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레슬링 옵저버 선정 '올 해의 대립'
후술하겠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이 대립 자체는 굉장히 담백한 대립이라 제가 예전에 올린 다른 몇 대립 글 과는 다르게 복잡하게 살펴볼 건 별로 없습니다. 가장 대립이 격하던 시기만 주로 중점적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07 로얄럼블
로얄럼블 경기가 막판으로 접어든 가운데, 많은 선수들이 끝까지 살아남으려 아둥바둥 하는데...
28번으로 등장하는 그레이트 칼리에 기겁하는 다른 레슬러들
박치기 하나로 천하를 평정하는 칼리 - 갓입니다.
그리고 하드코어 할리를 탈락시키고,
미즈도 탈락,
RVD까지 탈락,
CM 펑크, 차보 게레로 등등 우수수 나가 떨어져갑니다.
기고만장해진 칼리가 마음껏 날뛰고 있는데...
갑자기 경기장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30번, 언더테이커의 등장!
펀치!
펀치!
칼리가 목을 조르지만 뿌리치고,
또다시 펀치!
집념으로 기어코 칼리를 탈락시키는 언더테이커 입니다!
하지만 다굴에 장사없어 랜디 오턴 & 에지에게 두들겨 맞는 언더테이커.
처참하게 박살나기 직전이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4명 중 한 사람이었던 마이클스가 오턴을 탈락시키고,
에지까지 스위친뮤직으로 탈락시킵니다!
그대로 쓰러져 있는 두 사람
언더테이커 싯업!
숀 마이클스 킥업!
최후의 최후에 남은 것은 두 명의 전설들..
언더테이커의 어퍼컷에 숀이 탈락하는듯... 했으나?
집념으로 탈락하지 않습니다.
큰 공격을 실패한 테이커가 그대로 탈락하는 듯 했으나...?
역시 집념으로 버팁니다.
싱글 경기 못지 않게 엄청난 명경기를 펼치는 두 사람.
스위친 뮤직으로 승리할 기회를 잡은 언더테이커지만,
그대로 탈락시키는 언더테이커!
숀 마이클스는 아쉬워하고,
로얄럼블의 우승자는 언더테이커로 결정됩니다.
로얄럼블 다음 날의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Raw.
이날 Raw에서는 대립 중인 존 시나와 숀 마이클스가 태그팀 챔피언 에지 & 랜디 오턴과 타이틀 매치를 치루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경기 끝에 승리를 거둔 시나 & 마이클스 팀
존 시나는 WWE 챔피언 + 태그팀 챔피언에 등극 합니다.
그런데 뒤에서 스위친뮤직을 날리려던 마이클스를 발견한 존 시나
"헐 님 장난놀이 하셈?"
"넌 내게 스위친뮤직을 하려고 했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증거 있어?"
"증거? 증거 있지. 넌 여러코롬 스탭을 밞았을 것이여. 자 모두들 보소. 천하의 막국수가 왜 이리 혓바닥이 짦...."
그 순간 갑자기 암전 되는 경기장
그리고...불길 속에서 등장하는 언더테이커 입니다!
놀라서 기겁하는 존 시나.
로얄럼블 우승자인 언더테이커는, 얼마든지 존 시나에게 도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WWECW.
ECW 챔피언인 '초롱이' 바비 래쉴리는 테스트를 상대로 간단한 승리를 거둔 참입니다.
그러나...ECW에도 등장한 언더테이커!
당연히 깜짝 놀라는 바비 래쉴리.
눈치 없는 테스트가 중간에 끼어들려고 했지만,
쵸크슬램의 재물이 되고 말 뿐입니다.
"지...지릴듯"
언더테이커가 Raw와 ECW에 땅밞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당연히 언더테이커의 원 소속 브랜드인 스맥다운의 챔피언, 바티스타 역시도 테이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수를 치려는 바티스타.
모두가 두려워 하는 언더테이커지만, 오히려 호기넘치게 도전을 선언합니다.
