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5/04 20:52:50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彼狡童兮(피교동해) ③ 명분
이인임 : 권세를 오래 누리고 싶으면 내 말을 명심 하세요! 권좌에 앉아있는 사람은 딱 한사람만 다스리면 됩니다.

염흥방 : 그게 누굽니까?

이인임 : 자기 자신.

염흥방 : 이보게 하륜. 영부사대감께서 방금 뭐라고 하신겐가.

하륜 : 대감, 적당히 해 드시란 이야깁니다.

<정도전 중>

만일 손휴가 제 앞에 있다면 인용하고 싶은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손휴에게도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손침을 제거하긴 했지만 여전히 손휴의 자체 세력은 미약했습니다. 황제의 권력이 항상 공고할 것 같지만 권신들에게 휘둘렸던 황제들은 자력으로는 권신을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인사들을 끌어들이기 마련이죠. 이인임을 제거할 때 최영과 이성계를 끌어들이는 것처럼요. 손휴는 손침을 제거하기 위해서 정봉과 장포를 끌어들였고, 자신의 친위세력을 키우기 위해 친밀했던 복양흥을 중용했습니다. 하지만 손침을 제거한 이후 장포와 복양흥은 권력을 독점해 점차 오만방자해집니다.

이들이 힘을 가지는 것은 손휴 입장에서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고려시대 무인 집권기를 생각해보죠. 의종이 폐위당하고 죽은 뒤에 세워진 명종은 이른바 "정통성"이 희박한 군주였습니다. 따라서 경대승이 정중부와 그 일파들을 죽인 뒤에 자기 힘을 세울수 있었지만 이 "정통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시 군부세력과 결탁했고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었습니다.

손휴는 자기가 잘라내버리긴 했지만, 권신이자 역신인 손침의 지지 하에 황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명분적으로 명종과 별 다를게 없었죠.

하지만 즉위의 명분성 때문에 정중부를 제거한 경대승을 끝까지 견제할 수 밖에 없고, 이의민을 불러들이면서 결국 최충헌에게 폐위당한 명종과는 달리 손휴의 경우는 상당부분 달랐습니다. 자기를 올려줬던 손침을 제거했고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기에 손휴의 위치를 위협할만한 인사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선태자 손등의 아들인 손영은 254년 손준 주살 음모에 걸려들어 죽었고, 이후의 태자이자 남양왕으로 있었던 손화는 손준에 의해 죽었으며 그 아들인 손호는 아직 어떤 힘도 없었고, 폐제인 손량은 손침이 죽은 이후 260년 후관후로 격하되어 봉지로 이동하던 중 죽습니다. 이 죽음이 자결이라는 설도 있고 손휴에게 짐독으로 독살당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당장은 손휴의 위치를 뒤흔들만한 인사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손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만한 인사를 찾기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손침을 제거하면서 손침의 당여들에게 회유책으로 그들을 살려주었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죠.

>

이를 잘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이사람, 맹종입니다.

24효 중 하나인 인물이자 맹종읍죽, 맹종설순으로 잘 알려진 효자 맹종은 258년 광록훈으로 있었습니다. 광록훈은 궁의 내성 방어를 맡은 책임자입니다. 맹종은 광록훈으로서 손침의 명에 따라 손량을 폐위하기 전에 종묘에 고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고, 손침 제거의 결정적인 사건인 국경지방으로 나가려는 뜻을 전하는 것을 맹종에게 맡깁니다. 손침의 친족들을 모두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손침 집정 아래서의 인사들이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손휴는 이들을 믿을 수 없었을 겁니다. 거기에 무조건적으로 이들을 숙청할 경우 반란을 꾀할 경우 친위세력이 빈약한 손휴 입장에서는 이들을 함부로 쳐내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손휴는 거의 무리수급은 아니더라도 무리가 갈 정도로 복양흥과 장포를 키워주게 됩니다. 이러한 복양흥과 장포의 결탁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과거 상서랑 태자중서자로서 태자였던 손화의 명을 받아 바둑을 디스한 위소였습니다.

