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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14 19:31:54
Name 시네라스
Subject [일반] 눈뜨고코베인 - 누군가에겐 일상일지도 모르는 노래들


"우리 집은 아주 화목한데, 삼촌이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걸 보았네" - 눈뜨고코베인 4집 발매기념공연 ‘Skyland’ 오프닝 "우리집은 화목한데"



눈뜨고코베인은 2002년에 결성되어 올해 4집 [Skyland]를 발매한,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중견밴드입니다.
현재의 라인업은 위 사진에서 좌로부터 김현호(드럼), 깜악귀(기타/보컬), 연리목(건반/코러스), 최영두(기타), 슬프니(베이스/코러스). 


"기이한 일상의 유머"
"아빠, 가족, 외계인이 등장한다면 그건 눈뜨고 코베인의 음악이다"
“조울증에 걸렸지만 태연한 척 하는 하드록 혹은 펑크 음악” 


위와 같이 눈뜨고코베인의 음악을 수식하는 이런저런 표현들이 있지만 한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스운모습을 유머스럽게 혹은 괴로운 모습을 노골적으로 파헤치기도 하고, 환상소설의 한 장면을 태연하게 노래하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것 같은데 다 듣고 나면 마냥 남얘기가 아닌것 같아서 서늘한 느낌이 드는 곡들도 있습니다. 흔한 모습들은 아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이 노래들의 주인공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한 눈뜨고코베인의 노래들 중에서도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몇개 골라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네 종종 전화할게요 (2005, 1집 [Pop to the people]) - La Via Show / 원곡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7QpJR9j9tVk
"나는 어느 구석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도, 호흡할 수 없어, 호흡할 수 없어" 


눈뜨고코베인은 가족을 소재한 노래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밴드가 가족의 따뜻함, 소중함 같은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것.
몸이 편치 않은 아버지, 가정을 지탱하는 어머니, 여전히 취준생인 형, 회사에서 눈치보며 전화하는 동생.
축처진 분위기에 현실적이면서도 어색한 그 모습을 전화를 받는 부분에서 아무렇지 않은듯 그려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모님에게 전화로 연락을 드릴때마다 무언가 느꼈던 막막한 감정들이 이 노래에서 재현된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납골묘 (2008, 2집 [Tales])
"형도 제사지낼 생각 없대요. 그게 뭐 싫어서 그런건 아니라, 단지 우리들은 관심이 없는거죠. 이런말 일부러 하는건 아니에요, 미안해요..." 


또 가족 이야기네요. 아버지와 아들이 번갈아 얘기하고 아들은 제사는 커녕 먼저 납골묘로 들어가 누워있겠다는 패륜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멜로디는 흥겹고 충격적인 가사 내용에 비해 보컬의 어조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덤덤합니다. 물론 아들의 얘기를 들은 아버지의 반응은 알길이 없지만요. 무심하게 관심이 없다고 말해 놓고 어쩔 수 없다는듯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는 2절의 마지막 부분은 눈뜨고코베인의 많은 구어체 가사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입니다.



성형수술을 할래 (2011, 3집 [Murder's High])
"성형수술을 할래 알아보지 못하게, 성형수술을 할래 마주쳐도 모르게."


이 곡은 선정해 놓고 소개할 때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분명 좋아하는 곡인데 뭔가 설명할 포인트를 못잡게 되더라구요.
원래 눈뜨고코베인은 어떤 한 장면, 상황을 던져놓고 노래하되, 그 모든 이유와 결과를 다 보여주는 편은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자신을 성형수술하고 싶다는 건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절박한 감정 자체가 와닿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자체는 오래 전에 완성되어서 종종 라이브에서 했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3집이 되서야 앨범에 실렸습니다. 그래서인지 2집을 끝으로 드러머를 탈퇴한 장기하가 마지막으로 녹음에 참여한 노래라고 하던데 저도 주워읽은거라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 배는 내일 침몰할거에요 (2011, 3집 [Murder's High])
"내가 간밤에 꾼 꿈 이야기 웃으면서 듣질 않네, 이번에 잘 되면 한동안 우린 같이 있을 수 있다 하시네"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 있을만큼 내몰려진 현실, 예고되어 있는 비극, 남겨질 사람이 느낄 무력감이 넘실거리는 파도 같은 멜로디에 실려 옵니다. 3집부터 눈뜨고코베인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 졌다고 생각하는데 그 것을 상징하는 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떤 비극적인 상황을 노래해도 (2집의 "아빠가 벽장" 같은) 섬뜩해 할 수는 있어도 그런갑다 하고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 곡에서는 내심 "아주머니 내일 그배를 타면 안돼요!"하고 외치게 되는 느낌이 들게 되더라구요.



선데이 행성에서 온 먼데이 걸 (2014, 4집 [Skyland])
"오늘밤에는 난 어디로든 어디든 가요, 월요일로 가는 길을 벗어나서 어딘가로"


뭔가 경쾌한듯한 노래면서도 월요일에는 출근해야 한다는 불투명한 감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매일매일 지쳐 쓰러져도 월요일에는 다시 태어나는 사람들의 모습. 저는 요새 아침에 잘 못일어나서 "어떻게든" 일어나야 한다고 되뇌이는 부분이 자꾸 머릿속에서 생각나게 되더라구요.



외로운 것이 외로운 거지 (2003, 데뷔 EP [파는 물건])
"외헤헤 외헤헤 로운 것이, 외헤헤 외헤헤 로운 거지" 


눈뜨고코베인의 시작이자 이 글의 마지막 추천곡.
연말이고 전 외로우니까요. 외로운건 그냥 외로운 겁니다.


