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화문에서도 웃음과 슬픔이, 분노와 해학이 함께 넘쳤습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지 여러날이 지났음에도 지치고 소모되는 것 이상으로 아직 많은 에너지가 남아있고 오히려 더 축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광화문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있던 '우리'가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각종 SNS를 비웃거나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미 세상은 바뀌었고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입니다.
저는 '국민'의 이름으로 승리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삶에서 승패를 적립해왔던 각자가 함께 국민으로 모였을 때만 유독 패배해왔습니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촛불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이미 국민이란 이름에 딱히 집착하지 않을 뿐더러, 안남시민, 범야옹연대, 트잉여 등 불특정한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며 특정 계급이나 소속에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어제 새벽에서야 통과된 탄핵안은 '탄핵 깎는 노인'의 쌀이 익어야 밥이 된다는 꼬장에 실패할 뻔 했습니다. 국민의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민을 어리석게 생각하고 '국민보다 정치를 잘 아는 내가 잘 해서 꼭 성공시켜주겠다'는 오만을 사람들은 참아넘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람들은 정치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누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정치인인지를 시험하고 있는 겁니다.
이 시간에도 많은 고양이들이 트윗하면서 어느 집사가 가장 충실한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탄핵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그게 걱정되면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를 국민 앞에 어필하세요. 쇼를 하세요. 광고하고 생색을 내세요. 불신의 시대를 만든 것은 정치인들 자신입니다. 밀실에서 한 모든 일들은 평가받지 못할 것입니다.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늦췄다는 변명은 이 시대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속도가 생명입니다.
시험에 탈락하는 자들은 앞으로의 정치 활동이 고달플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괴롭혀줄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공유되는 시대를 살고있으니까요. '재촉한다고 탄핵이 되나?' 하고 탄핵 깎는 노인이 물어도 고양이들은 관심이 없어요. 안되면 되게 하는 것이 집사들의 의무거든요.
되게 하십시오. 이백만 고양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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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인과 국민이 소통하는 시대가 온 거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어떻게 국민들의 보다 솔직한 마음을 이끌어내고 그러한 마음을 움직일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대, 국민들은 샤이XXX-자신이 원하는 바는 감추고 표로 심판하겠다-와 같은 비겁한 짓하지 말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게 전할지 고민해야 할 시대가 온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