>

손휴는 봄과 여름 사이에는 새벽에 사냥을 나가 밤에 돌아옵니다. 당시 장포는 정치를 맡고 복양흥은 군사와 행정을 맡은 상황이었습니다. 손휴는 당시 박사좨주로 있던 위소와 박사 성충을 불러들여 강론을 맡기기로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정치를 전담하고 있던 장포는 위소와 성충이 입궁해서 손휴와 가까워 질 경우, 바른말을 잘하던 위소와 성충이 자신의 실정을 알려 손휴가 실권을 빼앗을까봐 그들의 입궁을 저지합니다. 위요는 당시 서적을 교정하게 하면서 시강을 담당하게 했지만 장포가 이를 막아버린 것입니다. 거기에 위요가 선비들에게 시강하는 것까지 막아버렸습니다. 손휴는 장포에게 말합니다.

손휴 : 나는 학문에 빠져 많은 책을 개략적으로 읽으면서 부딪치게 된 문제가 많소. 지금 위요 등이 궁궐로 오면 단지 그들과 책에 관해서만 논의할 뿐이지 위요 등을 따라 처음부터 다시 학습하려 하는게 아니오. 설령 처음부터 학습을 받는다 하더라도 손해 되는 것이 무엇이겠소. 그대는 위요 등이 신하들의 간사함과 변란을 일으키는 일에 관해 말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일 뿐이잖소. 그런 것은 이미 방비했으니 위요 등을 통한 뒤에 알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장포가 이를 사과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자 손휴는 다시 말합니다.

손휴 : 서적에 대한 일을 걱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 책을 좋아하면 해로울 것이 없소. 이는 나쁜일을 할 요소가 없는데 오히려 그대는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정무와 학업이라는 것은 각기 다른 흐름이 있으면서 방해하지 않소.

장포가 다시 표를 바치고 죄를 시인하자 손휴는 장포를 달랩니다.

손휴 : 잠시 그대로 하여금 깨우치게 하려 했을 뿐인데 어찌 고개를 조아리는 데까지 이르시오. 그대의 충성은 모두 알고 있소. 과거에 서로 깨우친 까닭은 오늘의 웅대한 사업을 위함이오.

간단히 줄이면,

손휴 : 내가 위요와 성충을 불러들인 건 내가 책읽다가 궁금한거 물어보려고 한거지 니네들 잘못 잡아와 트집잡아 숙청하려는 거 아냐. 설령 그들이 그리 한다 해도 내가 안받아들일 거고. 그리고 내가 공부하는데 있어서 부른거지 얘네 둘이 정무까지 관여하지 못하게 할거고. 너네 제거하려는 거 아니니 의심하지 말어.

결국 손휴는 장포와 복양흥이 더 의심할까봐 위요와 성충을 불러들이지 않고 그들에게 시강을 맡기는 것을 백지화 하죠. 이는 장포와 복양흥같은 친위세력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던 손휴의 한계였습니다. 아니, 손침을 자력으로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손침 아래서 복종하던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던 손휴의 한계였습니다.

263년 5월에 교지군의 속관 여흥이 반란을 일으켜 교지태수 손서를 죽이고 이민족들까지 끌어들여 반란을 일으킵니다. 교지태수 손서는 교지의 수공예인 1천여명을 징발해 건업으로 보냈고, 거기에 262년 말엽 관리를 보내 교지에서 공작과 큰 돼지를 조달케 합니다. 여흥 등은 추가로 물자를 공출당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이 반란에서 여흥은 교지의 토착세력들을 끌어들이고 이민족까지 불러들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죠. 사섭이 죽고 교지의 사씨 일가가 제거당한 이후 248년의 찌에우 부인의 반란이 진압된 뒤에도 지속적으로 반란이 일어나죠. 이는 오 중앙정부의 가혹한 수탈이 원인이었습니다. 263년의 여흥의 반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흥은 위나라에 복종하면서 태수와 병사를 요청합니다. 위의 황제 조환은 조서를 내려 여흥을 사지절 도독교주제군사 남중대장군 안정현후로 봉합니다. 하지만 이런 책봉조서가 도착하기 전, 여흥은 부하들에게 살해당해 반란은 맥없이 진압됩니다. 하지만 이전에 오 입장에서는 정말 큰일이 발생합니다.