 


다른 추천곡들


그 자식 사랑했네 (2005, 1집 [Pop to the people]) / http://www.youtube.com/watch?v=N02PKcXB-f0
횟집에서 (2008, 2집 [Tales]) / http://vimeo.com/3820155 (La Via Show)
일렉트릭 빔 (2011, 3집 [Murder's High]) / http://vimeo.com/35741030
캐모플라주 (2014, 4집 [Skyland]) / http://www.youtube.com/watch?v=Fkdb7fdZTrM (Teaser)
스카이워커 (2014, 4집 [Skyland]) / http://www.youtube.com/watch?v=rbVbk9vzONw


 


사실 오늘 홍대에서 눈뜨고코베인이 단공을 하는데 표도 못구하고 그래서 이러고 있네요.
건반주자인 연리목님이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하시는데 순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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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아
14/12/14 19:54
수정 아이콘
故 신해철님의.... 라디오방송에서 접했었던 눈뜨고코베인 이네요
어색한 관계/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를 들어봤던 기억이 있고 또 자신들의 곡 중에는 제목이 노래 첫 소절인 마치 찬송가같은 구성의 노래가 있다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노래들을 많이 들어보진 못했지만 올려주신김에 들어볼게요!
시네라스
14/12/14 22:56
수정 아이콘
짧고 강렬한 노래죠. 원래 이 곡의 보컬을 맡았던 기타리스트 목말라님이 3집을 끝으로 탈퇴하셔서 특유의 "어색한" 보컬은 더 이상 못듣는게 아쉽게 되었네요.
히히멘붕이넷
14/12/14 20:15
수정 아이콘
저는 외계인이 날 납치할거야, 그대는 냉장고 를 정말 좋아합니다! 근데 벌써 십 년이나 됐어요? 하기야 저 고등학교때 그 자식 사랑했네 처음 듣고 얼마나 쇼킹했던지 윈앰프에 넣어서 듣고 또 듣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크크크
시네라스
14/12/14 22:58
수정 아이콘
뭔가 자주 볼 수 있는 밴드는 아닌데 2005년에 1집을 낸후로 4집까지 3년마다 꾸준하게 앨범을 낸 셈이죠.
사악군
14/12/14 20:44
수정 아이콘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좋아합니다.
시네라스
14/12/14 23:02
수정 아이콘
2집에서 아버지가 등장하는 곡들은 다 좋은것 같습니다.
14/12/14 21:38
수정 아이콘
와.. 요새 문화생활을 안 했더니 4집이 나온 걸 이 글 보고 알았네요. 깜악귀 팔로했었는데 트위터까지 접었더니..;
누군가 말하길 눈코의 노래는 엄마, 아빠, ufo 3개면 설명된다고....
제가 좋아하는 곡을 2개 꼽자면 외로운 것이 외로운 거지, 그 배는 내일 침몰할거예요, 이 2개를 꼽고 싶네요.
특히 그 배는 ... 이 곡은 진짜 애절합니다.
시네라스
14/12/14 23:10
수정 아이콘
4집이 10월 30일엔가 나왔습니다 얼마 안되었어요. 제 글을 통해 알게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두괴즐
14/12/14 22:33
수정 아이콘
으아. 반가운 게시물이네요. 저도 참 좋아하는 밴드랍니다. 저는 우연히 '아빠가 벽장'을 듣고 한귀에 반해서 팬이 됐었죠.
시네라스
14/12/14 23:12
수정 아이콘
눈코 라이브 영상중에 벽장에서 튀어나오는 퍼포먼스가 있는 부분이 있죠. 저도 그 영상을 통해서 이 밴드의 팬이 되었습니다 크크.
月燈庵
14/12/14 23:12
수정 아이콘
장기하가 군 입대 전에 이 밴드 드러머 였단 사실. 그가 직접 부른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 도 은근히 중독성 있습니다. 흐흐.

그런데 지금 사진의 드러머 김현호 님은 원래 장얼 밴드 드러머 였던 걸로 기억 하는데, 이번에 바뀌었나보네요?

<납골묘>를 들으며 겉으로 밝히진 못하지만 사실인 속내를 들킨 기분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관심 없거든요....)

그나저나 연리목 님의 순산을 기원 합니다.
시네라스
14/12/14 23:16
수정 아이콘
김현호님이 2011년말에 군입대 하면서 장얼을 탈퇴했고, 제대 이후 올해 초부터 눈코가 멤버를 바꾸면서 합류하신것 같더라구요.
곧내려갈게요
14/12/14 23:20
수정 아이콘
바로 저 '네 종종 전화할게요' 영상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문장을 pgr닉네임으로 정했었습니다. 제가 어머니와 통화할때 가장 자주하는 말이거든요.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드럼대신 타자기를 치고 있는 장기하씨도.

연리목님이 임심중이시군요. 종종 개인으로 발표한 작품도 듣곤 핬었는데...
시네라스
14/12/15 18:13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곡 자체도 인상적인데, 해당 영상에서 연출하는 분위기, 소품 활용 등은 더더욱 훌륭한것 같습니다.
즐겁게삽시다
14/12/14 23:38
수정 아이콘
저는 납골묘, 일렉트릭빔을 가장 좋아합니다.
깜악귀는 진짜 천재같습니다.

저도 눈코 노래로 피지알에 글 쓰고 싶었는데 반갑네요~ 흐흐
시네라스
14/12/15 18:15
수정 아이콘
제가 먼저 쓰게 되었네요 크크 워낙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노래를 하는 밴드다 보니 언급못한 곡들도 많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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