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촌뜨기였던 네가 돌연 대적이 되어서는, 어쩌다 시세를 타고서 느닷없이 감히 질서를 어지럽히더니, 이제는 끝내 불온한 마음을 품고서 권좌를 훔쳐서 가지고 놀며, 성궐을 침범하여 욕보이고, 궁궐마저 어지럽히고 더럽혔도다. 네 죄가 극에 달해 이미 하늘에 닿았으니, 반드시 잔혹하게 죽임당해 (네 뇌와 간을) 바닥에 칠하게 될 것이다. ……
하! (태평성대였던) 요순 시대에도 묘씨나 호씨 같은 무리들이 따르지 않은 일을 있었으니, (너희처럼) 불량하고 무뢰한 무리와 불의하고 불충한 패거리는 계속 있었다. 너희가 하는 짓거리가 어느 시댄들 없었겠더냐. …… 그러나 간악한 짓을 자행할 수 있던 것은 잠시뿐이었고, 그런 것들은 끝내 말살되었다. 태양이 밝게 빛나는데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냥 두겠는가. 하늘의 그물이 높이 걸려있어, 흉악한 족속은 반드시 없애버리는 것이다. ……
(더군다나 너는) 분탕질을 능사로 알고, 사람을 해치는 일에나 힘쓰고 있다. 네가 지은 큰 죄는 머리털보다도 많고, 죄를 봐줄 만한 좋은 일은 조금도 없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여서 시체를 전시하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마저도 이미 남몰래 너를 죽이기로 논의를 마쳤을 것이다. 비록 네가 지금 잠깐은 겨우 살아 있지만, 금방 몸도 잃고 넋도 잃게 될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은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다. 내가 허튼소리를 하는 게 아니니, 너는 잘 새겨들어라.
근래에 우리나라는 덕이 깊어 (과거의) 허물을 포용하고, 은혜가 막중하여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기에, 너에게 임명장(節旄)을 수여하고 병권(方鎭)을 위임하였다. 그런데 너는 도리어 마음 속에 맹독(鴆毒)을 품고, (밤에 우는) 올빼미처럼 사악한 소리(梟聲)를 거두지 않고서는, 수시로 남들을 물어뜯고 주인에게도 짖어 대고만 있다. ……
너는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나?
“회오리 바람은 하루 아침도 가지 않고, 소나기는 한나절도 가지 않는다.”(『도덕경』).
또 이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더냐.
“하늘이 나쁜 사람을 돕는 것은 그에게 복을 내리려는 게 아니라, 그에게 마땅한 흉악하고 끔찍한 업을 더해서 천벌을 내리려는 것이다.”(『춘추좌전』)
너는 지금 간악하고 포악한 마음을 품어, 악행이 쌓여 재앙이 넘쳤다. (그런데도 너는) 위태로운 상황을 혼자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제정신을 잃고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른바 “제비가 (태풍 맞을) 초가지붕 위에 집을 지어놓고서는 우쭐거리며 높이 날고, 물고기가 솥에서 삶아지면서도 헤엄치며 놀다가 삶아져 문드러진다”라는 (말이 지금 네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자는 사적인 분노를 개입시켜서는 안 되며, 길잃은 자를 깨우쳐주는 자는 오직 바른말로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한 장의 글을 날려, 너를 그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지경에서 구해 주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쓸데없이 고집부리지 말고 빨리 정신차리고 기미를 알아차려서, 네게 (진정) 좋은 방향으로 일을 도모하여 잘못을 고칠 수 있도록 해라. ……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 네가 반드시 이렇게 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필부의 생각을 붙잡아 여우처럼 의심하며 고집부리지 말라.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여서 시체를 전시하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마저도 이미 남몰래 너를 죽이기로 논의를 마쳤을 것이다. 비록 네가 지금 잠깐은 겨우 살아 있지만, 금방 몸도 잃고 넋도 잃게 될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은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다. 내가 허튼소리를 하는 게 아니니, 너는 잘 새겨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