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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19 23:33:13
Name Jace T MndSclptr
Subject [일반] 팀 던컨의 데뷔, 은퇴와 그렉 포포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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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놈 웃기네 이거 농구를 가르쳐주긴 뭘 가르쳐줘 니가 날 가르쳐야지 나도 2시즌짼데-

팀 던컨과 그렉 포포비치는 사제지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보통 사제지간의 관계와는 무언가 반대로 뒤집혀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사제지간이라 함은 포텐셜을 가지고 있지만 미숙한 제자를, 통달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사부가 이끌어주고, 나중에 만개하여 스승을 넘어선 제자가 그에게 보은하는 관계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팀 던컨은 이미 리그 1년차, 아니 -1년차인 대학교 4학년부터 모든것이 완성되어 있는 선수였고, 냉정하게 얘기해서 그는 NBA 무대에서 새로 배운것이 전혀 없습니다.  팀 던컨은 신인상을 받은 그의 첫번째 NBA 시즌에서 바로 ALL NBA 1st Team에 선정되었으며, 그 이후 그 누구도 이 업적을 다시 해내지 못했습니다. 리그 적응이요? 오히려 NBA 리그가 이 괴물 신인에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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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얘가 후임으로 들어온 이등병인데 나보다 벌써 일을 더 잘해! 깔깔까띾띾띾라깎(정색)개부럽지 이자식들아-

이렇게 모두의 기대대로 등장하자마자 최고가 되었던 던컨과 달리, 그렉 포포비치는 당시 답답해서 내가 감독한다라는 맘을 먹은 뒤 첫 시즌을 (불가항력이었지만) 엉망으로 보내고, 그 엉망으로 보낸 보답을 갓 받았을뿐인 초짜 감독일뿐이었죠. 통달은 커녕 자기 앞가림 하기도 바쁜 사람이었고, 그 어떤 사제 지간도 아마 이렇게 서로의 커리어를 시작하진 않았을겁니다.

커리어 초반 포포비치와 던컨중 서로의 덕을 더 많이 본것은 단연 포포비치였습니다. 당시 PC 통신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NBA 커뮤니티에서 포포비치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갓띵장이라는 평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형편 없었습니다. 골 때리는건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들 대부분 코치 팝의 정규 시즌 팀 운용에는 불만이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받는 단기전에서의 전술이 당시 비판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로빈슨도 물론 여전히 든든했지만, 결국 포포비치와 던컨의 커리어 초반 두번의 우승을 이끌어낸것은 전적으로 던컨의 공이 가장 컸습니다. 첫번째 우승도 물론 그랬지만, 두번째 우승은 뭐 말할것도 없는 역대 최고의 원맨 우승이었으니 더더욱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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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나 혼자 다 이겼다 인정안할시 대머리 됨;

던컨이 승리 지분 5:5을 넘어서서 아예 대놓고 포포비치의 덕을 보기 시작한건 그의 커리어가 끝나가는 황혼기 즈음부터입니다. 던컨이 코트 위에서 동년배 스타들에 비해 끝까지 더 위협적이고 지배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줄 수 있었던것은, 물론 본인의 자기관리덕도 있었을테지만 포포비치의 관리와 리그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신묘한 전략 전술덕이 컸을테고, 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존경하며 따르는 마누 / 파커라는 두 새로운 프렌차이즈 스타도 분명히 도움이 됐을테니까요. 

그렇게 르브론한테 당해서 땅바닥도 치고 하는 우여곡절 끝에 던컨은 커리어 막바지에 주연이 아닌 조금은 뒤로 물러난 조연으로서, 베테랑 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로 존재감을 보여주며 본인의 다음 세대 프렌차이즈 스타인 카와이 레너드의 파이널 MVP를 도우며, 가장 맛있게 조리된 음식이라는 복수의 반지를 끼게 됩니다. 땅바닥을 친 보람이 있었을까요?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의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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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 니가 쏘지말고 즈루한테 패스해
 AD : 예????
 ??? : 즈루한테 패스하라고 임마 팀워크몰라? 대머리될래? 패스하라고 아 패스해 패스 즈루한테 주라고 좀- 

하지만 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던컨은 다시 전성기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선수 말기 본인을 고질적으로 괴롭혀온 무릎을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었는지, 그 답게 참 조용히 은퇴를 선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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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말년으로 가면서 끈끈해지고 은퇴 선언 이후엔 정말 대놓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포포비치와 던컨을 보면서, 이들의 관계를 참 규정짓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부부나 연인관계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서로 동등한 선에서 관계를 시작해서, 수십년간 매일 같이 동고동락하며 희노애락을 같이 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있었던 은퇴식에서의 던컨의 멘트는, 제 생각보다도 더 저와 포포비치, 그리고 그 자신을 뭉클하게 만드네요. 

