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10/16 12:55:51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제갈량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아 아끼고 아낀 소재인데 결국 눈시BB님과의 배틀을 신청하기 위해!!!...................................................................는 아니고요. 이참에 좀 딱딱한 감을 풀겸 올려봅니다. 아오 아까워!!!

臣本布衣, 躬耕南陽, 苟全性命於難世, 不求聞達於諸侯,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諮臣以當世之事.

신은 본래 남양땅에서 밭갈며 지내던 미천한 백성이라 구차히 어지러운 세상에서 성명을 보존하고 제후에게 알려져 출세할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선제께선 신을 비천하다 여기지 아니 하시고 외람되게도 스스로 몸을 굽혀 세번이나 소신의 초옥을 찾으시어 당세의 일을 물으셨습니다.

신은 본래 남양땅에서 밭갈며 지내던 미천한 백성
신은 본래 남양땅에서 밭갈며 지내던 미천한 백성
신은 본래 남양땅에서 밭갈며 지내던 미천한 백성

왜 이 구절을 세번 강조하냐구요? 왜냐면 연의가 인기의 극을 구가하는 지난 약 6백년 부터 이 "밭갈며 지내던" 남양 땅이 어디냐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끝이 없는 점 때문입니다.

이대부터 제갈량이 직접 밭 갈던 곳을 궁경지라고 칭하는데, 동양권에서 삼국지의 인기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고금을 막론한 지라 이에 따른 관광 산업을 생각하면 대단한 것이죠.

궁경지 논쟁에서 그 후보는 두군데로 압축이 되어있는데 한곳은 호북성의 양번, 또 한군데는 남양입니다. 사실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아니 남양이란 지명이 떡하니 있는데 왜 분쟁이 생긴거야?"

하지만 골치 아파지기 시작하거든요

원래 궁경지 논쟁은 원나라 때부터 시작된 오래된 논쟁입니다.그런데 삼국시대 이후 육조~남송까지 현재의 남양이 남양 완현이라는 기록이 없는데, 이후 원나라의 남양현지, 남양부지 같은 자료가 남양 완현이 남양 등현 융중이라는 주장이 출현하게 되죠.

하지만 양번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몇가지 이유를 들어 반론을 제시합니다.

1. 서서, 최주평, 석광원, 방통, 마량, 방덕공, 황승언 등은 양양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거기다가 황승언의 큰딸은 양양 호족 괴기의 부인이 되고, 둘째딸은 방덕공의 아들 방산민의 부인이 되었는데, 만일 현 남양에서 살고 있었다면 120km 나 되는 길을 단시간 내에 왕복할 수 있겠는가?
2. 유비의 영지였던 신야에서 융중까지는 60km으로 멀지 않지만 남양은 70km라 1일 이내로 왕복이 불가능하다. 거기다가 남양과 완현은 장수, 조조, 유표간 전투가 자주 벌어진 곳인데 과연 여기서 한가롭게 농사를 지을수가 있나?

이러한 설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중국 정부가 양번을 융중을 제갈량의 궁경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같은 하남성 출신 사학자들마저도 양번 융중설을 지지하고 있죠.

그러나 양번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1. 제갈량전 주석에 인용된 이흥이 쓴 제갈승상고택갈표에는 제갈량의 고택을 면지양, 북쪽에 물이 있고 남쪽에 산이 있다라고 본다면, 면수 이남의 융중은 이에 맞질 않습니다.
2. 현 융중은 강희년간에 만들어 졌고, 명 양양왕의 묘가 융중에 있다. 만일 제갈량의 궁경지면 왜 여기다가 묘를 쓰냐?
3. 악비는 남양 무후사에서 출사표에 대한 제발문을 썼는데 만일 제갈량의 궁경지가 남양이 아니면 뭐하러 여기다가 제발문을 남기겠는가?

이러한 양 지역의 첨예한 갈등은 다음과 같은 시에서도 볼수 있습니다.

마음은 조정에 둘 뿐, 선후주를 구별하지 않아 이름이 천하에 드높으니 양양이냐 남양이냐를 굳이 따질필요가 있는가

청대에 호북 출신인 고가형이 남양 지부로 부임할때 어떤 사람이 고가형에게 묻습니다.

"공명이 은거한 곳이 양양이냐 남양이냐"

그러자 고가형은 저런 시를 쓰면서 진땀을 빼면서 이 논쟁에서 빠져나갈수 있었죠. 하지면 여전히 심하게 다투게 됩니다.

여기에 1990년에 중국 정부가 여기에 기름을 더 부어버리는데, 우리의 우체국격인 중국우정이 삼국연의 특종우표 2세트를 만들었는데, 그중 1장이 삼고초려 였습니다. 그리고 이 우표의 최초발행지를 결정하는 와중에 양번과 남양끼리 서로 다투다가 결국 두곳에서 각자 최초발행식을 치르게 했죠.

