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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10/21 12:01:31 |
Name |
ISUN |
Subject |
시대를 따라 변화된 테란의 역사. |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지만,
테란의 역사는 인간이라는 육체적으로 약한 종족이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때로는 종족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만들어 낸 피의 역사기에 이러한 역사는 현실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대입해 볼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1. 거대하고 포악한 동물들과 추위와 싸워왔던 인간의 피난기 - 암흑기
스타를 맨 처음 접해봤을 때가 중학교 때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오리지날이었고, 피씨방도 이제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는데요.
그 당시의 테란은 정말 암울, 그 자체였습니다.
베틀넷은 잘 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조금 한다는 녀석들은 대부분 저그였죠.
초반 미네랄 150의 스포닝폴의 압박과, 저그의 사기적인 가격대비 효율에, 메딕이 존재 하지 않았던 테란을 하며 눈물이 날 뿐이었습니다.
플토한테도 마찬가지였죠, 엄청난 질럿의 압박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플토의 유닛은 전부 사기유닛으로 보였고, 과연 이 게임이 벨런스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테란은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나마 장점은 저글링에 당하면 건물을 띄어서 도망친다 뿐인데,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면서 결국은 패배할 뿐이었습니다.
이 당시의 테란에 대한 추억은 대부분 좋지 못합니다. 거의 패했기 때문이죠.
이 즈음 발간됬던 신주영이 쓴 책에는 삼각벙커 라는 전략이 나왔었고, 이는 테란이 얼마나 수비적인 상황에서 상대 종족과 경기를 치렀는지를 볼 수 있는 한 예라고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2. 정착생활을 가능케 한 농업생활의 발달 - 심시티의 발견
스타를 접은 뒤 다시금 스타판(?)에 뛰어든 계기는 테란의 구세주 메딕양의 등장이었습니다.
이제 교전에서 저그에게 병력을 쉽게 잃지도 않았으며, 스팀팩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까지 발전했죠.
다시금 돌아온 스타판에는 테란은 놀라운 발전을 한 상태였습니다.
바로 신주영의 삼각벙커를 필두로, 드디어 심시티라는 개념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나무에 있는 과일을 먹고, 씨를 아무 데나 버리기를 몇 년을 했을까요.
그 씨가 자라 또 다른 나무를 만든다는 걸 인류가 발견하는 데는 많은 세월이 걸렸습니다.
테란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의 건물에 밀리 유닛인 저글링과 질럿이 빙글빙글 돈다는 것을 발견했고, 지금까지 사용되는 심시티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단순히 돌을 부딪쳐서 날카로운 창을 만들던 시기를 벗어나 돌과 돌을 갈아서 더욱 정교해진 창을 소유한 인류가 세상의 지배력을 넓혀갔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여 청동, 철기의 시대를 만들었던 것처럼
드디어 테란도 심시티를 발전시켜 입구막기라는 놀라운 업적을 얻게 됩니다.
비로소 테란>저그>플토>테란의 적절한 벨런스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3. 르네상스 시대 - 황제의 탄생
사족으로 시작하자면 발칙하게도 위의 세대에서 전 저그로 잠깐 외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나름 잘한다고 이름도 있었는데, 다른 학교의 플토 녀석에게 안드로를 다녀왔었거든요.
당시 가장 유명했던 이기석도 플토로 전향했던 테란의 시기에 그래도 사람이니깐 테란한다라는 신념을 무너뜨리고 말았던 첫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그 녀석 아이디가 제라툴이었습니다. 어떻게 당했는지는 상상에 맡기죠.
풀에 죽은 전 그다음에는 부장님을 만났습니다. (바로 그 부장님입니다. 당시 전주에서 날아다니셨던)
헌터에서 3시 본진에 갇혀 있고 올 멀티 관광. 게다기 탱크는 부르드링으로 잡아먹혔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왜 그렇게 억울하던지... 그래도 사람이니깐 테란한다라는 신념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잠깐의 외도를 접었던 이유는 이 시대에 테란 본좌라인의 시초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임요환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의 보충을 하자면 임요환 선수의 시기는 2번과 3번 사이에 물려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굳이 이렇게 나눈 이유는 임요환 선수를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드랍쉽의 재발견과 (그때 정말 느렸습니다.) 뛰어난 컨트롤은 당시에는 엄청난 화제가 됐었죠.
