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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0 17:20:43
Name Sabu
Subject [일반] PGR을 떠나며..
가입: (2006년 12월 05일 19시 56분에 가입)
닉네임: Sabin / Sabu
Point  1284 점 ( 작성글수 : 0, 코멘트 : 1284 )

98년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긴 올드팬입니다. 아마도 '02~'03 경으로 기억합니다. 디씨 스갤서 눈팅하다가 이곳 PGR을 처음 알게 된 것이. 그 후 오랫동안 눈팅만 하다가 '06년 겨울에 가입했습니다. 가입기준 6년이 넘었고 눈팅포함하면 9년 정도를 여기서 보냈습니다. 눈팅족에서 댓글러로 진화했지만 한 번도 글을 써 본 적이 없었는데 첫 글이 탈퇴인사가 되는군요. 후후.

탈퇴의 직접적인 이유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한달전쯤인가에 어느 글의 댓글로 박근혜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PGR 을 탈퇴하겠다고 했습니다. 박후보당선과 피지알탈퇴는 카트리나와 투아모리의 관계처럼 생뚱맞게 들립니다만, 뭐 그렇습니다. 사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PGR에 댓글 달 시간에 내 밥그릇 좀더 챙기는게 절박해질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_-

탈퇴의 간접적인 이유는 위에 언급한것처럼 내 밥그릇을 챙기는 일이 더 절박하기도 하고, PGR에서 댓글 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에도 PGR에 붙어있는 중독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제 신상에 변동이 좀 생겼고 이전보다 더 책임있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2~3년 내에 소위 말하는 별을 다느냐 못다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이고 딱 한 계단 남았습니다. (물론 그 계단은 엄청 높습니다-_-) 지금처럼 근무시간에 가끔씩 PGR에 접속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래서 탈퇴라는 극약처방을 쓰고자 합니다. 박근혜당선자님 감사합니다 제가 제 이익에 충실하도록 만들어 주셔서.

선게에 올릴까 자게에 올릴까 잠깐 고민했습니다만 선게에 글을 올리니 선거 이야기.. 저의 첫번째 대선은 87년이었습니다. 그때 전 아쉽게도 투표권이 없었지만요. TK의 공무원 부모를 둔 독실한 크리스챤 범생으로 자란 저에게 86년 대학에 입학해서 알게된 현실은 빨간약을 먹은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충격이었습니다.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을 경험하며 맞은 87년의 여름. 6월항쟁과 629선언, 직선제 쟁취의 승리감에 취해 맞이한 87년 대선의 패배는 저를 포함한 수많은 야권지지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때보다 개인적으로는 어제의 패배가 더 충격적입니다. 야권이 하나가 되어 문재인 탑 안철수 서포트 라는 카드로 투표율 75%를 넘기고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제 밤 늦게까지 개표실황을 보며 개표율이 85%가 넘고 박근혜후보가 광화문으로 출동하고 문재인후보가 패배선언을 하고서도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정신이 멍합니다.

문재인 후보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인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었습니다. 후회없습니다. 단지 아쉽네요. 너무나도..
안철수 후보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안후보님의 새정치가 꽃피도록 함께 기원하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자님. 좋은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저는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사실 당신이 차기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만, 부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당신을 지지한 천오백만 이상의 국민들이 기억하는 당신 아버지의 좋은 부분을 되살려주시고 나쁜 기억은 잊혀지도록 바른 정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님, 당신이 서거하시고 나서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겟다고 약속드렸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눈뜨고 코 베임을 당한 기분이네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역사의 한 흐름이니 받아들여야죠. 이제 편히 쉬십시오. 잊지 않겠습니다.

