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잉여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겐 나보다도 더욱 잉여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지방 사립대의 행정학과 졸업, 그야말로 잉여한 위치.
그 이후엔 집안의 음식점 일을 도우면서 공부를 했다. 그것뿐. 대학교부터 생각하면 대략 10년에 이른다.
무시무시한 공무원 스파이럴에 빠져버린 것이다. 유망한 능덕이 될 수도 있었던 친구는 교회덕후가 되어버렸다.
중동에서 시작한 교회의 세도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미국에서 아시아로 들어왔고, 곧 중국과 아랍을 지나
다시 이스라엘에, 즉 교회의 세계일주가 얼마 남지 않았으며, 그 때에 적그리스도의 위협과 그리스도의 강림이
이루어질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교회의 관리직과 같은 교회쪽인
직업을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것은 거부하고 있으며 더구나 다니던 교회가 분열되고 말았다.
대립 끝에 목사가 지지자들과 함께 독립했고, 그 목사를 지지하던 친구도 30년 역사를 갖고있는 5층 교회에서
상가의 사무실에 마련한 소규모 교회로 옮기게 되었다.
새벽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때때로 6시에 출발하여 한 시간을 걸어 도착하곤 했으며. 필리핀 선교회도 참가했다고 한다.
10년의 공무원 스파이럴에 빠진 사람이.
그러한 친구가 등록비를 벌기 위해 도움을 요청해왔다. 월요일 오후 6시에 교회행사에 참석하는 친구에게
지금 내가 있는 비정규직, 월요일 5시에 퇴근할 수 있는 공장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밥과 김치를 주는 월 20만원 고시원에 들어가서 5만원으로 반찬을 사고, 5만원의 기타유흥비면 한달 30만원이면
충분하다지만 학원의 등록비 때문에 집안에는 알리지 않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는 것을 가장하며 2달간 정도 일하고 싶다고 한다.
요일 5시 퇴근 조건으로.
최적의 상황은 내가 다른 계약직으로 옮기고, 지금의 내 자리에 친구가 들어오는 것인데 내가 이야기해놓은
사무실에선 올해는 일이 늦어진다고 10월 중후반까지 기다려보라는 대답이 있었다. 지금 내가 일하는 장소도
그 때까지 일해본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고시원에서 8개월, 이제 마지막이라고 한다. 비슷한 입장에 있던 다른 친구는 저번에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10년에 이르는 스파이럴에 빠져있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의 경우 대략 반은 일하고 있었으니
5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점은 성공한 친구는 5년의 시간 동안 온전히 집중했지만
지금의 친구는 교회생활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이 나와, 그리고 서로가 알고 있는 시간은 완전히
동일하고, 내가 외계인에게 납치되 TS당해 온다면 둘 사이에서 교제를 고민하겠으나 그 서로는 몇년만에 우연히 만났을 정도로
한때의 클래스메이트인 관계이다.
150을 번다면, 세금과 보험을 떼고 135가 통장에 들어온다. 거기서 십일조를 내고 나면 결국 120 이 남게 된다.
세상의 주인은 물리법칙일 뿐이라는 무신론자인 나에게 크리스찬이란 마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마귀에 굽히지 않는
교인이라고 설파하는 나의 친구는 이제 8개월간의 고시원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2달의 노동을 원하고 있으니,
과거의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과거의 나는 그 친구야말로 나의 친구들중에서 가장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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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 가장 못난 게 가족에게 비밀로 하는 건데......
나이가 25이건 30이건 상관이 없습니다. 벌릴 수 있을때 벌려야 합니다. ( 저희집도 소득 8분위지만 알바고 뭐고 부모님 고생해라 하고 공부했던거 같습니다. )
알바 몇달로 왜 인생을 버리려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책임을 다 짊어질 각오로 공부하는게 개인적으론 정답이라 생각하는데...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