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미끄러진다. 차고 희고 어지러운 것들에 쉽게 차가워져 흘러내리는 빗방울 처럼 언어는 쉽사리 미끄러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 언어를 내뱉는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닌 장마처럼 흠뻑 내려야만 그제서야 강처럼 쌓이는 비처럼 수 없이 많은 언어들을 그렇게 쏟아내고 나서야 그제서야 그나마 우리는 상대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말하지 않는 것은 알 수 없다. 우리가 서로의 감각이 동일하다고 믿는 미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은 또 그렇기 때문에 공유되지 못한다.
함께 보고 함께 듣고 함께 느끼고 함께 맛보는 일들이 정말로 그렇게 동일하다면 우리에게 언어라는 것이 필요할까?
그렇기에 언어는 쌓인다. 서로가 공유히지 못하는 감각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서로의 언어는 쌓인다.
공원의 정자 안에서는 그래서 두 사람의 감각이 공유되는 공간이다. 그 곳에는 서로가 언어를 주고 받기 때문에, 서로의 감각이 공유된다. 두 사람이 도시락을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발을 만지며 촉각을 공유하는 감각을 서로가 공유하는 공간이다. 감각은 언어로 공유된다. 언어는 쌓인다. 마치 강 같이 흐르는 장맛비에 온몸이 흠뻑젖는 것처럼 쌓여야 언어는 그제서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겁하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겁해진다. 언어는 감각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작업이다. 언어는 서로의 감각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작업이다. 그렇기에 맛을 느낄 수 없던 여자는 남자의 도시락에서 맛을 느낀다. 그건 언어를 통한 감각의 이행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여자의 집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함께 감각을 공유하던 공간은 이제 단지 공원의 정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감각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덧 서로의 감각에 대한 공유는 현실까지 뻗어와 있다.
언어의 정원은 어느 덧 공원 한켠 작은 공간에서 자라나 서로의 공간까지 침범해 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한 없이 행복해진다. 각자 외로이 떨어져 느끼던 감각들이 서로가 함께 공유되는 공간인 언어의 정원에 도달했기에.
말하지 않는 것은 알 수 없다. 말은 감각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언어는 쌓인다. 장마처럼. 우리가 서로가 함께 공유했다고 믿는 감각들은 기표와 기의처럼 미끄러지기만 한다. 그렇기에 장마처럼 쌓인 언어만이 서로를 그나마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한때의 장마처럼 그것이 쉽사리 지나가고 사라지는 위태로운 정원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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