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8/30 09:47:45
Name Lighthouse
Subject [일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의지력과 그럴수 없는 의지력. (수정됨)
의지력이라는 말은 요새 들어서 정말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나는 내 자신의 의지력을 성찰하며 인간의 신비함을 느끼곤 한다,

의지력이란 과연 인간 자신의 힘으로만 컨트롤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너는 의지력이 부족해, 라는 말이 과연 정말로 맞는말일까?

단순히 이 질문에 대해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말로 반박하기 보다는 내 자신의 예로 접근하고자한다.


정말 별 것도 아니지만, 두가지를 비교하고자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것에 대해.


학창시절 나는 시험날에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미리 예습을 하고 가기로 계획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밤 2시경에 잠에 빠지기전에 알람을 무려 5번, 6시. 6시 15분, 6시 20분... 이런식으로 맞춰놓고 잠에 들었다.

결과는 어떨까?


당연한 말이지만 자다가 비몽사몽 깨서 다시 잠들고 11시경에 일어나서 예습다운 예습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시험을 치뤘다.


이경우 난 의지가 부족했던 것일까?


다른 예를 살펴보자.

나는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내 주위에서 나를 깨워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고 내 스스로 일어나야했다.

예를 들어 바로 얼마전에 나는 공항에 내 아는 사람이 오기로 해서 아침일찍 일어나서 픽업을 하러 나가야했다. 그 시간은 바로 아침 8시.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문제는 그날밤 나는 일이 있어서 새벽 4시 취침을 했어야했다.


과연 4시간만 자고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난 잠에 빠져들었다.

마찬가지로 알람은 7:30에 여러번 울리게 맞추어놓았지만... 알람을 끈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깊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눈이 떠지고 바깥을 보자 이미 해가 올라와있었다.

만약 내가 늦잠을 잤다면 도착한 사람은 공항에서 하염없이 날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시간을 보자

8:30분, 내가 일어나기로 계획한 시간이였다.

알람을 맞춰놓은 7:30에 일어나 알람을 끈 기억도 없지만, 넉넉하게 준비할 시간은 아니나, 늦지 않을 시간인 8:30에 눈을 뜬것이 신기했다.


내 의지력이 나를 깨운 것일까? 최소한 알람이 날 깨운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한적이 많은 것같다.

반드시 7:30 에 일어나서 해야할일을 해야겠다 고 생각하지만 일어나지 못하거나

그 전날밤 3시간밖에 못자서 일어나야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는 일어날 수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는 경우.


이건 정말 단순한 예이기때문에 이 것만을 가지고 인간의 의지력이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하는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의지란, 인간의 능력만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만은 아니라고.


흔히들 우리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거기에 닿지 못했을때 우리는 의지력이 부족한다고 자책한다. (최근에는 의지력이 아니라 아예 태생이 안된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의지력이라는 것자체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때 나타나는 의지력과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의지력. 이 두가지 의지력은 같은 것일까? 하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다른 것도 자신의 의지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내릴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게 있다면..

내 자신의 의지력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점일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어제 4시간만 자고 아는 사람을 공항으로 픽업하러 갈 수 있었던 나의 의지력이
내일 4시간만 자고 아침에 중요한 미팅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끔 발휘가 되란 법은 없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멘토는 어쩌면 인간에게 의지력이란 하루에 정해진 총량처럼 있는데, 일정량이 넘어서면 의지력이 바닥나서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그게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어찌됬건 의지력이란게 단순히 우리 생각처럼 우리의 능력안에 있다고 생각하는건 오산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일있을때 늦게 잤다가 늦잠자서 못했는데 또 다른 일 있을때는 칼같이 일어나는 제 몸이 제 스스로도 잘이해가 안가서 뻘 글적어봤습니다 크크.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을 하는 것이 무의식속에 잠재되어있어서 제 스스로를 컨트롤하는건지, 아니면 제 스스로 정말 흔히들 말하는 의지력이 부족한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생각한 것을 쭈욱 적다보니 ~다, 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해해주시길...

요새는 살빼는 것도, 공부도, 운동도, 다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DNA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들 하는 데 피지알러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고로 전 다이어트 하면서 제 몸이 얼마나 탄수화물을 좋아하는지 깨달아서 DNA 반, 의지 반정도로 생각합니다. 크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08/30 09:53
수정 아이콘
환경도 dna 못지않게 중요하죠...

