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아주 유명한 명언이죠? 지난 12월 3일과 4일의 상황은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초점을 누구에게 맞추느냐에 따라 희극 내지 촌극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해요. 비극인 점은, 그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었다는 점이고, 또, 그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웠던 것 뿐.
어떤 측면에서는 커뮤니티의 명문이 정말 제대로 들어맞는다고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꼬라박을 합리적 시각으로 평가하려니 안되는 거임'이라고 표현되는 그 문장이 지금 이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에게 가장 적확한 단어라고 생각이 듭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드려고 했고, 말도 안되는 상황을 주도했으며, 그 말도 안되는 일을 진짜로 벌여버린 사람들.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합니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지난 1980년의 사건들은 분명, 비극이었습니다. 물론 해피엔딩이긴 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의 희생과 안타까움이 분명 존재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버려야 했습니다.
저는, 90년대 중반 생입니다. 정치적 자유도, (IMF를 살짝 빗겨간) 경제적 풍요로움도 누린 세대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런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세대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세대의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혹은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값을 지불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당연한 것은 없었습니다. 상식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심지어 과학적 사실들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60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고, '태양이 동쪽으로 떠오른다'라는 명제도, 경험과 관찰에 의거한 것일 뿐, 당연한 상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우리가 겪어왔던 것들에 대해,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에 대해 청구서가 날아온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도의 결함이나, 불완전성에 대해서, 혹은 미래의 어떤 상황에 대한 걱정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상식에 대한 청구서인 거라고, 그리고 곧, 그 청구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는, 순수한 희극이길 바랍니다.
제가 이 사건을 봤을 때 느꼈던 비현실적 감각이나, 혹은 조금씩 풀리는 사건에 전말에 대해 제가 느끼는 '말도 안된다'에서 비롯되는 이 웃픈 감정이 끝끝내 '웃긴 상황'으로 유지될 수 있기를.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p.s. 물론 계엄령 자체가 불러온 사회정치경제적 파장을 무시하는 의견은 아닙니다.
p.s. 2. 제발 그러니 가결 좀...
덧. 저는 원래 논쟁이 될만한 거리를 피해다니는 사람인데(구경은 솔직히 해봤지만) 이건 한 3일은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되지 않은 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