"언더테이커는 로얄럼블에서 우승했고, 그 말인즉슨 나에게 도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겠지. 만약 내가 그를 이기지 못한다면, 레슬매니아에서 언더테이커는 15연승을 기록할거야. 뭐... 나쁘지 않군! 난 그런 도전적인 상황이 좋거든. 테이커! 뭔 생각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나와서 결론을 내려 달라고."
그런데 나오라는 언더테이커는 안 나오고 뜬금없는 존 시나가 나타납니다.
"언더테이커의 답변이 듣고 싶은건 나도 마찬가지야. 마이클스까지 나에게 타이틀을 원한다고 하고 있다고. 더 복잡해지기 전에 테이커가 결론을 내려주길 원해."
그리고 언더테이커를 기다리는 두 사람.
언더테이커가 그 부름에 응답해서 등장합니다.
두 명의 챔피언을 응시하는 언더테이커.
드디어 언더테이커와 마주하게 된 바티스타도 물러서지 않고 바라봅니다.
존 시나를 먼저 노려보고...
바티스타를 노려보고 있는데,
숀 마이클스까지 등장합니다!
"언더테이커, 넌 지난 로얄럼블로 모든 걸 증명했다고 생각하나? 네가 사나이라면, 어떤가. 오늘 바로 레슬매니아 도전권을 두고 우리 두 사람이 다시 싸워 보는게!"
이미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데, 여기에 WWE의 오너 빈스 맥맨까지 등장합니다!
"숀 마이클스, 그 것 참 재밌는 생각이군.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그런데, 나에겐 그렇지 않군. 네 생각은 이렇네. 노웨이아웃에서 스맥다운의 언더테이커와 바티스타, Raw의 숀 마이클스와 존 시나가 태그팀을 맺고 싸우고 거야. 어떤가?"
빈스 맥맨의 제안으로, 참가자들 모두가 명예의 전당 메인으로 입성할만한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가진 태그팀 매치가 주선됩니다.
그 다음 Raw에 등장한 언더테이커.
드디어 문제의 '선택' 을 하기 위한 시간이 왔습니다...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WWE 챔피언인 존 시나.
두 번째로 등장하는 선수는, ECW 챔피언인 바비 래쉴리 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인물은,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 바티스타.
업계의 정점인 월드 챔피언들을 불러 모아, 품평하듯 고를 수 있는 모습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것도 언더테이커 정도나 되니 그럴법 한듯....
존 시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테이커.
그러다 문득 ECW 챔피언이 탐나는지 바라보다가,
바티스타를 잠깐 보고 마는듯... 했는데?
아...아앗!
(과거에 이 장면 볼때 너무 멋있어서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더테이커가 고른 레슬매니아 23의 맞상대는, 바로 '야수' 바티스타 였습니다!
한편 그 날 메인이벤트로, 존 시나의 레슬매니아 상대로 결정될 선수를 꼽기 위해 에지, 랜디 오턴, 숀 마이클스가 경기를 펼칩니다.
치열한 경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레슬매니아에서의 도전권을 획득한 숀 마이클스!
경기 후 존 시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때 바티스타가 등장하고,
뒤질새라 언더테이커 역시 등장합니다.
서로를 마주보다 링 위로 시선을 옮기는 그들
노웨이아웃에서 태그팀 경기를 치룰 네 명의 최고 선수들
꿈에서나 볼 법한 태그팀이 실현될, 정말로 압도적인 포스입니다.
노웨이아웃을 앞둔 Raw, 이날 언더테이커 바티스타와 존 시나 숀 마이클스는 에지 & 랜디 오턴 & MVP & 미스터 케네디를 상대로 경기를 치룹니다.
이때 숀 마이클스를 밀어버리는 랜디 오턴
본의 아니게 부딯친 마이클스 때문에 링 밖으로 나가 떨어진 언더테이커는 화가 난 표정입니다.
스위친 뮤직을 작렬시키고 승리를 거두는 마이클스지만,
승리고 뭐고 기분이 나쁘다는듯 쵸크슬램을 마이클스에게 작렬시키는 언더테이커
존 시나가 가세하여 도와주려고 했지만,
언더테이커의 빅풋!
여기에 바티스타밤까지
도무지 지는게 상상이 안 될 만큼 압도적인 강력함입니다.
