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데이브 머스테인...
실력은 출중했던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스테인은 마약과 알코올 중독 끊임없는 멤버들과의 불화로 메탈리카에서 쫓겨납니다. 원래 메탈리카는 드러머 라스 울리히와 기타를 치는 제임스 헷필드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밴드였고 데이브 머스테인은 그 이후 나머지 멤버들을 모집할 때 들어온 멤버였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밴드 내의 지분은 위 둘에 비해서 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머스테인은 마치 자기가 밴드의 주인인 냥 제멋대로 행동했고 나머지 멤버들 특히, 울리히와 헷필드가 그걸 마냥 두고만 볼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해고는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멤버들 간의 화합과 음악적 의견조율을 중요시 했던 메탈리카의 기조는 그 뒤로도 죽 이어졌고 그것이 멤버들의 변동이 거의 없이 메탈리카가 장기간 최고의 메탈밴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메탈리카에서 해고당한 머스테인이 메탈리카를 음악적으로 눌러주겠다는 복수의 일념에서 만든 밴드 메가데스는 상황이 좀 달랐습니다. 머스테인 자신이 밴드의 주인이다 보니 다른 멤버들의 눈치를 볼 일도 없었고 본인이 술을 마시든 마약을 하든 이제는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머스테인 입장에선 다른 멤버들은 오로지 자신의 음악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에 불과했습니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해고하고 머리카락이 헤비메탈 밴드에 어울리지 않게 짧다고 해고하고 기분 나쁘면 별 이유도 없이 해고하고 메가데스에서는 쉴 새 없이 멤버들이 바뀌고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머스테인 자신이 워낙 음악적인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다 보니 밴드는 그럭저럭 굴러갔고 데뷔앨범이었던
[Killing Is My Business...and Business is Good]과 두 번째 앨범이었던
[Peace Sells...But Who’s Buying?]은 나름 좋은 평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밴드로서 멤버들 간의 시너지라는 것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머스테인 자신의 상태에 따라서 밴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트를 탔습니다. 말이 좋아 밴드였지 그냥 머스테인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음악이었고 나머지 멤버들은 뒤에서 연주만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작사, 작곡도 모두 그 혼자서 담당했고 다른 멤버들이 음악에 대해서 무언가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는 일은 메가데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머스테인의 계속된 폭음과 마약 남용으로 밴드의 존립 자체가 위태위태하던 차에 내놓은 세 번째 앨범
[So Far, So Good...So What?]은 설상가상으로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메탈리카를 음악으로 눌러버리겠다던 머스테인의 꿈은 달성도 되기 전에 내부에서 붕괴가 될 위기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메가데스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메가데스에 구원의 손길이 찾아옵니다. 두 명의 멤버들이 새로 밴드에 가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재즈를 바탕으로 한 실력파 드러머 닉 멘자와 뛰어난 기타리스트이자 음악적 역량이 머스테인 못지않았던 마티 프리드먼이 메가데스호에 탑승을 했습니다. (닉 멘자는 이전 드러머의 실력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머스테인이 얘 드럼 좀 제대로 가르쳐달라고 드럼 선생으로 불렀다가 멤버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메가데스 밴드 역사상 최고의 황금라인 (데이브 머스테인 – 마티 프리드먼 – 데이빗 엘렙슨 – 닉 멘자)이 탄생한 것이었지요.
이것이 전설의 메가데스 1군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변화가 하나 더 생깁니다. 데이브 머스테인이 술과 마약에 대한 절제를 시작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고 또 그가 마침내 귀를 연 것이었지요. 이전까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머스테인이 음악적인 것들을 다른 멤버들과 의논하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곡은 오로지 나만 쓴다. 너희들은 마우스에 자꾸 채우고 연주나 해라"에서 작사 작곡에 다른 멤버들을 참여시키기 시작했고 음악적 방향성도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발전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새 멤버 마티 프리드먼의 공이 컸다고 합니다.
그렇게 밴드의 주인이 환골탈태하여 발표한 새 앨범이 바로 메가데스 역사상 최고의 앨범으로 꼽히고 일개 밴드의 역사를 넘어서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역사상 손꼽히는 명반인
[Rust In Peace]였습니다. 이 앨범이 성공하자 데이브 머스테인은 밴드 멤버들 간의 음악적 협의와 시너지의 중요성을 더욱 잘 인식하게 되었고 그 뒤로 발표한 5집 앨범
[Countdown To Extinction]은 밴드의 역사상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에서는 강력함을 좀 줄이는 대신 후렴구도 넣고 코러스도 넣는 등 일반 대중들도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도 더 많이 참여했습니다. 더욱이 앨범 제목
[Countdown To Extinction]을 드러머 닉 멘자가 지었다고 하는데 이건 막무가내 독재자 시절의 메가데스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6집
[Youthanasia]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져서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메가데스의 최전성기가 활짝 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Rust In Peace
Countdown To Extinction
Youthanasia
무릇 사람은 때로 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저도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좀 더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년은 그렇게 귀를 닫고 살았다고 치고 앞으로 1년 조금 넘게 남은 기간 동안에는 그분도 데이브 머스테인처럼 멋지게 한번 변신해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