이때부터 무조건 어택땅이라는 제 스피릿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드랍쉽, 컨트롤, 전략으로 저그들은 테란에게 피떡이 됩니다.
전무후무한 온게임넷 스타리그 2연속 우승을 거두시며 그분은 테란의 한 줄기 빛이요, 전설이 되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그분의 전략을 따라했고, 컨트롤을 배우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을 했죠.
하지만, 이러한 르네상스는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테란에겐 악몽이 되어버린, 가을의 전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우리의 한 줄기 빛이 되었던 그분조차 가을의 전설에서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테란에게는 또 다른 위기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죠.
4. 1차 산업혁명의 발발 - 메카닉의 발견
그분도 결국은 넘지 못한 테란의 대플토전의 해법을 발견하기 위해서 테란은 플토전에서 컨트롤보다 물량의 확보에 노력을 기합니다.
테란은 입구막기로 통한 안정한 운영을 바탕으로 그리고 플토를 때려잡자라는 마인드로 시작하여 수많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그들의 피가 강물을 이루어 빨개진 언덕은 까마귀떼로 검붉은 상황을 연출한 플토로 인한 패배의 역사에서(너무 오바했습니다.) 스타의 신은 우리들의 울부짖음에 넌더리가 났는지 덜컥 천재를 탄생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적절한 입구를 막음으로써 시작된 안정된 운영으로, 그동안 플토전에서 마린의 숫자를 줄이고 빠르게 팩토리를 가려던 많은 테란유저들의 의지를 등에 업고, 드디어 2팩 이후 앞마당을 먹으면서 물량으로 플토를 압박하는 화려한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의 발달로 인류는 드디어 수작업(바이오닉)을 떠나서 기계를 도입(메카닉)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테란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플토를 이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저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겁니다.
앞마당만 먹었을 뿐인데, 어찌나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지, 그리고 컨트롤도 뛰어났죠.
저그전의 기본 마인드와 컨트롤 게다가 풀토전의 쏟아지는 물량을 갖춘 천재는 그렇게 그랜드슬램과 MSL 3연속 우승의 업적을 이룹니다.
저 또한, 이 시기에 2팩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또한, 다시금 어택땅 스피릿이 발동하였고, 조금 잘 못하는 플토(주로 제 동생;;)에게는 퉁퉁포로도 밀어버리기도 했었죠.
그야말로 입구 막고 팩토리 올리고, 앞마당 먹으면서 2팩 가는 게 참으로 무적의 전략 같았습니다.
저그전요? 저는 패스;;; 아무튼!
드디어 테란 천하가 시작된 것입니다.
5. 2차 산업혁명의 발발 - 테란의 전성기
에디슨의 전기발명으로 드디어 인류는 증기에서 전력으로의 뛰어난 효율성을 갖게 되었듯이
테란은 치터의 몰래 멀티를 시작으로 그대로 테란의 병력으로 환산됩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몰래 멀티, 그리고 반드시 이를 지켜낸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SCV를 바탕으로 치터는 MSL 3연속 우승을 바탕으로 온게임넷을 정복하여 이제는 베틀넷에는 테란유저가 득실거리는 테란의 찬란한 역사를 이룩합니다.
상성으로 밀리던 저그는 몇몇 열사를 제외하곤 테란의 지배하에 마음껏 소리치지 못했고, 플토들을 병력으로 찍어눌러 버리는 플토들은 신인들에게 테란해라라는 명언을 남기고 맙니다.
드디어 제가 가장 좋아하던 치터가 스타계에 등장합니다.
그분께서 친히 앞으로 놀라운 테란 신인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요환동 스타리그에서 항상 우승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그분만 보면 홍조를 띄운다는 최연성이 등장했습니다.
머랄까요... 최연성이 등장했을 때가 제가 대학생이 갓 되었을 때인데...
정말 화제였습니다.
경기도 열심히 봤고, 따라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죠. 리플레이도 많이 봤습니다.
시원시원하고 스타일도 너무나 맘에 들어서, 지금도 열심히 몰래 멀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SCV는 좀 허약한가 봅니다.... 후..
