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에 앉아있었다. 더위가 한풀 꺾여 밤하늘 수놓은 별이 더욱 반짝였던 밤. 풀벌레 찌르르 울음소리가 나무바닥을 윤이 나게 문지르고 있었다. 어린 나는 대롱거리는 발을 흔들며,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대청마루 끝에 앉아 밤 소리를 듣고 했었다. 언제나처럼 하루 일과가 반복되었던 그 어떤 날 밤에, 여느 때처럼 모기향을 갈고 서늘한 기둥에 기대 밤을 지우고 있었다.
‘삐걱삐걱’
“안자고 뭐하니?“
낡은 마룻바닥을 밟고 막내숙모가 나왔다. 숙모는 더운 여름에도 긴 카디건을 입곤 했다. 파리한 얼굴로 바짝 마른 입술을 훔치며 내 어깨를 만졌다.
“그냥. 잠이 안와서요. 숙모는 안자요?”
“항상 밤에 여기에 앉아있지?”
“네. 혼자서, 밤에, 대청에”
그녀는 내 옆에 앉아서 조용히 밤 별을 바라봤다. 구름 뒤편에서 달이 반짝 나왔고, 그 빛이 얼굴에 닿자 푸르게 물들었다. 카디건 소매로 턱을 가리자, 나는 타인의 비밀을 엿본 듯 부끄런 마음이 들었다.
“모른 척 할게요.”
“그게.. 무슨 말이니?”
“모른 척 할거라고요. 이건 숙모가 생선살을 발라주거나, 받아쓰기를 도와줘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냥 모른 척 할거라는 거예요. 아무것도 못 봤고,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나는 천진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숙모의 눈은 흐릿했다가, 촉촉해졌다가, 이윽고 강한 빛을 쏘았다. 처음 그녀가 우리 집에 왔을 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다. 숙모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 부엌에서 큰 가방을 들고 나왔다. 살금거리는 발 소리가 내 뒤에서 멈췄다. 돌아보고 싶었는데, 돌아보지 않았다. 어린 나는 대청마루 끝에서 발을 대롱대롱 흔들었다. 잠시 후, 삐걱거리는 소리가 더 커지자, 나는 발을 더 세차게 흔들었다. 찌르르 짜르르 풀벌레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마룻바닥을 때리고, 대청 기둥을 두드렸다.
“지형아! 지형아! 너 여기서 잔거야? 숙모 어디갔냐? 밤에 못 봤어?”
나도 모르는 새, 대청마루에서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막내삼촌이 거세게 어깨를 잡고 흔드는 통에 잠이 깼다. 뒤편에 웅성웅성 어른들 소리가 들린다. 삼촌 입이 코 앞에서 뭐라고 소리치고 있다. 검은 입이 동굴처럼 시커멓게 울린다. 바닥을 짚고 일어서는데, 촤르르 숙모의 카디건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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