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에 결국 외로운 밤을 지샐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슬프게도 이 예감이 11월 초순부터
왔었는데,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이 상황을 피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던건 아닙니다.
친구 추천으로 소개팅 어플을 꽤 여러개를 대략 두달간 열심히 쓰면서 몇분을 만나는데 성공했죠!
물론 결실은 없었습니다.
이제 제 웃픈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혹시 현실에서 여자 구하기가 참으로 힘들어 소개팅 어플에게라도
의존을 하고픈 외로운 분들을 위해 제가 두달정도 쓰면서 느낀 약간의 팁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대략적인 어플들 과금 시스템을 분류해드리고 경험상의 팁과 사진찍는 노하우(...)도 적어드릴게요.
+당연하고 슬픈 이야기지만 외모가 상위 5% 안쪽에 드는분들은 뒤에 언급할 주의점등을 하나도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아니 이런 분들은 사실 소개팅 어플을 할 이유가 없을꺼에요. 또 제가 남성이므로 당연히 남성을 기준으로 한 글입니다.
1. 어플들의 과금 시스템 분류
구체적인 어플의 이름을 왠만해선 적지 않겠습니다. 간접광고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블로그 주인장분이 소개팅 어플들에
극딜하다가 소송드립을 당하시는걸 보니까 이 회사들이 자기들 어플의인터넷 평판에 꽤나 신경을 쓰는것 같기 때문입니다.
소개팅 어플들의 과금 유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여성 프로필 확인 대화 신청 호감 보내기 등등 온갖 창의적인 부분에서 뭐 하나를 할래도
다 돈을 받아요. 숫제 숨만 쉬어도 돈을 받아갈 지경이죠. 그런데 이 모든걸 우리가 알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고객이 될 우리들에게
유의미한 기준으로 살펴보면 사실상 모든 소개팅 어플의 과금유형은 둘중 하나입니다. '최소한의 보장이 있다' 혹은 '없다'죠.
최소한의 보장은 간단한 의미입니다.
내가 돈을 쓰기 전에, 상대가 나에게 최소한의 호감이 있는지는 알 수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조건 이쁜 여성이 떴다고 신청해봐야 100% 돈만 사라지고 끝입니다. 확률은 당연히 본인 비주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인 기준으로 멀쩡하고 스타일 좋다는 사람이라 해봐야 무작정 보내면 성공률이 10%도 안됩니다. 그런데, 최소한의 호감은 있다는걸
확인하고 보내면 매우! 높은 확률로 일단 현실에서 만날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과금 없이 최소한의 상호호감 체크도 불가능하게 만든
어플은 써보고 10초 내로 삭제하시면 됩니다.
무작정 보내서 성공할 사람이면 소개팅 어플을 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가만 앉아있으면 소개팅 끝없이 들어와서 여자친구 없기가
더 힘든 사람이란 이야기거든요.
그렇다면 최소한의 호감이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시켜주는가? 이 점은 어플마다 다릅니다. 어떤 어플은 3:3, 5:5 등으로 일단 매칭시켜서
서로가 호감가는 사람을 찍으라고 합니다. 어떤 어플은 매일 10장 이상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일종의 평가를 하라고 합니다.
이중 전자가 훨씬 좋습니다. 단순무식하게 계산하면 전자에선 나를 제외한 2~4명의 남자를 제치고 선택을 받고, 나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해서 맞았으면 됩니다. 후자는 최소 두자리수의 남자를 제쳐야합니다. 상위 30%정도에 들어갈 남성이면 전자 시스템에선
꽤 자주 선택을 받습니다. 후자 시스템에선 한달에 한번 받기도 어렵습니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생각해볼때 외모로 1:10, 1:20을
해낼 자신이 없으시다면 전자를 고릅시다. 전 당연히 전자입니다.
일단 상호 호감체크까지는 무료로 시켜준다면 그 어플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 숨쉴때마다 돈을 내라고 하는건
그냥 그려려니 합시다.
2. 어플용 사진에 대한 몇가지 요령
흔히 '괜찮다' 라고 말하는 사진과 소개팅 어플용 사진은 좀 다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사진들은 결국 타인이 내 외모를
평가하기 위한 사진들입니다. 물론 배경도 멋있으면 좋고 옷은 당연히 잘 입어야죠. 근데 그 이전에 일단 내 외모가 잘
보여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진의 주인공과 포인트는 나 자신이 되어야합니다.
