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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07 22:10:58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풍수 지리로 왜구를 막으려 시도한 고려 조정과 최영의 눈물



1350년 이례로 고려를 휩쓸기 시작한 왜구의 공세는 1370년대 후반에 이르러 가히 절정에 달하였고, 그야말로 전국이 왜구의 공세에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376년의 경우에는 일단의 왜구들이 충청도 지역까지 내륙으로 깊숙이 진입하여 활보하자, 이를 최영이 격파하는 홍산대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왜구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고려의 전 해상, 특히 서해안 지역은 왜구들에게 완전 장악 당하여 고려 수군이 함부로 내해를 활보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1377년 3월에서는 착량 어귀에서 펼쳐진 해상 전투애서 고려군은 왜구에게 그야말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어 무려 1,000명이라는 엄청난 사망자 숫자를 넘는 대패를 당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가의 조운도 완전히 붕괴되어 세수조차 제대로 걷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고려 조정이 취한 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이러하다.



倭寇西鄙, 以海州須彌寺爲日本脉, 設文殊道場, 以禳之.

왜적이 서쪽 변경을 침구해오자 해주(海州) 수미사(須彌寺)가 풍수지리상 일본의 맥(脈)이 된다 하여 거기에 문수도량(文殊道場)을 열고 액막이를 하게 했다.




누구의 머릿 속에서 나온 생각인지는 몰라도, 당시 고려 조정이 왜구를 막기 위해 시도한 '액막이' 였다. 해주에는 수미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풍수지리를 자세히 따져보니 이 해주 수미사가 일본의 맥이다 라는 대관절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는 해괴한 이야기와 함께 불교행사를 취해 왜구의 준동을 막아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도 무색하게, 왜구의 침입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1377년은 왜구의 준동이 최절정으로 이루어진 해로, 당장 바로 그 무렵 왜구는 강화도를 압박하여 공격을 펼치다가 고려군이 이를 저지하려 하자 김포로 이동, 내륙을 무인지경으로 휩쓸고 다녔다. 심지어 왜구들은 이렇게 말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無人呵禁, 誠樂土也.”

"저지하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이 땅이야말로 참으로 낙원이 따로 없구나."



왜구에게 '막는 사람도 없는 낙원' 취급 당하고 있으니, 군사 정책을 담당하여 왜적을 막는 인사로서는 참담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 왜구를 막기 위해 충청도까지 왔던 최영은 작전 회의를 하던 중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한심하고 분해서 결국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倭寇肆虐如此, 元帥擧何顔乎?"


"왜구가 이처럼 잔악하게 활보하는데, 원수로써 (이를 막지 못해) 면목이 없다."





그러나 모든 고려 장수들이 최영처럼 나라를 지키지 못해 분통의 눈물을 흘렸던 것은 아니다. 최영이 울고 있었던 바로 그 군영에서, 원수였던 석문성(石文成) 등은  "지금 군영에 어디 노래 잘 하는 기생이 있느냐, 있으면 한번 보자." 라며 나라가 쑥밭이 되고 있는 그 판국에 기생을 찾고 있었다.



元帥石文成, 但問歌妓來否, 觀者歎崔·石憂樂不同.

(최영과는 달리)원수 석문성(石文成)이 노래 잘 하는 기생이 왔는가에만 관심을 가지자, 사람들은 두 사람의 태도가 완연히 다름을 보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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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dris
15/02/07 22:38
수정 아이콘
뭐, 따지자면 팔만대장경도 그렇게 만들어진거니...그나마 그건 문화유산이라도 남겼으니 좀 낫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만일....10001
15/02/07 22:41
수정 아이콘
하지만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어떤 촌뜨기가 오게되는데...
어리버리질럿
15/02/07 22:58
수정 아이콘
내 역적!!아임메!!!!!!!
해원맥
15/02/07 23:46
수정 아이콘
이장군 무장은 행동으로 말하는것일세
설탕가루인형형
15/02/07 23:18
수정 아이콘
최영이 등장했는데 왜 서인석님이 생각 나는걸까요ㅠㅠ
해원맥
15/02/07 23:52
수정 아이콘
치토스
15/02/08 00:01
수정 아이콘
+1 정도전에서 궁궐 앞마당 이성계vs최영 일기토 장면은 정말 역대급 이였습니다...

최영:이성계 넌 만고의 역적이다!
이성계:내 역적 아님메!!
내일은
15/02/07 23:27
수정 아이콘
팔만대장경, 황룡사 9층 목탑 등등 전근대 국가들에서 국가의 위기가 닥쳤을 때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종교 등 비과학적인 방법에 의지하는건 우리만 있는건 아니라서요. 하다못해 괴력난신을 배척한다는 유교국가 조선도 가뭄이나 일식 등 자연현상 앞에서 왕이 소복 입고 하늘에 사죄했으니까요.
해원맥
15/02/07 23:40
수정 아이콘
정도전 Ost 들으면서 글보니 최달프가 눈물흘리는게
오버랩되네요 크크크

고려말이 정말 불지옥이었구나..
15/02/07 23:51
수정 아이콘
망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였네요...
무무반자르반
15/02/08 00:51
수정 아이콘
공무원 한국사 공부하면

이 시기에는 왜구가 출몰하였다 한줄로 끝나는데

이렇게 많은 기록이 있군요... 생각보다 더 막장이었어...

일본한테서 조선은

원조 3연벙 느낌이네요

려말에 털리고 조선 중기때 털리고 조선 후기때 털리고...
스테비아
15/02/08 12:43
수정 아이콘
역시 당한 쪽이 문제입니다?
수면왕 김수면
15/02/08 03:52
수정 아이콘
그리고 스스로는[개자식 호로자식] 이라고 부르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sAFob9Rhbhc
15/02/08 05:39
수정 아이콘
지리산 실상사도 풍수상 일본으로 가는 지기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지는데 특히, 철 4천근을 들여 만든 철불이 일본으로 가는 지기(地氣)를 틀어막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상사 동종에 한국 지도와 일본 지도를 그려 놓고 종을 칠 때마다 일본 열도를 때리게 해 놓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제 시대에 실상사 주지가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국난 극복을 종교와 풍수적 믿음으로 해결해 보려했던 거겠죠. 팔만대장경도 그렇지만..
야율아보기
15/02/08 08:08
수정 아이콘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으니까 풍수에라도 의지하려 했던거 아닐까요?
전지전능할수없는
15/02/08 08:26
수정 아이콘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배하던 시절에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의 정기를 훼손했다고 하잖아요
어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런 사실(주장)이 있는 이상 쇠말뚝을 찾아다니지 않을 수 없고 제거안할 수도 없는거죠
고려말의 그런 상황이 정말 한심하고 화가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도 이런데 과거에는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무무무무무무
15/02/08 09:38
수정 아이콘
진포대첩 & 황산대첩 콤보가 정말 대단했던거군요. 그 전엔 기껏 물리쳐봤자 타고 온 배로 다시 도망가면 끝이었는데
배부터 불태워서 도망갈 길을 막아버리고 내륙섬멸해버리니 500척인가 원정왔다는데 퇴각도 못하고 살아돌아간 왜구가 없....

한 배에 30명씩만 탔다 쳐도 성인남성 1만 5천명이 몽땅 사라진건데 이정도면 보낸 곳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거의 정권이 날아가는 수준 아닌가요-_-;;;;
신세계에서
15/02/08 12:05
수정 아이콘
신불해 님 덕택에 여말선초의 다이나믹함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구들장군
15/02/14 10:00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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