거기다 2003년 중학교 어문교재에다가 10년전에 삭제한 융중대를 실었는데 여기에 주석으로 융중은 산 이름이며 현재 호북성 양번에 있다고 적어버려서 활활타는 기름에다가 폭약을 하나 던져줍니다. 이에 남양 사람들은 1만명이 서명하는 항의행사까지 있었죠.

최근인 2008년엔 활활 타다 못해 폭발한 이 불구덩이에 중국 관영언론 CCTV가 핵폭탄을 하나 더 던져넣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호북 양번의 도시광고를 내보냈는데, 여기에 "제갈 궁경지, 산수양번성"이라는 말을 집어넣어서 남양 사람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나타난 것이죠.

근데 정말 웃긴건, 제갈량의 출생지는 이러한 궁경지 논쟁때문에 묻혀 버리고 만겁니다 . 제갈량의 출생지는 현재의 산동 임기현. 다들 처음 들으시죠? 결국 임기지역은 제갈량문화관광지구를 설치, 4평방킬로미터 내에 와룡산과 제갈량이 태어난 생가 등을 복원하고, 이후 제갈량문화관광축제를 개최해서 산업을 유치합니다.

사실 이러한 논쟁은 상당히 많습니다.

몇가지 들면, "방연이 죽은곳","서시의 고향","편작의 출생지","동윤의 옛집" 등이 상당히 논쟁에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보면 옛사람이 현대인들의 돈을 위해서 싸움의 주체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랄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10/16 12:59
수정 아이콘
"신은 본래 남양땅에서 밭갈며 지내던 미천한 백성"

이건 뭐... 장동건 "내 얼굴 못생겼어"급 발언 아닌가요?
swordfish
12/10/16 13:05
수정 아이콘
양번은 양양과 번성이 합쳐져서 된건가요?
알고보면괜찮은
12/10/16 13:06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가 많잖아요. 오수의 개라든가 여러 옛 이야기를 여러 지자체에서 저마다 자기네 땅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고.
눈시BBbr
12/10/16 13:22
수정 아이콘
훗, 도전인가요? (웃음) 받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녹차) 심심하니 받아드리죠 (먼산)

제갈량의 고향까지 저런 건가요;;;;; 낙봉파 정도는 들어봤는데요.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저라도 저런 거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뺏어오고 싶을 것 같으니까요. 돈 때문이라곤 하지만... 지나치지만 않으면 문화 홍보라는 면도 있죠.

일본 사극 볼 때 참 부러웠던 게 그런 거였는데요. 유명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지역마다 홍보하고 그걸 사극 끝난 후 소개하는 거요.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막 국가에 대한 충성 강조하는 그런 거 말구요

아무튼.. .그래도 알리는 게 중요하니 어쩔 수 없는 헤프닝 정도로 봐야 될지, 역사가 그저 돈벌이 수단이 되는 걸 슬퍼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_@
후추통
12/10/16 13:38
수정 아이콘
궁경지 논쟁에서 남양과 양번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있는데요, 양번의 사절단이 일본을 방문했고, 이 사이에 양번은 제갈량의 궁경지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이 결과 일본 대기업의 상무가 제갈량의 광팬이라 나중에 이곳에 이 기업과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합작공장이 양번에 지어지고, 융중을 개발해서 국가관광단지로 만들고 8~10억 위안의 매출을 올릴거라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양의 경우 무후사를 기점으로 한 와룡강문화관광산업단지를 건설했는데 2015년의 매출을 14.35억 위안에 이를거라고 추산하고 있을 정돕니다. 거기다 이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2만여, 그 부수효과로 취업하는 사람은 8만명에 이를거라고 추산하고 있다는 군요. 이정도면 서로 싸울만 한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고 생각될 정도죠...
12/10/16 18:52
수정 아이콘
승상님 저도 좀 도와주세요..
후추통
12/10/16 13:42
수정 아이콘
참고로 1위안은 현재 176.61원, 단순히 176원으로 계산해도 양번의 계획을 원화로 옮기면 1400억이 넘고, 남양의 경우는 2500억원이 넘습니다. 할말이..없죠;;
Love&Hate
12/10/16 14:08
수정 아이콘
코에이 게임하면 조조전인가 거기에서 어린 제갈량이 갈근이형 손잡고 제나라땅에서 형주로 전란을 피해 이사가는 씬이 나옵니다.
그뿐 아니라 삼국지2,3같은 초반 작품에서는
서주나 북해 근처에서 인재찾기를 해야 15세 약관의 소년 제갈량이 튀어나오죠. 형주에서는 못찾습니다.
물론 그 시기 놓치면 청년제갈량은 양양에서 뒤져봐야 하구요.
(그러니깐 시나리오 군웅할거에 서주유비로 해도 일정확률로 제갈량을 얻을수 있단 말씀!!!)

