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다고 해서 다시 썼는데, 삭제 했으니 동일 주제 올려도 되는게 맞겠죠?.
전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삭제하라는 말이 많고 성의 없다는 댓글이 많아서 길게 다시 썼네요.

각설하고 말하자면 대실망이다.

보자.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부터 시작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은 단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소통의 부재' 불가항력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인물들의 소통의 단절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의 변화를 신카이 마코토는 계속해서 자신의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다.

'시간, 거리, 언어, 나이' 등의 방해요소들은 인물들을 소통할 수 없게 만들고 거기에 관객들은 애달퍼진다. 가장 많은 소통을 해야할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시간들이 소통의 단절로 인해 공허하고 애달퍼지는 순간의 아련함은 단지 영화 속 인물들 만이 아닌 우리도 한번 쯤 겪어 보았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단지 영화내에 흐르는 주제일 뿐만 아니라 신카이 마코토가 계속해서 주인공들을 십대 청소년들로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속 인물들이 성장해서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사건들은 현재에서 '추억' 할 수 있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번 쯤 있었던 영화같은 추억들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을 통해 떠올리고 영화속 인물들 처럼 '애달퍼' 진다.

그렇기에 희안하게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은 말이 적다. 아니 말이 적어야 그의 영화답다. 말이 적다는 건 사건이 적다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 앞에 등장 인물들은 말이 줄어든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상대의 부재, 말할수 있는 수단의 부재, 앞에 등장 인물들은 수다스러워지기를 포기하고 침묵을 택한다. 그건 다시 말하지만 말할고 싶지만 말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아름답고 잔잔하다. 음악은 화면에 맞춘것처럼 올바르다. 대화가 없는 화면에는 음악이 흐르고 소통은 독백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러한 주제의 변주는 즐겁다. 어떤 식으로 소통을 단절 시켜서 어떻게 또 '커플을 깨뜨릴까' 하는 기대는 그가 보여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소통의 부재가 그만큼 아름답고 미려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너의 이름은' 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평소와 같이 두 남녀 인물들이 벌이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변주와, 그것을 통해 과거와 현제 그리고 재해를 통해 잊혀져간 사람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사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애절함을 어떻게 표현할 까 많은 기대를 했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중 사건과 말이 많은 영화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말이 적은 영화는 호평을 받았다. 그건 신카이 마코토의 앞서 말한 작품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건 신카이 마코토의 한계이자 강점이기도 했다.

그걸 극복했나 싶었다.

그런데 대실망이다. 왜 이 작품은 '동일본대지진' 과 엮이게 되었을까? 그것부터 따지고 들어가보자. 이 영화가 어떤 사건의 피해자들이나, 희생자들에 대한 상실에 대한 그러니깐 앞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소통의 부재' 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을까? 전혀 아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꿈에서 만났던 주변인들이나 친구들, 가족들을 걱정하거나 그리워 하지 않는다. 희생자의 목록에서 오로지 미즈하만 연신 찾을 뿐이다. 꿈, 그러니까 혜성의 추돌로 인하여 벌어진 소멸된 공간과 시간, 사람들에 대해 그리워 하지 않는다. 오로지 미친듯이 미즈하만 찾는다.

이 작품은 절대로 '개인적인 소통의 단절' 의 아픔이 어떤 대승적인 의미로 승화되는 작품이 아니다. 피해자나 희생자들에게 '너의 이름은' 무엇이었냐고 묻는 작품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의미를 묻는 작품이 아니다. 모든 것들은 단지 두 사람을 위한 '장애물' 이자 두 사람만을 위한 재해이다. 별의 목소리의 외계인들의 싸움이 어떤 지구의 운명이나, 철학적인 해석이나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처럼, 초속 5cm의 단절이 무슨 거대한 의미의 단절을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너의 이름은? 의 이름은 어떤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나 승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건 절절한 두 사람의 연애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 혜성의 충돌이 초속 5cm 의 이사와 다를바 있을까? 소통하던 두 사람이 그로인하여 소통이 단절된, 방해물, 그 이상의 의미가 혜성에 부여되는가?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범 인류적인 고통이나 아주 사소한 틀어짐으로 시작된 사건들은 오로지 두 사람의 남녀의 소통의 단절로 이어진다. 다시말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지구가 멸망하던 남녀가 이사를 가건, 그건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가장 중요한건 남녀가 소통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사를 해도 남녀가 소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사실 혜성은 맥거핀에 가깝다. 혜성이 추돌해서 지구가 박살나건 말건 우주가 멸망하건 말건 너의 이름은 에서 가장 중요한건 두 사람이 소통하던 꿈이 끊긴다는 것이다.