이제, 종족을 위해 모든 것을 이룩한 테란은 사리사욕을 위해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킵니다.
16명의 스타리그에 절반 이상을 테란이 차지하게 되었고, 이제 오만해진 테란들은 저그야 보약이고 플토야 찍어 누르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서로서로 물어뜯는 상황을 일으키고 맙니다.
6.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 방만한 테란
이제는 정보가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국가들의 군사력은 단순히 병력만이 전부가 아닌, 상대방을 파악하는 정보력이 주효해졌고, 인류는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를 그대로 따라온 테란은 인공위성을 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테란은 저그와 플토의 혁명적인 발전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했던 저그와 플토의 대테란전 해법은, 사실 몇 년 더 일찍 피어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꺼지기 직전의 테란의 황금기에 마지막 타오르던 최후의 빌드 발견으로 그나마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생각합니다.
차재욱의 FD테란
저는 감히 테란의 역사에 있어서 마지막 빌드를 FD테란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재욱이 이 빌드로, 더 나아가 테란이 이 빌드로 플토들을 소위 반 죽여 놓고, 저그는 여전히 보약이었던 이 시기에, 저도 그냥 그랬습니다. 여전히 저그전은 무난하게, 테란전은 10경기 중 9경기는 FD로 재미를 봤죠...
이 당시에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테란의 몰락을 생각했을까요?
인류의 역사를 따라갔어야 했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의 평화에 저를 비롯한 많은 테란유저들은 칠흑 같던 암흑기 때의 그 마음을 잊고 말았던 것이겠죠.
7. 인류의 위기 - 뮤짤과 디파일러, 캐리어와 아비터
발전에 발전만 거듭했던, 미래에 닥쳐올 커다란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파랗던 하늘은 매연으로 덮이고, 남극의 빙하는 녹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제는 인류에게 상처만 받은 자연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죠.
그나마 테란은 인류에게 닥친 위기보다는 그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는 해법을 찾았지만, 테란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란의 보약이었던, 저그는 일명 뮤짤로 머린과 터렛을 무시하기 시작했으며, 디파일러의 재발견은 테란을 악몽으로 몰아넣습니다.
'아니 저그에게 밀리다니' 너무나 먼 옛날의 이야기라 테란은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저그에게 밀리다니, 저그한테, 저그 따위에게'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플토의 아비터의 재발견과 캐리어 컨트롤의 발전으로 플토에게도 조금씩 자신감을 잃고 맙니다.
극과 극의 전략을 사용해야 하기에, 테란의 고충이 심각해집니다. 그분은 입대를 하고, 천재는 침묵했으며, 치터는 치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선구자가 나오지 않고, 그저 광전사만 영웅들이 사라진 황량한 벌판에서 피를 흘리고 있을 뿐입니다.
8. 이제는 우주로 - 새로운 황금기를 꿈꾸며...
요즘 베틀넷 들어가기가 겁납니다.
플토의 넥서스를 견제하기도 어렵고, 저그의 뮤탈견제 후 럴커 디파일러 러쉬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지구의 위기와 내재가치의 고갈로 인류는 새로운 꿈을 꾸며 우주에의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테란은 새로운 황금기를 꿈꾸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요?
뮤짤에 대한 페스트 이레딧, 아비터에 대한 EMP의 활용이 언급되었을 뿐, 과연 이것에 확실한 해법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아니 불안합니다.
이제는 저그 뿐만 아니라 플토에게도 초반부터 지속적인 견제와 흔들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 떠났을 때, 황제가 홀로 외로이 드랍쉽을 운전했고, 이러한 운전을 바탕으로 천재는 탱크를 몰았고, 치터는 버스를 몰았습니다. (응?)
지금은 그 모두가 사라지고 광전사만이 남아있는 외로운 벌판에서 테란은 이제 어떠한 꿈을 꾸고 나아가야 할까요.
지금까지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온 테란의 어린 전사들이 다시금 새로운 황금기를 이루기 위해, 고정된 틀을 깨고,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듯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P.S
현재 테란의 신인들, 그들 중에 창조성 있는 신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요.
많은 물량을 뿜어내는 신인들의 등장도 좋지만, 기계적이지 않고 창조적인 또 다른 천재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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