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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5 08:0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학생 때 '노동 해방만 이루어지면 니가 말하는 그런 세세한(?) 모순들은 저절로 다 해결될 거야. 그러니까 잡소리 하지 말고 맑시즘이나 더 공부해' 라던 몇몇 형들이 생각나네요.
참 좋은 글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현재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당사자들이 읽기에 더 적합한 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분들이 물론 피지알에도 계신 것을 압니다만, 요즘 자게 분위기상 잘 나서기 힘든지라... 좋은 글인데 이어지는 논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저야 가부장적인 사람인지라 이런 논의에 낄 자격이 없고요.
18/04/05 23:27
노동문제와 여성문제에 이런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던 와중에 읽은 글이라 충격이 대단합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원화되는 시대에서 일원화된 계급논리의 패착이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라는 것인가요? 마르크스를 (유럽에 비해) 뒤늦게 수용하여 적용하려고한 실험이 실패했다면, 마르크스가 그 당시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소속감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지금'의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현대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조차도 죽지 못해 살아있는 듯한, 탈현대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극도의 모호한 후기 근대에서...
18/04/06 00:20
글쎄요. 어쨌거나 비관은 변화에 필요한 태도는 아니니까... 없는 셈 치고 나아가는거죠. 그런면에서 많은 실험과 관용이 필요한거고..
18/04/06 11:33
1.
재밌는 글 아주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 사소한 문제일 수 있으나 노동운동, 계급운동을 정체성의 정치라 표현하는 건 통상적인 용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정체성의 정치란 백인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에서 배제된 소수인종, 여성, 성적 소수자 등의 사회운동과 정치를 지칭하는 것이고, 이는 보통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래적 정체성을 운동의 근본적인 기반, 토대로 하고 있으며, 대개 계급, 시민 등 기존의 개념으로 환원해서는 그 고유한 억압과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하며, 그 결과 해당 정체성에 특유한 사회적 모순에 대한 승인 및 기존 사회운동으로부터 독립되고 예속되지 않는 자율성에 입각한 사회운동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역사적 맥락에서 정체성의 정치는 68혁명이후 전통적 계급운동의 쇠락 및 현실사회주의 국가의 모순과 본질에 대한 폭로 및 환멸과 함께 사회운동의 다원화, 분화에 수반하는 현상이라고 할 때, 그런 의미에서 통상 정체성의 정치의 대척점에 노동운동, 계급운동을 위치지우는 게 일반적인 용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체성의 정치에 노동운동을 포함시키는 게 매우 낯설어 보이기는 합니다. 물론 노동운동이건 여성운동이건 반인종주의 운동이건 모든 사회운동은 반드시 억압당하는 자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모두 정체성의 정치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 한다면 정체성의 정치라는 말은 거의 의미가 없거나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대신에 최소한의 의미만을 가진 개념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노동운동은 통상의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와 달리 선천적인 정체성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 즉 노동자라는 사회적 신분, 계급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또한 사회적 삶의 과정에서 변화할 가능성이 있고 - 비록 그 실현가능성이 매우 매우 희박하지만 - 당해 주체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변화를 열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에서도 구분되며 역사적으로도 여성, 인종, 성적지향의 정체성 정치는 자신들의 특유한 정체성을 실현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노동운동은 노동해방 혹은 계급사회의 소멸이라는 기존에 부여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정체성의 정치에 포함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또한 노동운동을 정체성의 정치에 포함시키는 용법은 제가 아는 한 일반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3. 쟈크 데리다에 대한 인용문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데리다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데리다에 대하여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만 ('맑스의 유령들' 정도는 이전부터 알고 있기는 했습니다.) 주어진 인용문을 보면 해체주의 철학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배주체의 정체성, 주체성 뿐만 억압, 소외당해 온 피지배주체의 정체성 조차도 해체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붙은 해체주의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철저하게 해체하는구나하는 생각은 드네요. 또한 이러한 시각은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국'에서 "민족해방이라는 독이 든 선물"이란 장에서 제3세계의 민족해방운동이 식민지배와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난 이후 급격하게 새로운 권위주의적 지배체제로 전락하였다는 지적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4. 마지막으로 저는 이 글의 핵심주장을 a.노동운동의 현재적 쇠락의 이면에 노동자에 대한 특정한 정체성 상(像)이 있었다는 것 b.그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여성운동이 여성에 대한 특정한 정체성 상(像)을 고수, 집착하고 있다는 것 c.마지막으로 여성운동의 현재의 행태는 과거 노동운동의 잘못을 답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고 그로 인한 귀결 또한 현재의 노동운동과 유사할 것이다라는 이 3가지 진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 의견을 제시하자면 우선 a.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저도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종래 전통적인 노동운동이 대규모 공장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생산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이들을 조직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나 97년 imf사태 이후로 한국경제와 한국사회가 급격하게 글로벌 신자유주의 체제에 편입되면서 노동자계급의 구성이 다양하게 변화하였고 전통적 노동자들의 저항성이 상실 혹은 매우 약화되었으며 노동계급 내의 분절화와 차별성의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결과가 단순히 기존 진보운동 주체들이 대규모 공장노동자들을 특권화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라거나 운동노선이 낡은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변화하는 노동운동환경 속에서 결과적으로 적합한 대응을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b.와 c.에 대해서는 제가 여성운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본문에서 나타나는 노동운동에의 유비가 적절한지에 대해 확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한 가지 의문은 있습니다. 기존의 노동운동의 쇠락이 전통적 노동계급의 쇠락 혹은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을 지닌 노동자들의 부상과 함께 한다면, 그리고 현재의 쇠락이 거시적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전략적 대응의 실패 혹은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노동자 주체의 대두에 대한 운동주체의 인식의 실패나 인식의 둔감함에서 연유한다면, 반면 현재의 여성운동의 부흥(?), 활성화는 그와는 정반대로 전통적인 여성주의흐름과의 단절에서 연유하는 것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부연하자면 종래의 여성주의는 대학교를 중심으로 중산층 또는 지식인 여성의 전유물이나 세례처럼 여겨졌었고 하층계급이나 학력(學歷)이 짧은 여성에게는 존재 자체가 잘 인식되지 않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여성주의는 IT기기를 매개로 SNS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보다 대중적이고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걸로 보이며 지식인여성이나 고학력여성에 한정되지 않다는 점에서(물론 여성주의의 대중화 과정에서 여성주의 자체가 어느 정도 속류화하거나 천박화하는 경향을 수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다른 사회운동이나 사회적 소수자나 집단에 대한 부당한 폭력이나 과도한 공격성과 맹목적인 배타성을 보이는 점도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만), 현재의 흐름을 주도하는 여성주의운동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여성 주체의 대두나 변경을 수반한다는 점(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일정 수준이상의 학력이나 지적 배경을 반드시 수반하지 않고 있으며 지적차원에서 탄탄한 이론적 기반이나 학습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임)에서 기존노동운동의 쇠락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역설적으로 종래의 노동운동이 실패하였던 지점, 즉 전통적 제조업 중심의 대규모 공장노동자들의 정치적 조직화와 특권화에 주목하였던 노동운동이 탈산업화 혹은 후기산업화 사회로의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보다 유연하고 불안정한 형태의 노동/노동자의 조직화에 실패하였다면, 현재의 여성운동은, 그것이 규범적 차원에서 정당한가의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사실적 차원에서 정보화시대 혹은 탈근대 시대 속 유연하고 파편화된 주체들을 운동의 주체로 나서도록 성공함으로써 젠더의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한 것으로는 보여진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여성주의운동을 종래의 노동운동과 유비하는 본문은 무리한 시도가 아닌가란 의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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