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7/11 06:46:19
Name 실제상황입니다
Subject [일반] 영화 "유전"의 제목이 유전인 이유 (수정됨)
이번엔 구구절절 하지 않고 진짜 딱 제가 느낀 부분만 가볍게 한번 써보겠습니다.

오늘도 그냥 대충 읽어주십시오.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썰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쉽게 써보는 영화 "유전" 리뷰, 여기서부턴 스포입니다.





영화 개봉 당시 이런 얘기가 꽤 있었죠.

왜 제목이 유전이냐고.

차라리 세습이 맞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유전이라 했던 게 보다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자유의지의 부재와 운명론적 세계관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피터가 영매로서 파이몬의 그릇이 된 까닭은 세습이나 대물림 때문이 아니죠.

초월적 법칙, 곧 운명에 의한 인과일 뿐이지.

장로교 식으로 말하자면 예정입니다.

인위마저도 초월자의 설계도 안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속 인물들이 감독의 설계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말하자면 아리 애스터가 바로 엘렌입니다.

혹은 그 엘렌을 조종하는 파이몬일지도?

역을 맡은 배우들조차 그저 감독에게 사주받은 악마들일 따름이구요.

악마들이 캐릭터 속에 빙의해 그 인물들을 가지고 놀며 감독에게 봉사한단 거죠.

캐릭터 입장에서 보자면 연기자란 그런 존재들인 겁니다.

영화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그렇습니다.

각 인물들은 영화가 촬영되고 편집되어 상영되는 동안 삶을 농락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인생에 대한 알레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객체이지요. 미드 웨스트월드 식으로 비유 들자면 우리는 호스트입니다. 게스트들에게 유린되곤 하죠.
(그러고 보니 혹시 손 더 게스트라고, ocn에서 방영됐던 오컬트 드라마 기억하십니까?)

본작의 공포와 허망함이란 바로 그런 지점에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세습이 아니라 유전이란 거지요.

뭐 자유의지 부재니 운명론이니 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


ps.
코파 결승까지 이제 2시간 정도 남았네요.
기다리다가 할 일도 없고 해서 뻘글 하나 써봤습니다.
메시는 국대 무관의 운명 따위 극복해내리라고 믿습니다.

