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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8 15:58:00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호족들의 나라(외전)-꿀물!!
뭐 이거저거 터지는 통에 실제로 올릴 요걸 이제서야 올리게 되네요; 이거 올렸으니..한 두달간 잠수를 타볼까요? 후후후후....

제목에서 예상하셨던 대로 삼국지 최대 중2병 환자, 원술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이전에 손견편에서 서술했던 것과 이후 손책편에서 서술하게 될 곳은 과감하게 뺐습니다. 사실 손가의 강남 지배에 관해서 원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손책 이전까지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정사와 연의에서 동시에 악평을 얻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동탁과 더불어서 상당한 악평을 듣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원꿀물 원술이지요.

후한서에는 원술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짤막합니다.

원술은 본인이 명문가로 유명하다는 것을 아주 자랑스레 여겼으나, 천성이 교만하고 사치스러웠으며 자신만이 고귀하다고 여기며 모든것을 깔보았다.

진수의 평도 역시 딱히 좋지만은 않죠.

원술은 사치스럽고 방자하고 음탕하였으므로, 자신의 일생이 다할 때까지 영화를 지킬 수 없었던 것은 자업자득이다.

뭐 두 평을 통합하자면 "가문빨 외에는 개뿔도 없는 놈이 방자하게 날뛰다가 알아서 죽어준 바보"정도로 말할수 있겠군요.

조조가 내정을 안정시키려고 일을 맡긴 사람 중 하기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당고모는 원술의 친척 형 중 한명인 산양태수를 지낸 원유의 어머니였습니다. 원술은 교유를 시켜 기양을 포위했는데, 조조가 이 곳을 영유하고 있었던 지라 수춘에 피난을 왔다가 원술에게 억류된 하기를 시켜 기양 사람들이 조조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자신을 맞아들이게 설득하라고 하자, 하기는 그를 거부하고 탈출해 첨산이라는 지역으로 숨었습니다.

이후 하기는 조조에게 등용되어 사공연속(사공의 보좌관)이 된 후, 조조가 하기에게 묻습니다.

조조 : 꿀물이 군대가 혼란스럽다는데, 이게 사실일거 같나?
하기 : 하늘이 도와주는 자는 하늘에 순응하고, 사람이 도와주는 자는 사람을 믿는데, 원술은 하늘에 순응하지 않고 사람을 믿지도 않으면서 하늘과 사람의 도움을 바라고 있슴. 도를 잃은 사람은 친척들도 배반하는데 주위 있는 사람들이 충성하겠음?

196년에 이각과 곽사의 각축전을 틈타 헌제가 낙양으로 탈출했지만 그 행색이 눈뜨고 못볼 지경이었습니다. 이 사태를 본 원술은 드디어 그 망상+정신승리가 폭발해 드디어 파멸의 신호탄을 올리게 됩니다.

원술 : 지금 황실이 약하고 전국은 쌈박질 중인데, 우리 집은 4대 동안 삼공의 지위를 누려 백성들이 우리 집안을 떠받드니 하늘과 백성들의 뜻에 순응(....드디어 정신병 판정..)하고자 한다. 뭔말인지 모르겠다고? 나 오늘 부터 황제~ 니들도 찬성하지?

이러한 원술의 중2병에 어처구니가 없던 관리들이 아무도 벙쪄서 말을 못할때 주부로 있던 염상이 입을 뗍니다.

염상 : 주나라는 후직부터 문왕에 이르기까지 덕과 공을 쌓았음에도 오히려 은을 복종하여 섬겼는데, 우리는 아직 주의 융성함도 없고 한나라가 미약해졌어도 주왕의 폭정같은 것은 없으니 그런 미친짓은 하지 마시죠?

