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27 13:40:46
Name emonade
Subject [일반] The shining(1978)
어렸을 때부터 2명의 작가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신필이라 불리는 김용과 공포 소설의 대가로 유명한 스티븐 킹입니다.
쉽게 읽히고 캐릭터는 얄팍하지만, 미스테리부터 에스컬레이터식 성장까지 다수의 캐릭터와 사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한 번 시작하면 눈을 떼기가 어려운 김용의 소설들과 달리, 어린 시절의 제게 스티븐 킹의 소설은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처음 읽은 책이 'it'을 번역한 해적판인 '신들린 도시';;였는데, 대략적인 플롯만 간신히 이해하고 따라가면서도 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광기어린 분위기가 저를 킹의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번역되서 나온 그의 작품들은 다 읽기 시작했고,
국내에 발매된지는 조금 되었던 '닥터 슬립'을 읽기 위해 그 전작인 '샤이닝'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최근 눈이 많이 내려서 분위기도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로 유명하지만, 저는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샤이닝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합니다. 과거 몇 건의 살육극이 일어난 호텔이 있고, 절박한 사정을 가진 가족이
겨울의 폐쇄된 호텔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 호텔은 저주받았습니다!

아마 이런 줄거리를 가진 영화라면 시놉시스만 보고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킹의 이야기 솜씨가 놀라운 것은
이런 단순한 플롯에서도 조금씩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어느 순간부터는 읽는 이조차 그 광기에 몰입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초반 몇가지 묘사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고 희미한 불안감을 조성하더니, 어느 순간 그 불안감들이 하나 둘씩 현실화되고
결말로 갈수록 파국이 시작되는 이 모든 사건을, 한 문장 안에서도 인물의 생각과 행동과 시제를 뒤틀고 깔아뒀던 복선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특유의 글솜씨로 빠져나갈 수 없게 합니다.

등장인물은 간단하게 3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소 신경질적이고, 알콜 중독이었지만 큰 사건을 겪고 또 가족을 위해 술을 끊은 아버지 잭 토렌스,
잭과 아들을 사랑하지만 다시 술을 마시는게 아닐까 의심을 풀지 않는 어머니 웬디 토렌스,
그리고 '샤이닝'이라는 일종의 초능력을 가진 어린 아들 대니 토렌스.

물론 요리사 딕 할로란도 비중있는 인물이고, 배경이 되는 오버룩 호텔도 별도의 캐릭터로 보는 것이 맞겠지만,
가족이라는 특별한 구성에 있는 3명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작품의 주된 요소입니다.

3명의 가족이, 눈으로 둘러쌓인 저주받은 호텔에서 위기를 겪는 액션 모험 활극 '샤이닝'
이번 설 연휴에 강력 추천합니다.

-----------------------------------------------------------------------------------

1. 여담으로, 어제 샤이닝을 다 읽고 닥터 슬립을 시작했는데
초반부 전개가 마치 드래곤볼에서 트랭크스가 첫 등장할때를 떠올리게 해서..
이 사람 소설을 읽을 때 이렇게 깔깔대고 통쾌하게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웃었습니다.

2. 김용과 스티븐킹의 닮은 점이 있다면 자신의 작품 내에서의 연계성입니다.
김용은 잘 알려진 사조 3부작부터 천룡팔부, 소오강호등의 작품들도 나름의 연계를 가지고 있고,(하지만 처음 읽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은)
스티븐킹은 대놓고 엮는 편이라서.. 읽다보면 반가울때도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Neanderthal
17/01/27 13:55
수정 아이콘
킹옹 오래 사셔야 할텐데...
17/01/27 13:58
수정 아이콘
닥터 슬립이 공식 후속작이라는데 아직 못 읽어봤네요 흑흑...
최신작 리바이벌은 엊그제 전자책으로 샀는데, 평이 꽤 좋길래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쿠조도 전자책으로 나와줘서 아주 기분이 좋네요 호호호.
개미핥기
17/01/27 14:22
수정 아이콘
저는 스티븐 킹 소설은 '애완동물 공동묘지'만 보긴 했는데, 확실히 재밌더라구요. 분량이 엄청 많아서 이걸 언제 다 보지 하는데, 생각보다 금방 봤어요.
17/01/27 15:0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 소설 중 가장 좋아합니다... 작품성으로 논하면 중간 정도에 끼이겠지만요 흐흐.
제리드
17/01/27 17:52
수정 아이콘
타고난 이야기꾼이죠. 킹옹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239 [일반] [감상(노스포)] 레지던트 이블 - 파멸의 날 [25] 유나7160 17/01/28 7160 2
70238 [일반] 차갑지 않은 기네스 [17] 치열하게11644 17/01/27 11644 4
70237 [일반] 몇가지 정치뉴스 * 관제데모, 집회알바법 금지 등등 [117] 바스테트11940 17/01/27 11940 3
70236 [일반] 햄버거 이야기2 [12] 바람과별10226 17/01/27 10226 1
70235 [일반]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31] 잠자는 사서12728 17/01/27 12728 2
70234 [일반] 박근혜 대통령 성명 이후 대구에서 애국보수들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36] Crucial11349 17/01/27 11349 4
70233 [일반] 트럼프 취임 이후 '혹한기' 보내는 지구촌 난민들 [140] 군디츠마라12900 17/01/27 12900 1
70231 [일반] 전공으로만 본다면 촉나라 최고의 무장은? [84] ZeroOne13755 17/01/27 13755 12
70230 [일반] 현기차 급발진 사고, 국과수가 덮었다? [29] 드림9011 17/01/27 9011 2
70229 [일반] The shining(1978) [5] emonade4481 17/01/27 4481 0
70228 [일반] 백두산 호랑이 자연에 방사라고 하고 우리 이동(내용추가) [31] 홍승식10536 17/01/27 10536 0
70227 [일반] 두테르테 "한국인 살해한 필리핀 범죄자들, 목을 베어 머리를 한국으로 보낼수도." [74] 삭제됨14603 17/01/27 14603 1
70226 [일반] 트럼프 "멕시코 국경에 장벽건설, 돈은 멕시코가, 안내면 경제보복." [75] 삭제됨11819 17/01/27 11819 1
70225 [일반] [토론] 이상한 소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175] OrBef13179 17/01/27 13179 15
70224 [일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다시 관람했습니다. [54] 레드후드7073 17/01/27 7073 2
70222 [일반] 나무위키가 한 건 올린 것 같습니다. [136] 오리아나21309 17/01/26 21309 3
70221 [일반] "요새 많이 바쁜가봐" [11] 스타슈터8926 17/01/26 8926 18
70220 [일반] 소소한 정치늬우스 [26] 좋아요8627 17/01/26 8627 2
70219 [일반]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68] Dow8598 17/01/26 8598 6
70217 [일반] 문재인 kbs대담 불참은 오만이다 [139] 이순신정네거리13509 17/01/26 13509 7
70216 [일반] 3번째 회사를 그만두면서 [22] 삭제됨9778 17/01/26 9778 12
70215 [일반] 핏짜의 등산 바이블 전자책을 배포합니다. [25] 핏짜6027 17/01/26 6027 11
70214 [일반] 박원순 불출마 시국이 되어 문득 생각나는 고건 전 총리의 행보 [29] 꾼챱챱11577 17/01/26 11577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