image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7/11 08:59
수정 아이콘
유전은 머리 떨어지는 컷과 천장 해드뱅잉 컷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아요
21/07/11 09:15
수정 아이콘
차에서의 그씬은 제가 봤던 어떤 영화보다도 무서웠어요
헤븐리
21/07/11 10:05
수정 아이콘
제가 요새 아무리 무서운 영화를 봐도 "음.. 좋은 상상력이었다." 하고 끝났었는데 유전은 오랜만에 섬찟했습니다.
21/07/11 10:08
수정 아이콘
엄청난영화였습니다
쁘띠도원
21/07/11 10:12
수정 아이콘
해로운 정치짤이다!
돌아온탕아
21/07/11 10:3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구로시와 기요시의 큐어 이후에 제일 인상깊게 본 공포영화였습니다. 미드소마도 유전만큼은 아니었지만 훌륭했고요. 앞으로 작품들도 정말 기대되는 감독이에요.
실제상황입니다
21/07/11 11:11
수정 아이콘
호아킨 피닉스 주연으로 4시간짜리 악몽 같은 초현실 코미디 찍는다는데... 여러모로 기대됩니다
21/07/11 10:47
수정 아이콘
보러 갔는데 영화관에 혼자였어서 아주 실감나게 잘 보고 온 기억이 나는군요..
타란티노
21/07/11 12:12
수정 아이콘
아리 애스터는 축복입니다
21/07/11 12:13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는 거의 안보는데 유전은 재밌게 봤습니다.
위너스리그
21/07/11 14:16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고 인상깊게 본 영화였는데
또 다른 생각할만한 관점을 제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흥미롭고 공감가는 관점이네요
21/07/11 16:47
수정 아이콘
간만에 취향저격하는 감독이 나왔어요
미드소마도 너무 재밌게 봤고, 차기작도 엄청 기대됩니다.
파랑파랑
21/07/11 17:00
수정 아이콘
인생 최고의 공포영화, 킹갓유전 후후
21/07/11 19:13
수정 아이콘
스포라서 본문은 안 읽고 내렸는게, 유전 많이 고어한가요?
실제상황입니다
21/07/21 01:32
수정 아이콘
댓글 이제 봤네요. 비위가 약하시면 살짝 고어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머리가 잘리는 장면... 까지는 안 나오지만 잘려 있는 머리랑 머리가 잘려 있는 신체 묘사는 나옵니다. 자기 목을 날붙이로 찌르는 거 몇번 나오구요. 그리고 비둘기 목 자르는 거 나옵니다.
이터널 선샤인
21/07/11 19:58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 정말 싫어하고 보는거 안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아리 에스터 감독 영화는 보게 되더라고요(?)
이시하라사토미
21/07/12 07:54
수정 아이콘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엘렌이 가위로 새 목자른거랑 전봇대에 부딪혀서 죽은장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494 [정치] 홍준표 "징병제 폐지하고 모병제·지원병제 실시하자" [157] Cafe_Seokguram19648 21/07/12 19648 0
92493 [일반] 중국 반도체 굴기의 위기 [136] cheme27365 21/07/12 27365 113
92492 [정치] 여전히, 하나마나한 말을 하거나 선악 정치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71] Alan_Baxter17928 21/07/12 17928 0
92491 [정치] 최재형 전 감사원장, 오늘 현충원에서 대선 출마 공식화하나? [55] 나주꿀19100 21/07/12 19100 0
92490 [일반] <랑종> - 좋든 나쁘든, 한 시간 반의 롤러코스터(스포) [19] aDayInTheLife12803 21/07/12 12803 2
92488 [일반] 랑종 유료 시사회 소감 (바이럴에 당했다 2) -미세먼지 스포- [37] Skyfall15754 21/07/11 15754 5
92487 [일반] 미국이 신장위구르의 인권탄압 문제를 계속 알리는 이유.ytb [52] VictoryFood18649 21/07/11 18649 3
92486 [정치] 헬스장에서 강남스타일틀면 방역수칙 위반입니다. [60] 최강한화18678 21/07/11 18678 0
92485 [일반] 일본 버블시대의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를 들어봅시다 [46] 라쇼27570 21/07/11 27570 12
92484 [정치]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큰 거 오나? 큰 거 온다? 어? 네가 왜 와? [51] 나주꿀14002 21/07/11 14002 0
92483 [정치] 통일부 존치에 대한 몇가지 생각 [66] 삭제됨14398 21/07/11 14398 0
92482 [일반] 이 웹소설 재밌네요. [22] 피를마시는새12875 21/07/11 12875 1
92481 [정치] 윤석열의 지지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21] ioi(아이오아이)13878 21/07/11 13878 0
92480 [정치] . [111] 삭제됨18802 21/07/11 18802 0
92479 [일반] 영화 "유전"의 제목이 유전인 이유 [17] 실제상황입니다16959 21/07/11 16959 2
92478 [일반] 지하주차장 테러사건 민사소송 현재상황 [36] Lovesick Girls22840 21/07/11 22840 102
92477 [일반] [팝송] 치트 코즈 새 앨범 "HELLRAISERS, Part 1" [2] 김치찌개9273 21/07/11 9273 2
92476 [일반] (약스포)영화 '랑종' 후기(바이럴에 당했다) [55] 청자켓21821 21/07/10 21821 8
92475 [일반] 일부 미니멀라이프 유튜버에 대한 비판 영상 [43] 양말발효학석사21703 21/07/10 21703 6
92474 [정치] 다음주에도 확진자가 늘어날 것 같은 확진율 추이 [30] VictoryFood16104 21/07/10 16104 0
92473 [정치] 윤석열은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111] 잉명20449 21/07/10 20449 0
92471 [일반] 오개념을 불러 일으키기 좋은 단어 진화(evolution) [73] 이는엠씨투16099 21/07/10 16099 19
92470 [일반] 학교는 못가는데 학원은 가는 방역 정책의 당위성과 코로나 2년차의 학교. [120] 조커8225234 21/07/10 25234 6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