드디어 노웨이아웃에서 엄청난 네임맬류의 태그팀 경기가 펼쳐집니다.
강력한 힘을 보이며 상대팀을 압박하는 언더테이커 & 바티스타 태그팀
경기 막판 언더테이커는 링 위를 휩쓸고
더블 쵸크슬램을 준비하다가,
"엤다 너도 먹어라."
마이클스에게 스파인버스터를 작렬하는 바티스타
그 누구도 이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존 시나에게도 쵸크슬램이 작렬하며 이대로 경기가 끝나려는 찰나,
갑자기 언더테이커에게 스파인버스터를 작렬시키는 바티스타
바티스타는 경기를 포기해 버리고, 홀로 남은 언더테이커에게 스위친 뮤직이 작렬
여기에 시나의 AA까지, 천하의 언더테이커도 결국 패배하고 맙니다.
도저히 지는 그림이 떠오를 것 같지 않던 최강의 태그팀은 결국 내분으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린 후 분노에 사로잡힌 언더테이커
다음 스맥다운에서, 심경을 밝히는 바티스타.
"내가 언더테이커를 존경하냐고? 아마도 그럴테지. 지난번 일에 대해서 사과할 생각이 있냐고? 그렇지는 않아."
"난 경쟁을 좋아해. 그리고 난 다른 사람과는 달라. 언더테이커를 보고도 질질 짜거나 도망칠 생각 따윈 없다고. 레슬매니아에서 우리 두 명이 펼칠 경기는,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역사에 남는 경기가 될 거야. 내가 언더테이커를 압박하면 사람들이 나에게 야유를 할진 모르겠지만, 신경 쓰지 않겠어. 이건 다른 어떤 것도 개입될 게 없는 순수한 경쟁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나를 선택했을때 기쁘더군. 데드맨에게 지명받아 한 링에서 경기를 치룬다는 건 일종의 특권이겠지. 나는 그를 존경하지만, 다만 그는 레슬매니아에서 절대로 날 위협할 순 없을걸."
한편 바티스타는 핀 레이를 상대로 가뿐한 승리를 거두는데,
바티스타는 그런 언더테이커를 도발하러 나옵니다.
바티스타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는 언더테이커
한편 다음 스맥다운에서 언더테이커는 킹 부커와 경기를 치룹니다.
중계석에 앉아 스페셜 게스트로 중계하며 이 모습을 지켜보는 바티스타.
경기는 막판 핀 레이가 가세하여 1 : 2로 다굴을 놓으며 난장판이 되어가지만
언더테이커는 괴물같은 힘으로 두 명 모두를 박살냅니다
그리고 핀 레이를 끌고가던 언더테이커...?
핀 레이를 중계석의 바티스타에게 던져버립니다!
킹 부커, 핀 레이, 바티스타까지 세 명을 쓰러뜨리고 유유히 돌아가는 언더테이커
바티스타는 화가 나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다음 스맥다운에서, 언더테이커와 태그를 이뤄 킹 부커 & 핀 레이를 상대하기로 된 바티스타.
그러나 킹 부커 패거리에게 기습을 받아, 경기장에 입장 할 수 없게 됩니다.
1 : 2가 된 상황에서 다굴을 당하는 언더테이커
이때 경기에 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바티스타가 등장해서 구원해줍니다!
언더테이커도 그런 바티스타를 돕고
바티스타가 바티스타밤을 준비하자 언더테이커도 라스트 라이드를 준비하는데,
그런 언더테이커에게 킹 부커를 던져버리는 바티스타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집니다.
레슬매니아를 코 앞에 앞둔 마지막 Raw,
이미 두 사람은 도저히 팀웍은 기대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레슬매니아를 앞두고 분위기를 돋우려는 목적에서 언더테이커 & 바티스타 vs 존 시나 & 숀 마이클스의 경기가 다시 한번 펼쳐집니다.
