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80명의 희생자가 생길 가능성을 막기 위해 1명의 희생자를 내 손으로 쏴야 한다면?]입니다. 그래서 글 제목에 트롤리 딜레마를 집어넣은 거구요. (물론 트롤리 딜레마보다 더 디테일한 배경 설정이 여럿 들어가 있습니다) (작중 등장 인물과 그들의 직위, 명칭등은 나무위키를 참고했습니다) 이하 밑으로는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대부분의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a. 영국-미국-케냐 3개 나라가 합동으로 테러리스트를 생포하는 '왜가리'작전이 시행됩니다.
무려 6년간 추적한 테러리스트들이죠. 미국에서 드론을 운용하고, 그 작전을 지켜보는 정치인 및 영국 군인은 런던에, 실제 작전은 케냐에서 진행되죠.
b. 동아프리카 최고 지명수배자2, 4, 5번이 한 자리에 모이는 크나큰 기회가 옵니다.
그런데 예상 한 것과 달리 테러리스트들이 중립지역이 아닌 극단주의자 우세 세력 지역에 들어가는 바람에
생포를 시도할 경우 너무 많은 사람이 죽게 될수도 있어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거기에 현장요원을 보내 초소형 드론으로 집 안을 촬영하다가 뭔가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수십개의 소형 폭탄과 조끼 2벌. 지금 이 테러리스트들(미국 국적 1명, 영국 국적 2명)은 잠시 후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하려는 거였죠
c.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공중에 띄워놓은 리퍼 MQ-9에 2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는 상황이니 저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에게 지옥불을 내리꽂고 작전을 끝내 집에 가면 되겠군요. 그런데 영화는 관객의 이런 생각에 딴지를 걸기 시작합니다.
(1). 원래 생포 작전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암살 임무로 바뀐다고?
게다가 케냐는 미국과 영국의 우방국인데 전시상황도 아닌 때에 우방국에 드론 공습을 한 전례가 있나?
게다가 폭격 대상이 영국인 2명이랑 미국인 1명인데? 여기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니 윗선에 상향보고를 해야 한다. 라는거죠.
(2) 법적으론 문제 없다 vs 정치적으론 지뢰밭에 걸어가는 격이다. 라는 의견이 충돌하자 또 다시 상향 보고를 합니다. (사실 책임회피의 성격도 좀 보이긴 합니다). 어렵게 영국의 외무장관에게 연락이 닿자 외무 장관이 한마디 합니다. '미국 국무장관한테 좀 물어보고 결정합시다'
(3) 공이 미국 국무장관한테 넘어왔습니다. 지금 베이징에서 중국인들과 신나게 탁구를 치고 있네요. 전화를 받자마자 국무장관은 이야기합니다. "미국 시민권이 보호막이 아닙니다", '테러리스트에 합류한 순간 미국의 적입니다" "동아프리카 수배명단 2,4,5번이 한 자리에 있는게 사실이라면 (폭격에)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보냅니다" 국무장관이 시원하게 폭격해도 된다고 허락을 내려줬으니 이젠 폭격을 해도 되는 거겠죠?
d. 이제 법적 문제도 해결했(다치)고,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정치적 부담도 덜었으니 폭탄을 떨어뜨리고 집에 가서 쉴 일만 남았네요. 그런데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문제가 생깁니다.
폭격장소 옆에 살던 민간인 소녀가 엄마가 구운 빵을 팔기 위해 옆에 좌판을 차린 겁니다.