극단적이긴 하지만 예컨데 전인류를 통틀어 고금에 다시 없을 재능(정치, 군사, 경제, 학문, 신체능력 뭐든간에..)을 타고나더라도

아프리카 오지에 태어나서 군벌에 소년병으로 징집되고 강제로 마약빨고 전투에 굴려지게 되면 뭐할 수도 없이 개죽음을 맞게 되겠죠..
cluefake
18/08/30 10:03
수정 아이콘
실제로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란건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알고 있는데..그 의지력 자원은 회복은 당보충으로 어느정도 하는거구요.
드러나다
18/08/30 10:56
수정 아이콘
의지력이 중요한건 맞습니다. 근데 그 의지력을 내는 것이 정신적인 의지만이라고 보았을 때 문제가 생기는거 같아요. 동기부여 에너지조절 휴식 영양보충 이런것들이 참 중요한데. 우리가 의지에 대해 얘기할때는 항상 극한 상황, 가혹한 환경에서의 강철같은 의지 이야기만 하죠. 보통환경에서 한 발자국 더 걷는 의지가 보통 더 중요함에도 불구하구요.
절름발이이리
18/08/30 10:59
수정 아이콘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생각할게 아닌거죠.
돌오시
18/08/30 11:09
수정 아이콘
"의지력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의지력이란 하루에 정해진 총량처럼 있는데, 일정량이 넘어서면 의지력이 바닥나서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는 말씀이 참 공감이 되네요.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8:30분, 내가 일어나기로 계획한 시간이였다."
요 부분 혹시 7:30분을 다르게 쓰신 것이 아닌가해서 말씀드립니다. 8시에 픽업하러가셨어야 했는데 8:30분이면 이미 늦은게 아닌가해서요.
Lighthouse
18/08/30 12:09
수정 아이콘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7:30은 넉넉히 잡아서 일어날 시간이고 최대한 늦게 일어나도 8:30에 일어나면 된다 라는 의미였습니다. 알람은 7:30에 맞춰났는데 끈 기억은 없고 눈뜨니 8:30 이더군요.
18/08/30 11:34
수정 아이콘
자신감을 가져라라던지 모든 종류의 정신론에 다 해당하는 얘기죠.
너무 운명론적으로 생각할건 없지만 이런 정신력에 관한얘기는 공통적으로 환경에 따라 달라질수밖에..
Quantum21
18/08/30 11:52
수정 아이콘
사실 의지력은 초인들이나 가지는겁니다.
보통 사람에게 그나마 최선의 방책은 가급적 주변환경을 의지력이 발휘되기 용이하도록 바꾸는 정도인것 같더군요.
그리고 행복도에 있어서는 의지력 자체보다는 현 상황에서 행할 수 의지력과 원하는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것이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지하생활자
18/08/30 12:40
수정 아이콘
환경을 바꾼다는점에 동감합니다
18/08/30 12:41
수정 아이콘
세상에 의지력이 정말 특별히 강한 사람이 일부 있죠.
근데 문제는 얘네들이 표본이 된다는 겁니다.
평범한 사람인데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사람만큼의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세뇌시키고 세뇌당하죠.
시드플러스
18/08/30 13:02
수정 아이콘
의지력이라 여겨지는 상당 부분은 실은
'감정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전 자유의지를 믿지만,
만약 자유의지가 없는 것이라면,
의지력은 그림자일 뿐,
모든 것이 감정습관일 테고요.
그리움 그 뒤
18/08/30 14:01
수정 아이콘
학교다닐때 아침 1교시가 8시 30분에 시작하는데 절반 이상을 1교시에 지각했어요.
알람도 여러개 맞추고 엄마한테 깨워달라고 말도 했지만 결국은 쫌 더 잔다고 엄마하고 싸움만 하고 늦는 경우가 많았지요.
졸업후 인턴할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인턴잡은 아침 6시 정도부터 시작이거든요.
내가 안늦고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6시에 잘 일어나더군요.
의지력보다 환경이 더 작용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루스
18/08/30 14:52
수정 아이콘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추천~!
18/08/30 21:29
수정 아이콘
의지력의 총량은 정해진게 맞습니다. 바꿔 말하면, 하기싫은 일을 하면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서 한계에 도달하게 되는거죠.
이 시스템을 25년 년 전에 컴퓨터로 구현한 프린세스메이커는 갓갓게임입니다. dd.lbx 지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077 [일반] 카고 컬트(Cargo cult) [33] 시드마이어10780 18/08/31 10780 35
78076 [일반] 나는 일 하고 싶다 [24] 아마데7272 18/08/31 7272 22
78075 [일반] 어느 식품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란 [132] 15806 18/08/31 15806 3
78074 [일반] [팝송] 혼네 새 앨범 "Love Me / Love Me Not" [7] 김치찌개4322 18/08/31 4322 0
78073 [일반] 판타지 장르소설의 오류 - 일본도와 접쇠 - [75] wlsak8940 18/08/31 8940 12
78072 [일반] 가벼운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이야기 [15] The xian12263 18/08/31 12263 8
78071 [일반] 7천만원 고소득자 전세자금 대출제한이 취소되었습니다. [77] Leeka12902 18/08/30 12902 1
78070 [일반]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과연 적합한 인선일까요? [34] 펠릭스-30세 무직11085 18/08/30 11085 19
78069 [일반] 2년만에 이사했습니다. [14] style7205 18/08/30 7205 6
78068 [일반]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9] 마지막좀비9383 18/08/30 9383 2
78067 [일반] 피해구제 길 열렸다…양승태 대법원 과거사 판결 '위헌' [21] 분수7651 18/08/30 7651 9
78066 [일반] [나눔]미야와키 사쿠라 굿즈 +@ 나눔합니다.(마감) [53] 軽巡神通6851 18/08/30 6851 0
78064 [일반] 청와대 5개 부처 개각 발표 (+1-2주뒤 1개부처 추가 개각) [136] 사파라13530 18/08/30 13530 1
78063 [일반] 이제는 일하기 싫습니다. [34] 켈로그김10010 18/08/30 10010 12
78062 [일반] 나도 일 하기 싫다 [71] 글곰10125 18/08/30 10125 7
78061 [일반] 일 하기 싫다 [28] 누구겠소8901 18/08/30 8901 6
78060 [일반] 대기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지표들 [36] 예루리8405 18/08/30 8405 1
78059 [일반] 좋은 걸 많이 만들면 안되는건가? [114] moqq10348 18/08/30 10348 4
78058 [일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의지력과 그럴수 없는 의지력. [14] Lighthouse5185 18/08/30 5185 4
78056 [일반] "최저임금 부담" 해고된 50대 여성 자살 기사 한국경제신문측 해명 [58] 말다했죠10989 18/08/30 10989 7
78054 [일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 [120] Danial14252 18/08/30 14252 33
78053 [일반] 집이 얼마나 부족할까 [52] LunaseA14283 18/08/30 14283 16
78052 [일반] 만년필 입문 가이드 - 잉크 [26] 담배상품권39092 18/08/29 39092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