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8/27 05:21:57
Name 웃다.
Subject [일반] 나 회사 그만둔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지 3년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영주권도 신청해주고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든 상황에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였을 때, 대부분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이직하는 거야? 어디로?”

다 설명해줘야하기 때문에 귀찮아 그냥 학교로 돌아간다고 대충 얼버무리게 됩니다.

200 M 대의 적당한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사업/서비스 개발 및 관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배우는 일을 정말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회사 안에서 저는 매우 독립적이었습니다.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회사 대표에게 보고를 하고 회사 대표의 승인이 떨어지면 독립적으로 일을 하였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기회를 준 회사 대표와 오너에게 감사하였습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 클랜전이 끝나기 50분 전 105대 108인 상황에서 9홀을 상대로 삼별을 따내고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회사 대표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둘 의사를 회사 대표에게 말했습니다.

회사에서는 Laid-Off, 권고사직의 형태로 9월 1일자로 회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좋은 근무 환경, 그리고 분에 넘치는 연봉.. 그리고 가족같이 챙겨주던 동료 직원들을 뒤로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이유는

“보다 독립적이고 책임있는 유능한 성인이 되어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결정”을 하고 싶었습니다.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은 것에 고맙지만 더 큰 성장을 하려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그만두게 되니 장기적인 재정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먹다 남긴 음식을 포장해오고 더치페이를 하였습니다.

예전보다는 불편해져도 불평할만한 환경은 아님을 알기에 할 말이 많이 없네요.

P.S.
저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H-1B VISA 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비자는 2016년 9월에 만료가 됩니다.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권고사직을 당하는 경우 회사는 비이민 비자를 소지한 직원에게 Reasonable costs of return transportation 을 제공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제 밤에 모니캄 혜택의 연장을 위해서 4000 마일이 더 필요하다는 메일을 받았었는데..
새로운 시작이 좋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8/27 05:33
수정 아이콘
큰 결정 하셨네요. 귀국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직장 알아보시나요?
15/08/27 05:40
수정 아이콘
단기적으로는 귀국 후 학생비자로 바꿔 파트타임으로 듣고 있는 석사를 풀타임으로 마무리 할 계획입니다.
15/08/27 05:41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그런 점프가 서류처리할 것들이 많을 텐데, 실수없이 잘 이어나가시길 빕니다!
15/08/27 05:4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5/08/27 05:50
수정 아이콘
영주권을 기다리셔도 됐지 않았나..했더니 아직 석사가 없으시군요. 학사만 가지고 영주권 기다리려면 굉장히 오래걸리니.. 저도 H-1B로 일하고 있는지라 남일같지가 않습니다. 앞으로도 잘 되시길 바랄게요!
15/08/27 05:53
수정 아이콘
영주권은 신청하고 LC 를 7월 말에 받았습니다. 회사에 있는 김에 겸사겸사 영주권이나 받아야하지 하는 생각으로 요청한거라 지금은 아쉬운 마음이 많이 없지만.. 나중에 마음이 있다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거라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15/08/27 05:51
수정 아이콘
근데 그 낙하산 인턴과는 어떻게 되셨나요
15/08/27 05:54
수정 아이콘
낙하산 인턴은 그 일을 잘 마쳤고 7월 말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아, 그리고 그 인턴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줬습니다.
수면왕 김수면
15/08/27 07:18
수정 아이콘
이직 및 학업 무탈히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하긴 저도 지금 다른 사람 직장을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말입니다;;
15/08/27 07:27
수정 아이콘
직장 구해도 끝이 아니에요.... ㅠ.ㅠ;;;; 수습 기간, 테뉴어의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매년 성과가 조금만 안 좋아도 연봉 동결에 '너 돈도 못 따는데 정말로 연구실 공간을 그렇게 차지해야해?' 라는 강려크한 압박이 바로 들어옵니다.
밀물썰물
15/08/27 08:01
수정 아이콘
여기에 이런 질문 좀 어색하지만, OrBef님도 전에 공부하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지금도 공부하시나요? 가끔 글 올리시는 것보면 시간이 있으신분이 하시는 것같은데.
아래 아드님 교육에 댓글좀 달려고 했는데 글이 하도 많아서 그냥 생략했습니다. 저도 영어쓰는 나라에 어린아이들 데리고 왔었거든요.
15/08/27 08:09
수정 아이콘
예 저는 이제 공부는 마쳤고 미국 학교에 자리잡았습니다. 처음에 좀 어리버리하다가 업적 쌓는 것이 느려져서 테뉴어 심사를 앞에 두고 전전긍긍하고있지요 ㅠ.ㅠ

