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pgr에서 눈팅만 몇년, 가입하고 덧글만 몇년...
그리고 오늘 처음 글을 쓰게 되네요.
pgr을 습관처럼 둘러보고, 스타 정보와 좋은 글들 많이 읽고 가지만,
워낙 출중한 글솜씨를 가지신 분들과 전문가보다 더 날카롭고 자세한 분석 앞에
왠지 write 버튼을 클릭하기가 항상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눈팅만 하고 아주 가끔 덧글만 남기는 애티켓이 부족한 사람...정도로 소개를 드릴 수 있겠네요 ^^;
스타 오리지널이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나름 참 오랜 시간 스타를 보고 즐겨온 것 같습니다.
처음에 스타는 친구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세 종족 중 프로토스 건물이 제일 깔끔하고 이뻐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제 주종족은 프로토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왠지 알기 쉬운 이유였죠 ^^
그렇게 친구와 혹은 베넷으로 스타를 즐기던 어느 날, 케이블을 통해 스타 방송을 하더군요.
참 신기했죠.
그러더니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에서도 스타 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아, 컴퓨터 게임이 방송에 적합할까?' 의문은 가졌지만 저도 모르게 시청을 하고 있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같은 분들이 많으셨나 봅니다.
어느새 지금의 온게임넷이라는 채널이 생겼고, 엠비씨게임(전신포함)도 생겨나게 됩니다.
비록 지금에 와서는 잊혀져가고 있지만, 스타를 방송했던 시기는 온게임넷의 전신 격인 투니버스와 비슷했던 itv까지...
남들이 안된다고 할때,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들의 추진력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스타판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당시에 많은 고수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 되었었죠.
투니버스에서 열렸던 대회를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웃음이 많이 나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무슨 은박지 섞인 우주인 복장을 선수에게 입혀놓지를 않나 (정말 더워보였습니다;),
게임석도 공상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의자 모양과 주변 분위기를 연출해놓고...(당시에는 나름 스타크래프트 분위기를 낸다고
그랬던 것이지만요.) 참 어설프고 아스트랄 했지만, 선수와 스타 경기 모두 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 이상한 은박지 바른 차림새(?)는 임요환 선수가 온게임넷에서 처음 우승할때 쯤에도 계속 되었죠.
나중에는 쫄티를 입힌다던가, 프로필 사진의 선수들이 반상반신 누드였다던가(..) 결국에는 팀이 생겨 각자 유니폼이 생겼지만요.
스타 경기의 질적인 진화 못지 않게, 선수들의 모습이나 방송도 진화를 한 것 같습니다.
신주영, 이기석, 김대건, 국기봉, 최진우, 봉준구, 변성철, 강도경, 임성춘, 장브라더스, 기욤 패트리, 김정민, 임요환, 김동수 선수등.
(정말 많지만 기억력의 한계로...)
스타 초기 시절에도 유명한 선수들 정말 많았죠.
여기저기 비방송 대회도 많이 열렸고, 세계적인 대회도 많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제 여건상 대부분의 비방송 대회는 볼 수는 없기에 그저 소식만 접하고, 누가 우승했다 정도만 챙겨 보았습니다.)
또한 방송으로 소개된 리그에서는 빛을 본 선수도,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네요.
때는 2000년 10~11월쯤, 프리챌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김동수라는 프로토스 유저가
봉준구라는 저그 유저와 결승에서 만나게 됩니다.
상성상, 그리고 여러 게이머의 평균적인 전적상 저그가 프로토스에게 많이 앞서 있었지만, 김동수 선수는 당당히 우승을 했었습니다.
아마 그 무렵부터 저는 이 선수를 진정으로 응원하고 있었나 봅니다. 당시에도 프로토스는 최소 종족이기도 했고, 상성이라는 것도
있었으니...김동수 선수가 더욱 더 빛나게 보이더군요.
그후 2001년 초중반까지 온게임넷에서는 임요환 선수가 2연속 우승을 하며, 테란의 황제로 떠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1년 가을. 스카이 스타리그. 황제 임요환을 물리치고, 김동수 선수가 다시 한번 우승합니다.
프로토스의 '가을의 전설'은 이때 생겨났지요.
해는 넘어가고, 2002년 가을. 또 다시 스카이 스타리그.
승승장구 하던 '황제'를 제물로 '영웅'의 탄생을 알리며, 박정석 선수가 김동수 선수의 '가을의 전설'을 이어 받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제 기억으로는 당시 박정석 선수가 역대 최소 승률로 우승한 프로토스로 남았을 겁니다.
그만큼 아슬아슬했고 드라마틱 했죠.)
그리고 남자인 이유로 김동수 선수는 은퇴를 하게 되죠.