코에이덕후들만 알게되는 제갈량 고향이네요
12/10/16 15:00
수정 아이콘
진짜 제갈승상님은 ... 연의보고 와 .. 안드로 사기야 하고 외치다가 ... 정사보면 어이쿠야 .. 신급이네 하는 생각 밖에 안듭니다. 촉의 경제 활성화, 법 개정, 지역 나누기 부터 시작해서 .. 대규모 북벌을 엄청나게 감행했음에도 파탄나지 않는 경제에 .. 전투에서는 거의 지지 않고, 퇴각전에서도 많은 손실이 없게 했던 엄청난 통솔력에 ... 뭐 이정도 스펙은 되야 .. 천하통일도 못한 나라의 재상이 천하통일 했던 재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거겠죠 ...?
12/10/16 15:11
수정 아이콘
Yang 님// 그러고 보면 정말 유비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갈량이라는 인재를 알아보고 그를 찾기 위해 세번이나 찾아간다는 것은 .. 세력은 약소하지만 그래도 당시에도 영웅이라 불렸던 사람인데 일개 야인을 데려오기 위해 저 정도로 노력한 걸 보면 정말 뭔가 있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12/10/16 15:15
수정 아이콘
내용 삭제
12/10/16 15:32
수정 아이콘
이말년님 웹툰 때문에 '본래 남양땅에서 밭갈며 지내던 미천한 백성'이라는 말이 신뢰가 안 가네요 크크
그리메
12/10/16 16:13
수정 아이콘
제갈느님에 대한 농담 접고 그냥 제 소견에는 남양 땅은 양양의 남쪽을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제갈량의 누나, 장인어른, 벗들과의 관계를 다 종합했을때 양양 멀리 벗어날 수 없었고 어쨋튼 섬기는 분이 아니어도 제갈량은 유표와 관계있는 인척이고 당시 남은 주요 군벌 중 하나인 유표와 멀리 떨어지는 것도 상상히 안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9771 [일반] 상지대학교 총학생회장, 박근혜에게 한방 먹이다. [12] 후추통7676 12/10/19 7676 1
39756 [일반] 호족들의 나라(외전)-꿀물!! [9] 후추통5241 12/10/18 5241 0
39750 [일반]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관한 폭로가 나왔습니다. [18] 후추통7692 12/10/18 7692 0
39747 [일반] 박정희 정권 2회나 북한정권에 유신체제 사전통보 [35] 후추통6387 12/10/18 6387 0
39736 [일반] 호족들의 나라 ④ 원술, 파멸의 발걸음 [14] 후추통7333 12/10/17 7333 0
39718 [일반] 제갈량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33] 후추통10517 12/10/16 10517 0
39714 [일반] 정수장학회 매각 시도에 대한 기사 & 메리 리 BBK 사건 기자회견 [69] 후추통6340 12/10/16 6340 1
39706 [일반] 호족들의 나라 ③ 비호의 비행과 추락 [12] 후추통4942 12/10/15 4942 2
39695 [일반] 이진숙-최필립 간 MBC 민영화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35] 후추통7033 12/10/15 7033 0
39626 [일반] 호족들의 나라 ② 강동의 맹호 [8] 후추통5469 12/10/11 5469 0
39622 [일반] 제가 올리는 정치관련 글에 변명하자면... [117] 후추통6479 12/10/11 6479 6
39605 [일반]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의 강원랜드 기부금 강요의혹 [110] 후추통6675 12/10/10 6675 0
39600 [일반] 호족들의 나라 ① 후한의 헬게이트, 황건적의 난 [10] 후추통6410 12/10/10 6410 3
39552 [일반] 호족들의 나라(序) [8] 후추통5584 12/10/08 5584 1
39540 [일반] 핏줄의 전쟁(1)시작 [4] 후추통4915 12/10/07 4915 0
39490 [일반] 정부 "장준하 의문사 조사권한 없다" 결론 [45] 후추통5115 12/10/04 5115 0
39485 [일반] 한족단일민족주의? 중국의 위선. [25] 후추통4988 12/10/04 4988 0
39461 [일반] 연의의 가려진 세력, 이민족 [44] 후추통7600 12/10/02 7600 1
39438 [일반] 칠종칠금(에필로그)-제갈량의 북벌전략(타올라라~ 활활~) [31] 후추통5955 12/10/01 5955 2
39381 [일반] 참으로 대단하신 검찰 [13] 후추통7910 12/09/26 7910 0
39342 [일반] 칠종칠금(끝)-그때 그 사람들 [10] 후추통5091 12/09/25 5091 0
39297 [일반] 칠종칠금(9)-전후처리 [8] 후추통5364 12/09/23 5364 3
39268 [일반] 쌍용차 문제...그냥 넘기기엔 불가능하겠네요. [30] 후추통5044 12/09/21 504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