참고로, 미국에서 아이 교육 관련한 잡지식 쌓는 것은 미씨USA 가 최고입니다
밀물썰물
15/08/27 08:34
수정 아이콘
그러셨군요. 성공하셨네요. 성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지 모르지만, 하시고 싶었던 일이라 짐작하고 성공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다 컸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을 좀 이야기 할까 했었는데, 딱 한가지만 할께요.
우리가 보긴 아이들이 영어도 잘하고 현지문화도 잘알고 또 하여간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면 다른 것이 있습니다.
영어/언어나 문화는 학교나 친구 또 책에서도 배우지만 부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 등등에게 폭넓게 배우는 것인데 우리아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에게서 한국말과 문화라는 값진 것을 배우기는 하지요.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도 학교에서 친구들이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소개를 받기도 하지만 아버지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우연히 뽑아들기도 하고 아니면 아버지 책장에 오랫동안 꼽혀있던 책 제목이 어느날 다른 곳에서 본다든지 해서 그 책을 보면서 책에서도 배우고 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하고 하지요.
그런데 우리아이들은 이런 기회는 없습니다. 그것이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리를 잡을 때쯤되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나는 이것을 못해준 것이 아쉬운데 너는 네 아이 한테 그런것 해주라고.

마지막으로, 공대에서 근무하시지요? 저도 엔지니어입니다.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돈도 조금 벌고 신랑감 순위에서 별로 위에 있지는 않지만 오래살아보니 나름 장점도 많네요.
15/08/27 08:44
수정 아이콘
어억 한참 선배님 앞에서 무례를 범했네요!

말씀하신 한계가 저도 아쉽습니다. 해서 그걸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아이 데리고 백인 커뮤니티에 여러 방법으로 섞여보려 노력을 했습니다. (북 클럽이라던지 봉사 활동이라던지 영화 동호회라던지, 집에서는 영어 책만 본다던지)

저부터가 대체로 국가나 민족 의식이 약한 편이라서 나름대로는 그럭저럭 섞일 수 있었고, 아이에게도 아예 효과가 없진 않았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래도 결국 외지인이라는 그점을 완전히 넘어설 수는 없더군요. 어쩔 수 없는 것은 빨리 인정하는 것도 지혜 아닐까 싶습니다.
밀물썰물
15/08/27 09:02
수정 아이콘
선배는 무슨, 같이 살면서 배우는 입장아닌가요?
아이들 나름대로 정성들여 잘 키우셨네요. 훌륭한 아버지이십니다.
제가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어제는 아버지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가끔 세계경제나 국제정세와 같은 것을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관심없으니) 그러지 말고, 공구 사용하는법 아니 아이와 같이 차 고치기 같은 사소한 것을 하면 아버지에게서 배우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저부터가 대체로 국가나 민족 의식이 약한 편이라서
사실 저도 그래요. 그래서 밖에 나가 사는지 모르지만.
수면왕 김수면
15/08/27 08:35
수정 아이콘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이게 끝이 아니야라는 느낌이군요ㅠㅠ 잠깐만 눈물좀 훔치구요ㅠㅠ
15/08/27 08:45
수정 아이콘
Welcome to rat race 입니다!???
밀물썰물
15/08/27 09:06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남의 댓글에 길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제가 OrBef님과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시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이게 끝이 아니야라는 느낌이군요"
이것은 아마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가지 않으까 합니다. 아무일도 없다면 순조롭게 간다면 이미 사는 것이 아니지요.
혹시 주위에 이렇게 보이는 분이 있다면 사실 그분은 그렇지 않을 확율이 높고, 어쩌면 그렇게 갈 수도 있는데 그것은 아마 큰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상황이신지 모르지만, 순간순간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으니 그때 할 것을 하면서 노력하며 재미있게 사세요.
수면왕 김수면
15/08/27 12:04
수정 아이콘
별말씀을요; 저도 다른 분 원글에 댓글 단 것 뿐인데요. 여간 인생선배님의 좋은 조언 명심하겠습니다.
*alchemist*
15/08/27 15:51
수정 아이콘
에고.. 화이팅입니다!