바로 등애, 종회가 촉을 공격한 것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맹독은 내핏속을 구르고
14/05/04 21:02
수정 아이콘
순망치한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데, 군주는 실권이 없고 정치와 군은 능력없는 측근에 의해 전횡되고 있었군요.

이세 다 쥐새끼 때문이로군요
카루오스
14/05/04 21:25
수정 아이콘
엑박이옵나이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642 [일반] [야구] 하..이젠 모르겠다 노답_KBO순위경쟁 [60] 이홍기9889 15/08/30 9889 4
57260 [일반]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개막 2연전 평가 [43] 천재의눈물6950 15/03/30 6950 0
56429 [일반] 풍수 지리로 왜구를 막으려 시도한 고려 조정과 최영의 눈물 [19] 신불해7709 15/02/07 7709 3
55426 [일반] 눈뜨고코베인 - 누군가에겐 일상일지도 모르는 노래들 [16] 시네라스7735 14/12/14 7735 4
55062 [일반] [야구] 오늘은 9개구단 20인 보호명단 제출일입니다. [51] Sheldon Cooper8753 14/11/24 8753 0
54955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9. 한산이 무너지다 [19] 눈시BBand6397 14/11/18 6397 10
54844 [일반] 조금 이르지만 내년 2015년 프로야구는 어떨까? [156] 중요한건내의지8845 14/11/12 8845 0
54497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6. 수군의 영웅들과 거북선 [7] 눈시BBand6716 14/10/24 6716 7
54362 [일반] (스압) 한화 이글스, 2014 직관의 순간과 이야기들 [8] 여섯넷백6271 14/10/18 6271 2
54346 [일반] [야구] 삼성의 올시즌 총정리(기록) + 평가와 잡담 [53] classic4657 14/10/17 4657 6
53601 [일반]  떠오르는 태양과 저물어가는 달, 명조와 북원의 대격전 [11] 신불해9830 14/09/03 9830 13
53517 [일반] 우리팀의 즉시전력감 유망주는 누가 있을까? (타자편) [31] Ayew4597 14/08/29 4597 0
53239 [일반] 이성계가 호바투를 무찌르고 동북면을 구원해내다 [8] 신불해8172 14/08/16 8172 11
53064 [일반] 클래지콰이/써니힐/김우주의 MV, 버즈/린&레오/박보람/시크릿/WINNER/카라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7] 효연광팬세우실4586 14/08/05 4586 0
52813 [일반] [야구] 김성근의 돌직구 간단 요약 [90] 제랄드14678 14/07/19 14678 8
52195 [일반] [야구] 어제 경기를 보고 적어보는 각팀의 현재 투수 라인업 [58] Ayew7438 14/06/11 7438 1
52152 [일반] 정도전 43 [48] 해원맥9765 14/06/08 9765 9
52089 [일반] 정도전 42화 - 이방원 RISE [46] 해원맥11235 14/06/04 11235 11
52086 [일반] 문학인 754명의 시국선언이 있었습니다. [10] 연필6463 14/06/03 6463 9
51914 [일반] 정도전 39화 [51] 해원맥10402 14/05/25 10402 7
51546 [일반]  彼狡童兮(피교동해) ③ 명분 [2] 후추통4655 14/05/04 4655 2
51530 [일반] [KBO] 3~4월 각 구단별 주 라인업 [12] Ayew4914 14/05/03 4914 0
51496 [일반] 윤규진은 과연 혹사인 것인가? (한화 이번 시즌 투수 등판) [29] 한국화약주식회사6152 14/05/02 615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