“Thank you, coach Pop for being more than just a coach, for being like a father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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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e T MndSclptr
16/12/19 23:34
수정 아이콘
근 10년간 본 스포츠 스타 은퇴 / 영구결번식중에 이렇게 지인들한테 존경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건 처음이었던거 같네요.
나는미나리좋아해
16/12/19 23:42
수정 아이콘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폽이 그렇게 말했죠.
인생의 마지막 순간 혹은 지구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뭘 하겠냐는 질문에, 던컨과 시간을 보내겠노라고...
둘은 영혼의 파트너입니다. 굳이 남녀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늘 은퇴식 감동적이더군요
16/12/19 23:58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좋아하는 nba플레이어입니다
저는 화려하지 않지만 투박하고 묵묵한 선수를 좋아하거든요!!

던컨옹 다시 코트에서 못봐서 아쉽지만
덕분이 그동안 정말 nba 재미있게 봤습니다
16/12/20 00:19
수정 아이콘
가넷 팬으로써 가넷이 좋은 감독과 프런트를 만났다면 플옵에서 한번만 만나게 아니라 더 자주 만났겠죠.. 둘이 플옵에서 제대로된 경기를 못봐서 아쉽네요
김연아
16/12/20 10:16
수정 아이콘
보스턴 대 샌안의 던가 파이널은 진짜 꼭 보고 싶었습니다 ㅠㅠ
VinnyDaddy
16/12/20 00:53
수정 아이콘
Farewell, Mr. Fundamental.
불바람
16/12/20 08:04
수정 아이콘
지금에야 아주 훌륭한 명장이지만 던컨이 아니었으면 포포비치는 감독커리어 초기에 짤렸을겁니다.

첫번째는 한때 돌감독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전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었고, (오죽했으면 2003년 파이널은 돌감독들끼리 붙었는데 던컨과 키드라는 똘똘한 선수들이 한판 벌인거라는 소리가 나올정도)

두번째는 제일 낮은 지위의 루키나 비보장계약선수부터 슈퍼스타까지 동등하게 대우하는 그의 선수지도방식떄문입니다.
사실 이게 옳은 방식이지만 슈퍼스타에 대한 특별대우가 당연한 현실에서 이런 식으로 팀을 이끌면 대부분 감독과 스타가 싸우고 입지가 약한 감독의 목이 날아가기 일수죠.

지금처럼 최고명장의 입지를 굳힌 상황에선 포포비치가 이런식의 지도를 하면 대부분의 스타들이 수긍을 하겠지만
지도력에 대한 평가가 낮았던 감독생활초기에는 다른스타선수가 포포비치랑 함께 했다면 꽤나 시끄러웠을겁니다.

하지만 던컨은 처음부터 이런 지도방식을 군말없이 받아들였고, 던컨이 이러니 나머지 팀원들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죠.
그리고 던컨은 커리어말기에 최고의 감독으로 성장한 포포비치에게 훌륭한 관리를 받으며 보답을 받았고요.

암튼 로빈슨, 던컨, 카와이 그리고 포포비치는 진짜 궁합이 잘맞았던거같습니다.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그속에서 성장하고 보완해주는 감독과 선후배는 진짜 다시 보기힘들거에요.
김연아
16/12/20 10:20
수정 아이콘
포포비치는 짤리긴 어려운 위치였죠 크크크.
구단주가 직접 나서서 자르지 않는 이상은.
사실상 구단 운영까지 다 하는 실세였던지라.
불바람
16/12/20 16:42
수정 아이콘
던컨급 선수를 데리고도 무능한 지도자 소리를 계속 듣거나 선수와 파워게임을 벌이면 구단주가 짤라버리죠.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감독직은 손떼야했을겁니다.
(포포비치 스스로도 던컨은퇴후 얘 아니었으면 난 하부리그감독이나 하고있었을거야는둥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김연아
16/12/20 18:05
수정 아이콘
포포비치는 원래 감독하기 전에 샌안에서 단장 및 부사장으로 출발한 사람이고,
감독하느라 뷰포드한테 단장직만 넘겨준 거지, 사실상 구단 운영자는 포포비치였죠.
감독이야 초보 감독 티 풀풀 내던 시기에도 구단 운영 자체는 엄청나게 잘 하고 있던 사람이었던지라,
본인이 감독으로써 팀 운영 안 되면 트레이드를 하든지, 자기가 내려오든지 할 위치에 있던 사람이지, 짤릴 위치에 있던 사람은 아니란 뜻입니다.
드랍쉽도 잡는 질럿
16/12/20 08:37
수정 아이콘
농구의 참맛을 알려주는 샌안의 핵심인, 핵심이었던... 던컨...
던컨의 신인 시절 그 개인의 강력함도 대단하지만, 이후 파커, 지노빌리 등과 함께 보여준 경기들은 NBA가 아무리 대단한들 농구의 기본인 팀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경기들이었습니다. 물론 포포비치의 힘도 크고요.
히트에게 역전패 하며 리핏을 못한 점과 작년 플옵에서 좀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코비도, 던컨도, 가넷도 떠나가고 이제 카터 정도 남았군요. 조던 이후 세대도 안녕이군요ㅜㅜ
16/12/20 08:56
수정 아이콘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던컨옹..
aDayInTheLife
16/12/20 09:45
수정 아이콘
거목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고했어요. 던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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