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2/30/0200000000AKR20161230062300004.HTML?input=1195m
2017. 6. 3.부터 단순 물피도주를 범칙금 대상으로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됩니다.
이 부분 개정 포인트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1) 도로교통법 상 사고후 조치의무를 구체화함(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호, 제2호 신설)
2) 단순 물피도주 제재규정을 신설(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
1. 조치의무의 구체화
개정 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법문 상
교통사고(대인, 대물)을 낸 사람은 1) 즉시 정차의무, 2) 필요한 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이 중 '필요한 조치의무'의 내용으로 '사상자 구호의무'가 포함됩니다.
한편 대법원은 여기의 '필요한 조치의무'에는 '신원확인조치'도 포함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346 판결 등)
이 부분 개정법은 사실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되던 '신원확인조치'를 명문화한 것으로
그 자체만 잘라놓고 보면 뭔가 전에 없던 것을 신설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규정은 아래에서 보는 단순 물피도주 제재규정의 구성요건요소가 된다는 의미가 있고
그 점에서 이를 신설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단순 물피도주 제재규정의 신설
가. 종전 도로교통법 상 물피도주 처벌규정
개정 전 도로교통법 상 제54조 제1항의 조치의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됬습니다.(도로교통법 제148조)
이는 도로교통법위반 범죄 중 가장 무거운 법정형입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54조는 대인, 대물을 모두 포섭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도로교통법은 종전에도 물피도주를 처벌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나름 무겁게.
나. 위 규정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론
(1)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 요건의 요구
그런데 대법원은 종래 도로교통법 제54조의 보호법익에 '피해자 피해회복'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즉 대인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사상자 구호조치는 법에 정해져 있으니 이를 이행하는 것이 요구되지만
단순 대물사고에 그친 경우라면 사고장소 상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했어야만 조치의무 이행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종래 판례 상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로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1) 피해차량이 크게 손상되어 파편이 도로에 튄 경우
2) 범행차량이 즉시 도주를 시도하여 피해차량이 이를 추격하게 된 경우
(2) 단순 물피사고의 처리: 불벌
이러한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추어 볼때
대물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손괴 정도가 경미하고 소위 '추격가능성'도 없는 경우라면('단순 물피사고')
도로교통법 제151조 과실손괴죄가 성립함은 별론으로 하고, 도로교통법 제148조 물피도주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실손괴죄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종합보험 가입시 공소제기가 안되므로 형사처분 대상이 못됩니다.
(3) 소결
결국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물피 도주를 처벌하지만
판례 상 여기의 물피 도주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한 대물사고에 관한 도주'를 뜻하는 것이며
그냥 '단순 물피도주'는 위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단순 물피 사고는 민사문제가 되어 수사기관이 이를 처리할 의욕이 그닥 없게 되었고
피해자가 직접 노가다를 뛰어 가해자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잡아도 배째라고 나오는 예가 많게 되었습니다.
(
https://pgr21.com/?b=8&n=62155)
다. 신설규정의 취지
(1) 관련 의원입법안들의 취지
뻔뻔스런 물피도주범들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등장하였습니다.
이 건 관련으로 이번 20대 국회에 두건의 의원입법안이 제출되었던 바 있습니다.
양자는 사고후 조치의무를 구체화하는 점, 단순 물피도주 제재규정을 정비하는 점은 동일했지만
단순 물피도주의 제재수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민홍철 의원안은 단순 물피도주를 도로교통법 제156조에 추가하여 범칙금 부과대상으로 처리했고
박순자 의원안은 단순 물피도주를 기존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엄벌 대상으로 정리했습니다.
(2) 국회 검토보고서 검토의견
이번 신설규정은 두 의원안 중 민홍철 의원안을 따른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
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L1A6N0V7G2M7A1N4O1A5T3N2D9W6N5)
"(민홍철 의원안은) 처벌대상이 되는 위반행위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위한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라는 점에서 볼 때,
그 가벌성이 사상자 구호의무 미이행 등 통상적인 뺑소니 운전에 비하여 현저히 낮고,
과실에 의한 물적 피해 배상은 민사적으로 해결될 사안이라는 점에서 볼 때,
개정안에 따른 처벌수준은 도로교통법상 고지의무 미이행에 대한 처벌로서 적정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됨"(83p)
"(박순자 의원안은) 운전 중 부주의하게 주정차된 차량을 손괴하고 피해자에게 연락처 등을 남기지 않는 행위를
통상적인 뺑소니 운전자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임."(30p)
이 검토 의견서는 과거에 제가 피지알에 썼던 댓글(19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관한 것)과 취지가 유사한데 그 댓글도 참고삼아 올려 봅니다.
(
https://pgr21.com/?b=8&n=62155&c=2409643)
"현행 도교법상 사고후미조치는 사실 국제적으로 봐도 법정형이 높은 편인데
이런 높은 형은 대체로 대인사고를 염두에 두고 규정된 것이라 순수 물피도주엔 오히려 과한 감이 있고,
비교법적으로 봐도 대물 도주와 대인 도주의 처벌에 차등을 두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춰보면
물피도주의 의무내용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형량은 낮추거나, 과태료나 범칙금 부과대상으로 하는 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3. 결론
이번 신설 도로교통법 규정은
단순 물피도주를 경찰 관할로 하게끔 하여 피해회복이 용이해지도록 하되
가벌성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여 처벌수위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도록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정도의 입법이 가장 최선이라고 보는데
그 대신 범칙금 액수는 종전 기준에 비추어 고액으로 정리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도로교통법은 시행령에서 범칙금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시행령 제93조, 별표 8)
아직 시행령은 개정되지 않아 현재로선 단순 물피도주의 범칙금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