이에 드론 조종사(중위)는 그 민간인 소녀에게 갈 수 있는 부수적 피해치 재산정을 요구, 대령에게 원칙을 들이밀며 시간을 법니다.
e. 작전부에선 초소형 드론을 현장에서 조종하던 현장요원에게 '가서 빵을 다 사버려라' 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빵을 다 팔면 소녀가 집에 갈테니까요), 빵을 다 사기 직전, 요원을 알아본 극단주의자에게 요원이 거의 죽을뻔하며 쫓겨납니다.
f. 피해치를 다시 계산하자, 헬파이어 미사일의 폭발과 테러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폭탄이 같이 터질 경우 소녀가 죽을 확률은 65~75%, 폭탄 조끼가 테러에 사용되서 쇼핑몰에서 터질 경우 80명이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작전을 실행하던 높으신 분들은 여러 설전을 벌이죠
(1) 거리에 아무도 없을 때 미사일을 쏘는 것과 아이가 죽을걸 알면서 미사일을 쏘는건 엄연히 다르다.
vs
귀여운 여자아이라고 해서 판단력을 흐리지 마라
(2) 이 와중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 법률고문이 연락오네요.
"지금 단 하나의 '부수적 피해' 때문에 동아프리카 테러리스트 수배명단 2,4,5번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데 폭격 안하고 이러고 있는 겁니까? 여러분들은 지금 논쟁의 적정선을 넘어섰습니다", "이 작전이 실패해서 폭탄이 쇼핑몰에서 터지면 백악관과 펜타곤이 가만있지 않을겁니다"거의 반 협박이죠.
(3) 애가 빵을 다 팔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법적 근거가 있다 vs 지금 당장 트리거를 당겨야 할 법적 근거도 있다.
빵이 팔릴 때 까지 기다릴 순 있지만 꼭 기다릴 필요는 없다 vs '군사적으론' 기다려선 안된다.
(4) 지금 이 문제를 해결 안하면 80명이 죽을 '수도' 있다 vs 지금 미사일을 발사하면 저 애 1명이 죽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5) 아이를 살리면 80명이 죽을 수도 있는데? vs 나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저 아이를 살리겠다
(6) 만약 쇼핑몰에서 폭탄이 터지면 외무장관인 내가 TV쇼에 나가서 진땀 흘리며 해명해야 한다.
vs
무고한 80명을 죽인 테러리스트들을 비난하는 것이 무고한 아이 한 명을 드론 공습으로(우리 손으로) 죽인걸 옹호하는 것보단 낫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저지르면 선전전에서 영국, 미국이 승리 vs 영국, 미국이 무고한 아이 1명을 죽인게 알려지면 테러리스트들이 선전전에서 승리) (선전전은 명분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7) 외무 장관 "지금 이 작전 영상이 외부에 새서 유튜브에 올라갈 가능성은 없나?"
작전을 진행하던 영국 장군, "없습니다. 유튜브 포스팅까지 신경써야 합니까?"
외무장관, "유튜브 영상 단 하나 때문에 혁명이 나는 수가 있습니다"
f.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자 외무장관은 영국 수상의 승인을 얻어야겠다고(...) 합니다. 이쯤 되자 지금까지 상향보고에 상향보고에 상향보고를 마친 사람들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죠. 테러리스트들은 조끼에 폭탄을 장착하고 성명 발표 영상을 찍고 있는 와중에 그 옆에선 어린 아이가 빵을 팔고 있고 (그래도 빵이 하나씩 하나씩 팔리고 있습니다) 이 일에 대해 영국 수상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런데 여기서 설상 가상으로 집안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찍고 있던 초소형 드론의 배터리까지 나갑니다. 이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용캐 수상에게 대답이 돌아오는데, "사상자를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라" 작전을 지휘하던 사람들은 이제 육두문자를 내뱉기 직전입니다. 그걸 대체 어떻게 해석하라는겨?
g. 한편 6년동안 이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해오던 미군 대령은 조바심이 난 나머지 피해치를 계산하는 요원에게 어떻게든 피해치를 최소화하라고 반협박, 닥달합니다. 아무리 낮춰봐도 최소 45에서 최고 65% 확률로 소녀가 치명상을 입는다고 나오는데 말이죠.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대원은 치명률이 45%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합니다. 대령은 이렇게 데이터 마사지를 거친 자료를 상부에 보고하고,
이만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 작전부는 공격을 허가합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이 모여있던 집에 헬파이어 미사일이 꽂히죠. 영화가 시작하고 1시간 20분만에요.
h. 결국 빵을 팔던 소녀는 치명상을 입고,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려와 아이를 안고 누구든 제발 이 아이를 살려달라고 절규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리스트들이었죠. 테러리스트들은 트럭에 실려있던 무기도 버리고 아이가 누울 공간을 마련한 후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녀는 병원에서 사망하죠.
