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뭐라고 달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올해는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 다시 없을 큰 사건들로 기억되겠지만, 저에게 있던 개인적인 제일 큰 사건은 14년간 제 곁을 지켜주었고 가족이 되어주었던 고양이가 폐암으로 죽은 일이었습니다.
14년하고도 4개월을 같이 살았는데 물론 중간에 제가 외국에 나가 있기도 하고 떨어져 지내기도 했지만 제 인생에서 제일 오래 같이 살았던 반려동물이어서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1년 전에 기침을 시작해서 동물병원을 갔는데 처음 간 곳에선 복막염 의심을 해서 치료를 해줬고, 결국 두 번째 갔던 동물병원에선 심장병으로 진단을 내렸죠. 심장병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어서 결국 강남의 큰 병원에 갔고 그곳에서 종합검진하고 나서 CT 찍어 폐암을 발견했습니다. 1년 전 엑스레이에서 이미 폐에 종양이 보이더라고요. 허탈했지만, 너무 시간을 많이 끌었고 이미 수술하기 늦을 정도로 전이가 되어서 결국 의사의 권유대로 보내줘야 했습니다.
샴 믹스라고 하지만 실제로 엄마가 샴 믹스, 아빠는 버만이어서 발끝만 하얀 털이 나 있는데 앞발의 왼쪽은 가운데 손가락만 하얀 털이었습니다. 어릴 때 네 자매 중 제일 못생겨서 어떻게 고양이가 이렇게 못생길 수 있는지 보는 친구들마다 웃곤 했죠. 처음 데리고 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이 어디서 원숭이 주워 왔냐고도 했고 중년 아저씨 얼굴을 닮았다고, 심지어 당시 대권주자의 이름을 붙여서 xx 씨라고도 불렸더랬죠.
벌레를 기가 막히게 잘 잡고 다른 고양이들하고 싸울 때 정말 딱딱 소리가 나도록 잽싼 펀치를 날리던 전사기도 했어요. 고양이들의 여왕님이었지만 아프고 어린 고양이는 잘 돌봐주기도 했죠.
14년 동안 녀석에게 사랑만 받았는데 전 얘를 놓고 여기저기 저 좋을 대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동생들 괴롭힌다고 혼내기도 하고 만져 달라고 울면 모른 척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저도 늙어서 어디 잘 돌아다니지도 않는 집순이가 되었고 이제 만져줄 시간도 많은데 이제 녀석은 없네요.
가기 전에 너무 말라서 엉덩이뼈가 만져질 정도였어요. 가고 난 뒤에 동거인과 얘기할 때마다 토실토실하고 건강하던 때의 고양이 가슴털 만지고 싶다고 자주 얘기하곤 했죠. 부들부들하던 가슴털을 특히 좋아했거든요. 안아주면 싫으면서도 꾹 참고 동거인이 컴퓨터 책상 키보드 앞에 올려놔주면 좋아서 골골거리고 집에 오면 마중나와 주던 얘가 없으니까 집이 텅 빈 거 같아요.
오늘 페이스북의 4년 전 오늘이라고 하면서 이 친구 사진이 떴더라고요. 친구들이랑 망년회하면서 노는데 싱크대에 등 지지고 있길래 누가 이케아의 미니어쳐 보드카 갖다놓고 사진을 찍었더랬죠. 다시 이때의 고양이가 만지고 싶어서 저절로 손이 모니터로 가더라고요. 개신교 신자지만 동물들이 가는 천국이 있어서 이 친구랑 다시 만나고 싶어요.
아직 유골함의 재도 뿌리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보내지도 못했는데 벌써 2016년이 다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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