하지만 이 선수는 남자로서 다시 가림토라는 아이디로 복귀를 합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 너무 기뻤습니다. 타지에 살다보면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오래된, 그렇지만 정겹고 기다리던 것을 만난 느낌이랄까요?
여튼 2002년 이후에도 박용욱, 강민, 오영종 선수를 필두로 프로토스는 이어져 왔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회에서 최소 종족이였지만, 언제나 드라마를 쓰며 우승해 온 프로토스.
이런 점 때문에 처음에는 김동수 선수를 응원했지만, 지금은 특정 선수라기 보다, 프로토스 게이머들을 골고루 응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강자는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항상 테란이라는 종족에 있었습니다.
한창 드랍쉽으로 날리던 '임요환' 선수가 그랬고, 앞마당 먹으면 안진다는 '이윤열' 선수가 그랬으며
괴물같은 힘을 보여준 '최연성' 선수까지.
그렇게 강하다는 선수들이 독재하다시피 할때, '가을의 전설'혹은 프로토스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을 보며,
그들이 저 독재자를 막아주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독재자를 막을 빛은 저그에게서 나왔으니... 당시 그는 아직은 풋풋해 보이는 어린 선수였습니다.
MSL을 연이어 우승하고, 나중에는 온게임넷 스타리그까지 접수하며 테란의 긴 독재는 끝이 났고 저그의 한 어린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상성상 우위에 있다고 알려진 테란들을 압도적으로 이겨내는 그의 모습은.
흔히 말하는 '본좌'라인에 들어가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렇게 테란뿐만 아니라, 가을의 영웅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마에스트로'앞에서는 힘을 못쓰며 쓰러져 갔습니다.
그러나 끝없이 '전장의 지휘자'에게 도전하는 한 프로토스가 있었으니, 그는 과거 프로토스 영웅에 이름을 올렸던 '강민' 선수.
혹자는 '성전'이라고 까지 부르며, 많은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사게 됩니다. 프로토스 뿐만 아니라 모든 게이머들이
'마재윤을 이겨라' 모드가 되고 맙니다.
'마재윤' 선수는 먼저 결승에 간 상태. '강민'선수는 다시 한번 성전을 치루기 위해, 모든 프로토스 팬들의 희망을 안고
풋풋한 신인 프로토스와 4강을 치루게 됩니다.
1경기. '방심했나?'
2경기. '설마?'
3경기. '설마가 설마가 될줄은!'
프로토스의 팬들은 '아, 강민이 올라가야 하는데...', 혹은 '뭐지, 저 신인은?' 이런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결승이 다가오고, 이 신인 프로토스는 왠지 모를 자신감으로 충만하였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공공의 적'이자 프로토스의 대재앙 '마재윤'.
여기저기 기사에서는 이 프로토스의 우승 확률은 '2.69%' 밖에 안되며, 100이면 99가 마재윤 선수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토스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본인(혹은 팀원)이였습니다.
이렇게 절대강자로 자리 잡았던 마재윤 선수를 상대로 3:0스코어로 '희대의 혁명'이 일어나 버렸으니.
이보다 더 프로토스 다운 전개가 어디 있겠습니까?
3.3 혁명, 혹은 '기적의 혁명가'라는 별칭과 함께 '김택용' 이라는 어린 선수는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프로토스라는 종족으로
마재윤이라는 '벽'을 넘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 때는 운이였나?' 라는 생각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각종 이벤트성 대회와 타대회에서도 아직 '본좌'로 칭송 받는 마에스트로에게 승리를 거둡니다.
또한 프로토스 최초로 MSL 2연속 우승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사실 아슬아슬하고 드라마틱한 프로토스들을 좋아한다고 자처하기는 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욕심을 부려,
프로토스의 팬으로써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과거 혹자는 '프로토스는 절대 본좌가 나올 수 없다.'라고 말하였고, 저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면서도
'프로토스의 영웅'들이 이 생각을 깨주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버릴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혁명가'를 필두로 많은 신,구세대 프로토스들이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렇기에 요즘 저는 여가 시간을 정말 즐겁게 '스타'와 함께 합니다.
어떤 것에 환호하고 열정을 쏟아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 반드시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 것이라도.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게임 양상과 스토리는 혼자서는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 스스로도 좀 줏대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으면...하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좀 더 애착이 가고, 사랑해왔던 프로토스 선수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주기를 갈망해 봅니다.
특히 '혁명가'는 팬으로써의 제 꿈에 제일 근접해 있기에. 프로토스 화이팅!
* p s: 허술하고 앞뒤도 안맞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써놓고보니 왠지 플토빠 광고글 같기도 하군요...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