I. 이제 임무는 완수됐습니다. 모두들 힘든 하루를 보냈으니 이제 집에 가서 쉴 차례네요. 하지만 이 작전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정무의원은 미사일 발사를 주장한 장군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그 의자위에 앉아서 안전하게 이 모든 일을 해내셨네요", "오늘 일어난 일은 참으로 수치스러웠습니다" 그러자 장군은 이야기 합니다. "당신이 오늘 커피와 비스킷을 먹으면서 본 그 장면은 참혹했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저질렀을 일은 더 참혹했을 겁니다." "절대로 군인에게 전쟁의 대가를 모른다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2) 이 영화를 하이테크 무기가 등장하는 테크노 스릴러 혹은 액션 영화로 기대하고 봤다가 대체 미사일은 언제 쏘냐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엔 '아, 원래 내가 기대한 그런 영화가 아니었구나, 그래도 재밌는데?' 이러면서 봤거든요.
12명의 성난 사람들 삘도 살짝 나고요. 그 영화는 시원한 사이다지만 이 영화는 고구마 한 포대를 물 없이 먹은 먹먹함이 드는게 차이점이지만요.
3)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전쟁은 결국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부수적' 피해는 따르기 마련이고요.
여기에 얽힌 정치적, 법적, 윤리적 이슈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상황을 보여준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높으신 분들은 그냥 '그래서 외국인 애 하나 죽는게 어때서?' 라고 뭉개고 발사하라고 명령할 것 같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20LkYvEZOZs&ab_channel=TheYoungTurks 위 유튜브 링크는 정말정말정말정말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셔도 보는 사람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문구가 한번 더 뜰겁니다.
4) 구글에서 1200원 밖에 안하니 시간 나시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스토리가 거의 다 위에 적혀있긴 하지만 글로 읽는 것과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은 또 다른 맛이니까요. 제가 글을 드럽게 못 써서 전달력이 떨어지고 내용상 좀 놓친 것도 있는지라...
만약 '나는 한글 자막이 전혀 필요 없다!' 이런 분이시라면 그냥 유튜브에서 공짜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작중 아이의 아버지는 광신도를 이웃으로 두면서도 딸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준 아버지였습니다.
주변사람들이 광신도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아이에게 했고요. 이제 그 아이는 죽었고, 아버지는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테러리스트 광신도 집단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될 지도 모릅니다. 증오의 연쇄작용이 새롭게 시작되는 거죠
(수정됨) 지금 저 테러리스트를 죽이고 소녀를 죽인결과로 더많은 테러리스가 생기고 미래사람 좀더 죽이고 현재 살고있는 사람 더 살리기
vs 현재 저 테러리스트와 소녀를 살리고 현재 살아있던 사람들 죽이고 미래사람 살리기
이렇게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국내여론이 어느쪽이든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면 후자를 선택하긴 할 것 같습니다.
살릴수 있는데 만약 죽였다는 여론이 강한 세상이다면 전자를 선택할거구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책임 회피일까요.
근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에는 저렇게 세련되게, 80명을 구하기 위해 한명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고하고 자시고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사실은 미국 대통령이 죽지 않으려면 평민 80명이 죽어야 한다고 했을때, 80명이 죽는게 낫다고 생각할구도 있기도 하고요.
LA폭동때 한인타운이 습격 당하게 된 이유가, 백인가를 빡세게 보호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한인타운의 경계를 느슨하게 해서 사실상 시위 방향을 유도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마당에요.
우리의 생각보다 사람의 값어치는 훨씬 더 싸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값어치를 산정하는 방식도 꽤나 불평등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구나 그런 선택의 상황이 되면 그렇게 값을 매기고 계산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잘못을 묻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