회의 대소사를 관통하는 생선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간 우리가 가졌던 기쁨과 슬픔, 억울함, 허탈함이 한 사람에게 응축되어 있죠.
감독의 영화에 대한 야심만큼이나 높은 완성도를 지닌 영화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꼭 한번은 해줘야할 이야기를 한 영화인걸로 보입니다.
역시나 이 영화의 장르도 앞 영화처럼 하이브리드...가 되겠네요. 근데 웃깁니다. 하하하하하.
예고편도 공개된 영화이니 대충 어떤 영화인지는 많이 아시리라 생각되네요.
이게 상영되는 섹션은 오픈시네마입니다.
4000석 규모의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되는데 여기서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클로즈업으로 배우 얼굴 잡으면 정말 커보인다는 거죠.
예쁜 여배우 큰 화면으로 보고 싶네요.
하아.
내년엔 부산 안가고 추석개봉영화 같은거 PGR에 적고 싶네요.
이상 이룬 것없이 나이만 든 영화편집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