원술 : 야! 원래 원씨 성은 본래 진(陣)나라에서 나왔고, 진나라는 순 임금의 후손이야. 그리고 오행상 한은 화성의 나라고 진은 토의 나라이니 오행에 순응함을 얻은거야! 그리고 참문에는 한을 대신할 자는 당도고, 응당 도고인데 내 자가 공로니 그 뜻이 일치해. 이제부터 태클거는 놈 몽땅 다 너 사형이니까 말 들어!

그리고 제호를 세우고 중씨(이것을 나라 이름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중씨란 말은 두번째라는 뜻이기 때문에 순 임금 다음의 제왕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뭐 어쨌든 원술은 결정타로 공경을 두고 교제, 교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이 교제는 황제만이 지낼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제호를 칭한 것에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후궁 수백을 정했는데 원씨 일가는 모두 무늬있는 비단옷을 입고 곡식과 고기를 먹었지만, 사졸들은 군량을 충분히 지급받지 못해 생 물고기와 들풀을 먹어야했고, 백성들은 그것도 먹지 못해 서로 잡아먹다 못해 원술의 세력권인 장강과 회수 사이의 백성들은 그 땅을 버리고 떠돌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미친짓을 한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조조가 협천자를 해 헌제를 받아들이고 허현에 도읍을 지어 헌제를 그곳에 둔 뒤에 후한 조정의 실권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 하남의 구도는 연주와 예주, 사예 지방을 점유한 조조, 남양과 형북을 점유한 유표의 2강, 양주 북방과 회수일부를 점유한 원술과 서주 일대를 점유한 유비, 그리고 강남과 양주 남부 전체를 차지한 손책 3중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당시 여포는 유비의 객장신세였죠.) 그나마도 손책의 경우 원술의 참칭 이전까지는 원술의 세력권 내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원술이 참칭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원술을 버렸고, 조조는 이를 이용하기 위해 의랑 왕포를 보내서 손책에게 토역장군 오후에 봉해서 원술을 공격하라는 조칙을 내리죠.

모든 지역에 의해 고립된 원술은 일단 그나마 상대할만하다고 생각한 유비의 서주부터 집어삼키기 위해 서주와의 접경 지역인 우이와 회음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원술의 공격은 유비에게 저지당해 1개월 동안 이 지역을 돌파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유비는 여포가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결국 원술에게 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술은 서주를 얻지 못합니다.

외교적으로 완벽하게 고립된 원술은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가 오로지 하던 수춘 일대의 경제력이 완전히 고갈된 거죠. 결국 그나마 있던 군세를 끌어모았는데, 망상제왕 원술은 유비도 제대로 이기지 못한 주제에 제 무덤을 파버립니다. 바로 조조가 점유하고 있던 초현과 진류를 공격해 약탈한 겁니다. 원술이 자기 묻을 땅을 파줬으니, 조조는 아예 관하고 삽을 들고 원술에게 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원술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원술은 이미 비슷한 세력일때도 조조에게 쭉쭉 밀려 구강군 수춘으로 밀려났었기 때문에 그는 회수를 건너서 도망가지만 수춘에는 교유, 이풍, 양강, 악취를 남겨 조조에게 대항하도록 하지만 1개월도 안되서 수춘을 깨버리고 포로로 잡은 장수들을 모두 죽입니다.

회수를 건너 도망온 원술은 어느데도 의탁할수 없는 상황, 결국 첨산에 있었던 원술의 부곡인 뇌박과 진란을 찾아가지만 이들 역시 원술이 자신의 군량을 축내는 것에 불만을 가져 3일만에 대어주던 곡식을 끊어버립니다. 결국 양식이 없는 원술은 자신이 "노예의 자식놈"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던 종형 원소에게 의탁하려고 편지를 보내고 청주로 이동하던 중, 조조가 보낸 유비가 조조 휘하 장군인 주령, 노소와 함께 원술을 공격합니다. 원술은 겨우 목숨을 건져서 강정까지 도망했는데 허기진 원술이 가진것은 고작 보리 부스러기 10말 뿐이었죠. 마침 더위가 극심해 목이 마른 원술은 꿀물을 마시고 싶어했지만 고작 보리 부스러기 10말을 가진 사람이 꿀이 있을 턱이 없죠.