일단 경기를 하면 압도적으로 쓸어버리는 두 명이지만
역시나 콩가루 팀웍이 어디가는지 바티스타에게 숀 마이클스를 던져버리는 언더테이커
급기야 더 경기할 생각도 없다는 듯 경기장을 떠나버리고
홀로 남은 바티스타만 묵사발이 됩니다.
레슬매니아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스맥다운, 두 사람의 인터뷰가 펼쳐집니다.
워낙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 안전요원이 잔뜩 배치된 상황.
"바티스타, 당신은 일전에 언더테이커가 자신에게 도전해줘서 영광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를 존중하나요."
"존중? 개뿔 뜯어먹는 소리!"
"언더테이커, 당신은 어떻습니까?"
"...."
"바티스타, 그럼 한번 더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이 언더테이커를 꺾는데 무엇이 필요할까요?"
"뭐가 필요하냐고? 딱 48시간이야. 48시간만 있으면, 당장 레슬매니아에서 저 놈을 개박살 낼 수 있겠지!"
말을 마치고 돌격하는 바티스타!
난장판 속에 언더테이커에게 스피어를 작렬시킵니다!
이제 드디어 이 대립은 레슬매니아로 접어들고...
레슬매니아 당일, 7만 5천여 명의 팬들 앞에서 등장하는 챔피언 바티스타
언더테이커를 기다리고..
장내가 어둠속에 뒤덮힙니다.
그리고 저 멀리 아스라히 불빛 속에서 걸어오는 언더테이커
언더테이커가 깊은 곳에서 기둥을 역으로 타고 올라와 이 자리에 당도했습니다.
최강자들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격렬하게 맞붙는 두 사람
몸을 날리는 언더테이커
테이블 위에서의 파워슬램!
스피어에 이은 바티스타밤으로 승리를 확신하는 바티스타
그러나 놀랍게도 언더테이커는 이 모두를 견뎌냅니다.
그리고 기회를 틈타 툼스톤 파일드라이버로 승리를 가져가는 언더테이커!
마침내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에 등극하는 언더테이커 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바티스타는 이후 재경기를 요구하여 두 사람은 다시 경기를 치룹니다.
경기 방식은 라스트 맨 스탠딩.
차이점이 있다면 챔피언과 도전자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
지난 번 시합 이상으로 격렬한 경기를 소화하는 두 사람 입니다.
서로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도무지 쓰러지지 않는 두 사람.
급기야 입장로 부근에서까지 싸우게 되는 두 사람인데,
설마 여기서 툼스톤?
그러나 빠져나온 바티스타.....어!!!
...........
지난 경기에서 승패가 갈리지 않고 무승부로 끝나게 되고,
중간에 언더테이커가 부상 공백에서 복귀한 후로 다시 한번 사이버 선데이에서 두 사람의 리매치가 펼쳐집니다.
경기 막판 회심의 바티스타밤을 작렬시켰지만,
그럼에도 견뎌대는 언더테이커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바티스타
"그래, 얼마나 더 해보는지 보자" 라는 듯 오히려 더 악에 받힌 모습을 보이고
다시 한번 바티스타밤을 작렬, 드디어 언더테이커를 상대로 클린 핀폴을 따냅니다.
완전히 기진맥진한 바티스타.
현재까지 두 사람의 전적은 서로 1승 2무 1패의 완전한 호각.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최종결착을 위한 헬 인 어 셀 경기가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서로 죽일듯이 싸웁니다.
경기 막판, 언더테이커의 툼스톤 파일드라이버가 깨끗하게 작렬!
그대로 경기 끝나는가...싶었는데 놀랍게도 톰스톤을 킥아웃 하는 바티스타!!!
일격필살에 가까운 톰스톤 마저 바티스타가 견뎌내자, 그토록 감정 표현이 드문 언더테이커조차 놀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언더테이커도 바티스타도, 저력의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철제계단 위에서 또다시 툼스톤....!
이젠 절대로 견뎌낼 수 없다고 싶었을 찰나.
갑자기 심판을 방해하는 카메라 팬..?
카메라맨의 정체는 놀랍게도 에지 입니다!
언더테이커를 때려눕히고,
바티스타의 방어를 돕는 에지.
