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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6/19 23:47:15 |
Name |
Dukefleed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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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일반] 가난한 노총각의 냥줍 순례의 길 |
동물도 자연의 산물이자, 생명이며, 신이 허락치 않는한 인간은 그 삶에 끼어들면 안된다. 아마 신이 유일하게 그를 허락한 인간은 성서속 인물인 노아일뿐이리라. 만약 다시 노아 이후에 끼어들려면 심적, 공간적,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자만이 그를 허락받는다.
하지만 오늘 신은 내게 - 큰 트럭 바퀴 아래 눈병에 겹겹히 쌓여 굳어버린 눈꼽에, 눈도 제대로 못뜨고, 어미잃고 굶어 죽어가는 듯한 너를 내 앞에 두고 가셨다.
어쩔 수 없었다. 살려야 하지 않던가. 하나의 망설임도 난 느껴지지 않았었다. 조금만 힘줘도 부서질꺼 같은 네 몸을 최대한 안전하게 움켜줘고 달렸다.
뭐야. 넌 뭐야. 도대체.
안약 한방울, 콧망울 소독용 약 두방울에,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새하이얀 코를 가지고 있는 미묘로 변하는 것이냐.
- 일단 동물병원에 너를 하루 부탁했다.
자애로운 신과는 달리 그 아래의 피조물이자 지배자인 냉정한 자연의 순리에 차라리 맡기는게 옳은 거였을까. 대자연앞에 한낮 작은 인간인 내가 끼어든 건 분명 잘못된거다.
...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미안하다. 네가 와칸다에서 온 고양이이고 이름이 블랙팬서라면 나는 쫓기는 윈터솔져다. 내 어머니의 영어이름은 마사가 아니다.
어찌 이리 혼란스럽고 머리 아프고 힘든때 넌 내게 그리 작고 아담한 앞발을 가지런히 하고 나를 쳐다보느냐. 이리도 당황스러운 타이밍에 내게 찾아온 너의 간택에 난 마법소녀가 되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을 하고 망설이는구나.
내일보자. 내일 너를 보호중인 동물병원에 가서 다시한번 우리 마주 보고 대화하자. 그러자꾸나.
유행지난 세줄요약
낮 냥줍 나 어쩔 님 분양?
by Luna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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