저야 회사 비자로 파견 나와 있는거라 저런 걱정은 없어서 다행인데..
대신 환경이 헬이라.. 으어어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583 [일반] [MLB] 대충 포스트시즌의 윤곽이 보이고 있습니다. [15] ESBL4909 15/08/27 4909 0
60582 [일반] 이룬 것없이 나이만 든 영화편집자, 올해도 부산 영화제에 갑니다. [6] Go2Universe4396 15/08/27 4396 6
60581 [일반] 저렴하게 컴퓨터 소음과 발열을 잡은 이야기(후기) [28] 믹스커피9854 15/08/27 9854 5
60579 [일반] [야구] 2차지명회의 팀별 평가 - by 홍희정 기자님 [12] 이홍기6814 15/08/27 6814 0
60578 [일반]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혹은 실무자와 관리자의 구분법. [22] 유유히4519 15/08/27 4519 1
60577 [일반] 정종섭 행자부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습니다.(수정) [79] 마징가Z7364 15/08/27 7364 4
60576 [일반] 갤럭시노트5 구매후기 진짜 짜증이 나네요 [58] Zergman[yG]11871 15/08/27 11871 1
60575 [일반] 바람핀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야기 [87] 치토스31481 15/08/27 31481 22
60574 [일반] “군수님, 노래하면 예산 100억 줄게” [151] 삭제됨12871 15/08/27 12871 12
60573 [일반] [해축] 맨유 챔스 복귀기념 피자 이벤트 하나. [253] SKY925022 15/08/27 5022 4
60572 [일반] [해축] 어제의 bbc 이적가십 및 선수이동 [41] pioren4363 15/08/27 4363 0
60571 [일반] [어플추천] 생활 밀착형 어플 - 멀티 타이머 [13] Zelazny6257 15/08/27 6257 3
60570 [일반] 그 남자의 사정法 [46] 삭제됨8607 15/08/27 8607 17
60569 [일반] 여러분 대기업 브랜드컴 사지말고 꼭 조립컴 사세요 [139] Perfume16180 15/08/27 16180 2
60568 [일반] 딸 취업청탁 논란의 윤후덕 위원, 당 내 징계가 어려울거 같다네요 [44] 만트리안6755 15/08/27 6755 2
60567 [일반] 처음으로 이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27] RnR4737 15/08/27 4737 5
60566 [일반] 내가 좋아하는 EXID 노래 Best 10 [16] 리콜한방5777 15/08/27 5777 2
60565 [일반] 8인조 아이돌 Lovelyz가 완전체로 돌아옵니다. [35] 호구미4771 15/08/27 4771 0
60564 [일반] 슬램덩크 인간관계: 원작의 호칭으로 알아보는 서로의 친밀도 [84] 사장45134 15/08/27 45134 283
60563 [일반] 이센스의 Anecdote. 내가 생각하는 힙합 음악이란 이런것. [41] 만트리안6567 15/08/27 6567 0
60562 [일반] 나 회사 그만둔다. [20] 웃다.7023 15/08/27 7023 3
60560 [일반] 1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 이야기 (5) 스털링 브릿지 전투 [7] 신불해7442 15/08/27 7442 15
60559 [일반] [학술][펌글] 유학생의 영어고민 [7] 수면왕 김수면4708 15/08/27 470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