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반도의 수도 한양. 이 한양 한복판 북악산에는 청개구리(靑蛙)가 한마리 살고 있소이다. 그런데 이 청개구리놈이 말 바꾸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가히 청개구리 중 청개구리라 할만 한 것 같은데, 이놈의 말바꾸기 행태를 한번 보실런지요.
우선 이 청개구리로 말할 것 같으면 몸에 기름을 좔좔 두르고 있어 힘으로 잡기가 매우 어렵고, 말로 굴복을 시키려 하더라도 애초에 염치라고는 없는 금수어충(禽獸魚蟲)인지라 부끄러움을 모르고 거짓말을 밥먹듯 해댑니다.
도저히 그 더러운 꼴을 보고 있기 힘들어 내 이 청개구리에게 썩 물러가라 외치니, 이 개구리 고상한 척하며 하는 말이 '이보오, 내 비록 개구리오만 엄연히 북악의 주인이거늘 스스로 내려가는 것은 비극이 아니오. 내 명이 다 하거든 그때 스스로 내려가리다.'하며 눈과 귀를 닫은채 겨울잠을 드는게 아니겠소.
그런데 첩첩산중, 설상가상이라 그 개구리놈 그간 해놓은 악행과 추행이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자고 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소. 그리하여 도성의 백성들과 함께 온힘을 다해 북악을 향해 소리 치니 이 놈이 잠에서 깨긴 하더이다.
헌데 이 청개구리놈 잠에서 깨며 하는 말이 '북악의 주인이 깊은 잠에 빠져있거늘 왜이리 소란스러운가'하며 되려 역정을 부리는게 아니겠소. 그리하여 이 가증스런 청개구리에게 그건 지은 죄를 낱낱히 소리치니, 그때서야 이놈 하는 말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가. 이몸 북악에 자리하여 그간 나라만을 걱정했거늘 자괴감 마저 든다. 내 스스로 북악을 걸어나가진 않을터이니 차라리 내 배를 째고 시체를 가지고 나가라.'하며 발악 하더이다.
내 이말을 들은즉 이 청개구리놈 온 몸에 두르고 있는 미끄러운 기름만 믿고 이러는 것 같았소. 가히 보통 칼로는 배를 가를 수가 없기에, 그 길로 도성에서 칼 잘 만들기로 정평이난 추선생을 찾았소이다. 추선생 집에 도착하고 보니 추선생은 이런 일을 예측한 것인지 개구리놈의 배를 가를 명검 중에 명검을 이미 만들어 준비하고 있었소. 추선생의 준비성과 그 치밀함에 탄복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이 개구리놈의 배를 가를 생각에 들떠 한걸음에 북악으로 달려갔소이다.
그런데, 드디어 청개구리놈을 만나 사지를 묶고 배에 칼을 꽂으려는 찰나, 이놈이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며 나에게 하는 말이,
'아이고, 내가 언제 내 배를 가르라 했는가. 공연히 그러지 말아주시게. 내 도성 백성의 목소리를 무겁게 들었으니 그들이 거취를 정해주면 물러나고자 하오. 그러니 제발 배를 가르지는 마시오.'
허허, 아니 이 청개구리놈 내가 곱게 물러가라 했을땐 차라리 배를 째라며 소리치며 발악하더니, 내 그 청을 받아들여 힘들게 칼을 구해오자 이제사 스스로 물러난다고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아 이래서 청개구리는 청개구리로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소이다.
그런데 이 청개구리놈의 추악한 습성을 생각해보면 이놈이 곱게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뻔한 것인데, 내가 이놈 말을 듣고 묶었던 사지를 풀어주는게 맞다고 보오? 한낱 청개구리(靑蛙) 한마리 때문에 온 나라가 소란 스러우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외다. 이 추악한 청개구리놈을 어찌하면 좋겠소.
* 점심 먹고 답답한 마음에 적어내려가 봤으나, 처음 작성하는 긴 글이라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대를 살아가는 한 소시민이 현실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담아 적은 글이니 가볍게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