결국 승리 일보직전에서 실패하고 마는 언더테이커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도 증오로 몸을 떠는 언더테이커 입니다.
일전에 저 개인적으로는, 트리플 H와 바티스타의 대립을 소개하면서 최고의 대립 같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각본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명대립이라고 불리는 많은 대립들이 선수들의 개별적인 능력에 많이 의존하거나, 순간순간의 임팩트에 의지하는 편인데 비해 그 경우는 1년에 가까운 대립이 스토리적으로 완벽했으니까요. '이야기' 로서는 완벽한 각본입니다.
헌데 바티스타의 또 다른 명대립인 언더테이커와의 대립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립이었는데 이와는 또 반대였죠. 2007년의 언더테이커 VS 바티스타는 상당히 담백한 대립이었습니다. 복잡한 과정도 별로 없었고, 두 명이 서로 신경전을 한주한주 펼치다 싸운다는 원초적인 이야기 였습니다. 그런데도 상당히 멋졌죠.
일정 수준 이상의 선역 VS 선역 대립 구도는 늘 특별한 분위기를 줍니다. 무언가 모를 아우라가 느껴지죠.
이 대립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게 무엇이냐면, 말 그대로 강자들의 대결이었다는 느낌입니다. 다른 스토리 하나 없이, 최고로 강한 놈들끼리 붙는다, 강한 놈들끼리 붙여놓는데 일단 싸우게 해놓으니 신경전 좀 벌이고, 그러다보니 좀 더 뜨거워진다, 라는 굉장히 심플한 구도죠.
이 대립 전까지도 우리는 언더테이커가 얼마나 강한 선수인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나는 상대마다 툼스톤으로 격파하고 어지간해서 쓰러지지도 않는 무적의 선수이니까요. 그런 강자를, 다른거 없이 정말 강한 놈하고 제대로 붙여놓는 겁니다.
그런 상대를 같은 눈높이에서 맞상대하는 강자로서의 바티스타도 멋졌습니다. 도망치거나 숨지도 않고 맞상대하고, 레슬매니아에서 패배한 이후엔 "축하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겠다" 고 당당히 선언하는 부분도 그랬구요.
말하자면 만화엔 주인공 보정 받는 주인공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주인공들끼리 붙여놓은 셈입니다. 그렇게 되니 바티스타밤을 맞으면 쓰러지고 져야 하는데, 안 쓰러집니다. 견뎌냅니다. 지금이야 상당히 자주 킥아웃 되지만, 저 당시 툼스톤을 바티스타가 킥아웃 한건 저로서는 정말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강자들의 대결이, 최후의 최후에는 갑자기 난입한 기회주의자에 의해서 망가지고 성과는 그쪽이 다 얻어간다, 하는 것도 돌이켜 보면 재밌는 서사 같습니다. 이어지 언더테이커 VS 에지 대립도 워낙 훌륭한 대립이기도 했었구요.
바티스타 입장에서 보면, 05년 후반기부터 06년 동안 바티스타라는 레슬러가 너무 추락 해서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이고 말았는데, '스타' 로서는 둘째치고 '레슬러' 로서 선수의 격을 유지하게 만들어준 대립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사이에도 칼리와의 희대의 펀자비 프리즌 매치 등으로 소모되었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더테이커 같은 경우엔 데드맨으로 복귀 이후 꾸준히 약간 무협지로 따지면 반쯤 은거한 것도 같고 안한것도 같은, 알아서 자중하는 전대고수 느낌이었는데, 갑작스레 로얄럼블을 우승하고 리미터가 풀린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던 로드 투 레슬매니아 시즌이 그 당시에 봤을 때는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언더테이커는 대단한 레슬러였지만, 이미 할 거 다한 베테랑임에도 케인 - 빅 쇼처럼 한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07년 바티스타 - 08년 에지와의 대립으로 계속 메인에서 뛰면서(그것도 그냥 뛰는게 아니라 사실상 스맥다운을 본인 힘으로 지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뭔가 신화적인 존재로 까지 격상된 느낌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칼리에게 잡하고 하이든리히에게 뜬금없이 얻어맞고 레메에서 마크 헨리와 붙기도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