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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2/03 11:20:32
Name 에반스
Subject [일반] 아이를 돌보고 왔습니다.
네. 제목 그대로 입니다.
저희집은 가족이 따로삽니다. 누님 2분중 한분은 결혼해서 집을 구한상태이고, 또 한분은 아버님이랑 저랑 삽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자그마한 어린이집을 하고 계십니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0-3세 사이의 유치원을 가기에는 너무 어리고, 맞벌이를 하는 어머님들을 대상으로하는 어린이집이죠.

뭐 전부 서울내에서 이루어지는 상태이지만 이정도면 기러기 가족이죠.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어제 어머님이 아침일찍 문자를 하셨더군요. ' 도와주러 오는 선생이 오늘 일찍 퇴근을 한다고 하는데, 누님 2분은
전부 시간이 안된단다. 너밖에 없다.' 라고 말이죠. 회사도 쉬고, 생기지도 않는 마당에 놀러가자고 꼬시는 놈들도 없고, 그래서
냉큼 달려갔습니다.

0-3세 사이의 영아는 낯가림이 상당히 심합니다. 물론 아닌아이들도 있습니다만, 낯선사람을 보면 무조건 일단 웁니다.
네.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층문을 열자마자 애들이 저를 보자마자 바로 울기 시작하더군요.
낮잠을 잔 이후라 울고나서 자지도 않습니다. (항상 12시에 식사를 한뒤 한참 놀다가 2시즈음해서 0-3세 아이들은 항상 잔다고 합니다.)
대충 상황정리가 된 후에 저에게 아이 한명이 맨투맨으로 부여되었습니다. 낯가림이 없는대신 관심을 안가져주면 항상 운다고 하더군요.

얼추 30분후에 갑자기 이유없이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다른아이를 봐주느라 어머님은 저의 헬프에 전혀 무관심하게 알아서 하라는
전언을 남기셨고, 그때부터 제가 알고있는 모든 상식을 동원했습니다. 온갖 장난감을 다 들이밀어서 관심을 유도하거나 아이를 업고
열심히 뛰어다녀보기도 했지만 (후에 안 사실이지만, 방송에서 나오는 아이를 안고 토닥거리는 전형적인 모습은 절대 육아에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습관이 들어서 아이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절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결국은 자기가 지쳐서 울음을 그치는
선에서 마감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정말 잘 놀았습니다. 자주 물건을 바꿔서 아이의 시선을 고정시키는게 해법이더군요.

2시간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습니다만, 왜 방송매체에서 '육아' 를 주제로 예능프로그램을 짜는지 이제야 알것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엄마 되기' 는 정말 어려운것 같습니다. 괜사리 저희 어머님에게 존경심도 들었던것 같고, 좋은경험을 한것같습니다.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입니다만, 아직도 어린아이들은 순수한 아이들이 너무나 많은거같아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할수 있었습니다.

피지알 여러분도 어린 조카나 사촌동생이라도 계시면 자주 놀아주세요. 나이차와 상관없이 '동감' 이라는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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휀 라디엔트
08/12/03 11:30
수정 아이콘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아기를 성인으로 길러낸다는 것만으로 어머니란 존재는 정말로 존경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봅니다.
(아버지들은...좀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겠죠....에혀....)
저 또한 이런 마인드이기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어머니나 임산부에게는 노약자보다 더한 대우를 해드리려 노력합니다.

불현듯...2년전 임산부인줄 알고 자리를 양보해드린 여성분이 생각나네요...그분은 어디서 무얼하고 계실지...잘 살고 계시겠죠...
08/12/03 11:35
수정 아이콘
아이를 갖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회에서 배척당한 무책임한 감정들과 비논리들을 자신을 위해 남겨두며, 자신의 분신에게 투사하고 만다.
08/12/03 13:28
수정 아이콘
휀 라디엔트님// 아내가 만삭인 몸과 3살난 아들을 데리고 버스를 탈 때가 가끔 있는데 요즘엔 양보 안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더군요
젊은층에서는 더 양보가 없고 오히려 그 어려움을 알고 계신 아줌마들이 양보해준다고.....


그리고 아이들과 놀아준다는게 정말 쉬운게 아니죠
지쳐 쓰러져 잠들때까지 놀려고 뛰어다니는게 아이들이라 같이 장단맞춰주면 금새 숨이 차오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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