카톡 프사식으로 대자연속의 한없이 자그만 나 혹은 거대 도시사회를 살아가는 한사람의 시민으로서의 나, 넘나 맛있는 음식에
감동중인 나, 여행속의 행복한 나 뭐 이런 느낌의 사진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남성의 경우 얼굴만 나오게 소위 셀카식으로 찍으면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몸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상반신은
나오게 찍기 마련인데, 얼굴만 찍었다면 몸에 자신이 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고 이성들도 그걸 다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로
전신샷도 좀 애매한것 같습니다. 전신샷이면 얼굴이 잘 안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얼굴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왠만해선 상반신이 전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얼굴도 이목구비는 다 알아볼 수 있는 사진 정도가
좋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적자면 예컨데 사진이 A4용지 사이즈라면 얼굴은 내 주먹 정도의 크기로 나오는게 괜찮은듯 합니다.
3. 실제 만나보며 느낀 몇가지 팁.(편의상 단문, 반말로 적겠습니다.)
a.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자. 결혼을 원한다면 소개팅 어플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다. 진지하고 지속적인 교제를
원한다면 역시 매우 어렵다. 잠깐 즐겁게 놀고 간다는 느낌이 가장 좋다. 경험상 커리어 등 프로필을 충실히 적은 사람이 그나마
좀 진지할 가능성이 높다.(얼굴 말고 이런것도 봐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b. 지나치게 예쁜 여성이라면, 애초에 널 단순한 먹잇감으로 여길 수 있다. 소개팅 어플 특성상 지나치게 잘생긴 남자는 거의 없지만
지나치게 예쁜 여성은 생각보다 자주 나온다. 의외로 직접 만나는 단계까지 가는것도 그렇게 고난이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사귈 생각을 하고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짧은 경험이지만 '소개팅 중에도 다른 남자를 체크하는 행위'를 실제로 본적이
있고 인터넷 경험담에도 이런 말이 많다. 이런 여성분들은 애초에 소개팅이 아니라 사냥을 하러 나온 것이다.
c. 프로필 커리어도 보긴 하겠지만 결국 이런 가벼운 만남에서 상호간의 평가는 외모가 80% 이상이다. 물론 인간사 모든 이성의
만남에서 외모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보다 진지한 관계에서 외모가 일종의 예선전이라면 여기선 본선이다. 여기서 지속적으로
저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무슨 자괴감을 받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합시다.
d. 주선자 등이 존재하는 현실의 소개팅과 달리 여기는 그런것이 없다. 즉 맘에 안드는 상대를 기분이라도 맞춰줄 필요성 자체가
사라진다. 카톡하다가 마음에 안들면 원색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그려려니 하자.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기분을
맞춰줄 필요가 없다.
e. 사실상 외모만 가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에 가까워서, 최소한의 본선에 가기 위한 기준도 상당히 높다. 예컨데 술자리 내기(...)
용으로 유명한 아x다 같은 경우 냉정히 볼때 남성은 가입을 하는것조차 3명중 한명이 가입하기가 어렵다. 본선에 가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3:3, 5:5같은 유형에서 자신이 5~10회를 하면서도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소개팅
어플에 돈을 쓰지 말자. 그런 분들이 결코 매력이 없는것은 아니나, 이런 어플로 누굴 만나는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f. 혹시 이 어플을 엄한 방향(...)으로 쓰고싶은 분들을 위해 주의드리면 인기 어플은 가입자가 100만이 넘고 사용자도 수십만이다.
보안도 제대로 되지 않고 분위기도 그런 방향이 아니다. 사실 엄한 방향으로 악용되는 어플은 따로 있으니 엉뚱한데서 시도하시다가
철창가는 일들이 없길 빈다.
g. 애초에 정말 뛰어난 사람은 이런 어플에 의존조차 하지 않는다. 정말 잘생겼다면 가만 있어도 소개팅이 쏟아진다.
즉 이런 어플을 쓰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약점이 있다는 의미이다. (남성의 경우이며, 여성은 좀 다르다. 여성은 아무리 봐도
애초에 사냥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따라서 너무 겁먹지 않도록 합시다... 제가 보기엔 상위 50% 안에만 들어도
3:3 5:5에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선택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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