소통이 끊긴 자리에는 음악과 풍경이 남는다. 그렇기에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는 아름다워 진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에서 그 자리는 사건과 연출이 채워진다. 스스로 더 대중적이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 처럼 신키아 마코토는 더 가볍고 더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런데 거기에는 항상 자리 잡고 있었던 신카이 마코토가 이야기를 풀어내가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 마치 앞서 말했듯이 모든 신카이 마코토의 주제가 '소통의 부재' 를 풀어내는 방식의 변주였던 것과 마찬가지다. 연출의 극대화를 통한 쾌감과 감동을 위해 그 저변에 깔려있어야 할 사건들은 얼토당토않게 던져진다.

운명과 우연이 이 영화에서 쉴새 없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전개조차 불가능 할 것이다. 모든 사건과 해결에는 운명과 우연 만이 존재한다. 그걸 단지 끈 이라는 존재의 신적 안내라고 하기에는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많은 운명과 우연에 기댄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사랑하게 된걸까? 그 짧은 시간에 서로 몸을 바꿔가며 지낸 것만으로 그렇게 애절함에 불타는 사랑이 된걸까? 운명이라서? 무슨 뚜렷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스토리는 진부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너의 이름은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진부하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 흔한 클리셰 하나 없다. 미즈하가 아버지와의 관계가 안좋기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걸 타키가 해결해 주었나?. 주변 친구들의 관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 사건들이 있었나?? 생각해보자. 카페에 가서 먹을것을 탐하고,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리는 그런 흔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될 어떤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두 사람이 서로 익숙치 않은 서로의 몸을 가지고 노는 장면들은 모든 TS 물이나 신체가 바뀌는 혹은 타임슬립 같은 영화들애서 수 없이 많이 본 장면들이다. 재밌고 귀엽고 소소하다. 그런데 두 사람은 왜 서로 그렇게 절절하게 사랑하게 되었지?

운명이라서 그럴 수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있을 수도,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서로의 몸을 바꾸어서 지내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걸 관객들에게 설명해주지도, 납득시켜 주지도, 보여주지도 않는다.
단지 재밌고 흐믓한 씬들의 연속들로 인해 즐거울 수는 있지만 그렇기에 영화는 공허해진다. 달달하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계속해서 비 상식적인 장면들을 내던지고, 연출의 극대화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그건 비쥬얼과 음악, 연출의 힘이다. 앞뒤 내용 다 모르겠지만 모 어찌저찌 두 사람이 사랑하고 그건 운명이니깐 아 감동적이야. 다시 말하지만 달달하다. 하지만 어딘가 비어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절절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다. 많은 신카이마코토의 영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욱 '너의 이름은' 의 조연들은 가라앉는다. 조연들은 결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못하며 두 주인공에 함몰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신카이 마코토가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명백한 한계이기도 하다.
사랑의 측정기가 된 조연들은 몰개성하게 묻혀가고 최대의 방해물이 되어야 할, 말하자면 최종보스인 미즈하의 아버지는 꼭두각시로 전락된다. 할머니는 끈 이야기를 말해주는 책에 지나지 않으며, 동생은 '가슴'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짓는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건들은 힘을 잃는다. 신카이 마코토가 계속 그러했던 것처럼 소통의 부재는 침묵을 불러온다. 인물들이 다투고 서로 대립하고, 사건은 고조되어야 하지만 그러하지 못한다. 미즈하의 아버지는 병원에 가라고 호통치지만 병원에 직접 대려가 입원 시키지 않는다. 호통치고 야단치고, 끝이다. 타키측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미즈하가 살던 동네를 헤집는 타키를 정신 차리라고 혼내거나 도쿄로 끌고 오거나,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지르지 않는다. '내가 더 사랑한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은 "와 너네 정말 사랑하네" "와 진짜?" "헐 쩔어," "님 이상한데요?"
라고 외치는 확성기에 그친다.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는 함몰되고 오로지 아름답고 매력적인 두 주인공과 아름다운 배경만이 남는다.
달달하지만 공허하다.

다시 말하지만 사건은 고조되지 않고 힘을 잃는다. 그 자리를 아름다운 연출과 음악이 채운다. 스토리는 진부하다.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그림은 미려하고 아름답다. 음악은 올바르다.

그건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 이 보여준 한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