사실 제 계급적 이익을 대변해 줄 후보는 문재인후보가 아니라 박근혜당선자이겟죠. TK 출신, 명문대 졸업, 대기업에서 임원을 바라보는 위치, 새누리당 현역 국회의원 친구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간절하게 문재인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저야 운좋게 가진 것 없이 제 능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왔지만 제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어서요. 저는 동남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대학졸업반 젊은 친구들을 잠시 데리고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해준 말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들보다 영어잘하고 일잘하는 젊은이들이 수없이 많다고, 그런데 당신들이 여기서 직장을 갖게 되면 그런 친구들보다 당신들 월급이 다섯배는 많을 거라고, 왜? 당신들이 한국인이니까. 한국이 힘이 있고 한국기업들이 잘 나가니까 그런 거라고. 만약 우리나라가 필리핀처럼 된다면 당신들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그러니 일 열심히 배우고 투표 잘 하라고. 그 친구들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모르겟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여기 현지인들과 무한경쟁하며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박근혜당선자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 역시 어떠한 자리에 있더라도 기회는 평등하고 결과는 공정한, 결국은 안생기는(응?)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PGR 회원분들께, 최근 몇년간 이곳이 제가 유일하게 댓글을 다는 인터넷 사이트였습니다. 좋은 글을 써주시는 모든 분들과 댓글로 의견을 나눈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댓글러의 권리를 포기하고 눈팅으로 돌아갑니다. 사실 앞으로 두어달은 눈팅도 안하려고 합니다. 보다보면 손가락이 근질거릴 것 같거든요. 어쩌면 참다못해 재가입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요. 만약 재가입을 하는 불상사가 있더라도 PGR 닉네임 Sabin/Sabu 는 영원히 사라지고 또 한명의 무명 눈팅/댓글러가 생기겟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지만 공백이 모자라서 여기 적지는 않겠습니다. 괜히 적고나서 탈퇴후에 누구 빼먹은 걸 보며 마음쓰고 싶지 않아서요. 다들 감사했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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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2/12/20 17:26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젠 제 자신에게 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피지알을 탈퇴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다시 가입하게 될 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요..-_-
모쪼록 별 다시고 나서 다시 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Sabu님도 행복하세요.
12/12/20 17: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하늘에 별은 많은데 다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죠. 임창정용님도 건승하세요.
PoeticWolf
12/12/20 17:35
수정 아이콘
아니.. 사부님;; 이게 무슨..
전 어제 결과보다 이게 더 멘붕이네요 ㅜㅜ
아직 가정에서 남자가 가져야할 이상적인 위치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은데, 이 어인 비보란 말입니까...
탈퇴 안 하시면 안 될까나요.. 잠시 휴식기간만 좀 가지시고요.
12/12/20 17:39
수정 아이콘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가지려면 남아일언중천금이 필수입니다.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해주세요. 울프님 좋은 글 계속 써주시고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건승하시길..
12/12/20 17:39
수정 아이콘
결국엔 다시 돌아오시리라 예상해봅니다... 또 뵐 수 있으면 좋겠군요.
JunStyle
12/12/20 17:40
수정 아이콘
와우와 PGR 은 끊지 못하죠. 잠시 쉴뿐.

다시 뵙겠습니다. 꼭 승진 하시구요!!!
12/12/20 17:47
수정 아이콘
하긴 담배도 아직 못 끊은 주제에 감히 PGR을 끊겠다고 하는 게 만용이겟죠?
그래도 담배끊으려면 주위에 의지를 많이 알려야 도움이 된다니 제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PGR 첫글을 탈퇴인사로 합니다. --;;
12/12/20 17:47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잠시만 쉬시고 꼭 돌아오세요..
앞으로 어떻게든 해봐야겠죠..
Kemicion
12/12/20 17:50
수정 아이콘
필리핀에 머무시는 듯 하군요. 가시는 마당에 같은 처지를 만나니 반갑네요.
말씀하신 부분 저도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국적 하나만으로 우리가 얼마나 큰 혜택을 얻으며 사는지.

피지알은 끊으시더라도, 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열망은 끊지 않으시길.
12/12/20 17:59
수정 아이콘
아 그냥 예전에 잘나가다 지금 무너진 나라의 예로 필리핀을 든 건데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전 벳남입니다.
12/12/20 17:56
수정 아이콘
저는 아이디를 많이 바꿨지만 흐흐 아이디 많이 뵈신 분 같은데..
반드시 다시 돌아오실 거라고 봅니다 이만한 사이트 없죠 흐흐

걸어가시는 앞날에 좋은일만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12/12/20 18:05
수정 아이콘
저도 많이 뵌 닉넴이네요.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
12/12/20 18:24
수정 아이콘
저도 일단 설날 전까진 눈팅만 하던가 아니면 잠시 쉴 예정입니다. 제가 약속한 것도 있으니...
이 댓글이 당분간 마지막이 되겠네요.
12/12/20 20:07
수정 아이콘
모두들 잘 추스리시고 건강하세요. '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전 이만 사라집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2/12/20 23:07
수정 아이콘
기억하겠습니다. 이루시려는 바 꼭 이루시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때 뵐수있기를..
12/12/21 09:4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인생은 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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