결국 원술은 난간 위에 걸터 앉아서 탄식합니다.

원술 : 꿀물을 다오!!!!라고 하진 않았고요.

원술 : 이 원술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구나!!!

결국 피를 한말이나 토하고 죽었습니다. 이후 살아남은 원술의 처자들은 원술의 옛 관리였던 유훈에게 의탁합니다만, 유훈이 손책에게 격파당하고 조조에게 도망가자 손책에게 그대로 잡혀갑니다. 결국 원술의 딸은 손권의 후궁이 되었고 원술의 아들로서 한때 태자가 됐던 원요는 황제의 어의, 어물, 경비, 식사를 맡아보는 소부의 하급 관리인 낭중이 되었고, 원요의 딸은 손권의 아들 손분의 아내가 됩니다.

사실 중국의 통일 원칙은 많은 부분에서 원교근공, 먼데는 화친하고 가까운 놈은 깐다...라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바꿔말하면 먼 놈이 가까운 놈 될때까지는 친하게 지내고, 가까운 놈은 죽어라고 깐다는 건데....원술은 가까운데는 까긴 깠는데 먼데에 있는 세력도 몽땅 적으로 만들어버렸죠.

사실 헌제가 만일 폐허가 된 낙양 지방에 주재하고 어느 누구도 헌제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보면 한 조정이 자기 구실하기 급급할때 칭제했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원소 역시 유우를 황제로 대신 올려서 자신이 한 조정의 실권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고요.

하지만 헌제는 협천자로 인해 안정화가 됐고, 그 협천자를 한 세력은 당시 떠오르던 배트맨...이 아닌 조조였으며, 원술은 자기 잘난 맛에 주변 세력들을 "나를 섬겨야 하는 천것들"이라고 생각해 전국의 모든 세력을 적으로 만들었고, 사치때문에 자세력 내 영지의 경제력을 고갈시켰고, 거기다가 조조가 "제호를 참칭한 역적 원술"이라는 명목으로 하남과 강남의 전체 세력들을 결집시켜 원술을 쳤기 때문에 원술은 재기하지도 못했죠.

원술이 처음에 여포를 칠때, 기록에 따라서 최대 10만, 적게는 3만이라는 병력을 보내서 여포와 유비를 공격하게 합니다. 그러나 조조의 영지인 진류를 건드렸다가 된통 당한 이후, 여포에게 원군을 보낼때 겨우 1천명 정도로 세력이 쪼그라들었죠.

진수의 평처럼 원술을 평가할 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꿀물.

이 아니고요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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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8 16:08
수정 아이콘
유유급 위쪽으로 좀 명망있는 군주 중에
원술만큼 이기는 꼴을 못 본 군주는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Siriuslee
12/10/18 16:44
수정 아이콘
패배한 군주의 묘사야 어쩔수 없다지만, 원술의 행보는 그냥..
남양주는 후한시절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역중 하나였는데, 원술의 수탈로 피폐해지고.. 양주북쪽(장강북쪽)으로 옮긴 후에도 뭐 그닥..

손책을 원술휘하로 본다면, 주위 세력 연예주의 조조, 서주의 유비(나중에 여포와 손잡으려고 했지만), 청주기주의 원소, 형주의 유표 죄다 원술이랑 척진 세력들이죠.
(삼국지11 해보면 안그래도 수춘블러드라고.. 4방에서 몰려드는 곳인데.. -_-)
12/10/18 17:35
수정 아이콘
원꿀은 진리군요 흐흐.
애패는 엄마
12/10/18 21:40
수정 아이콘
원술의 행보는 얼불노의 비세리스 타르가르옌을 떠올리게 하네요
원술의 외모는 좋았나보죠 딸들을 다 후궁과 아내로 맞이 하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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