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혹은 권투
무술에 속하기도 하면서 스포츠에 속하기도 하는 운동
대중들에게 이미지는 무술보다는 스포츠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만큼 복싱은 스포츠화가 잘된 무술이라는걸 의미합니다
전세계 어디에나 그 사회와 잘되는 스포츠를 개인적으로 두가지라고 봅니다
축구, 복싱
두 스포츠는 전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이 하고 있고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됩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친화력이 좋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인간의 본능과 직관적으로 마주하는 스포츠이기도 할겁니다
무술판에는 이런 사람들이 전세계 어디에나 꼭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어떤 무술을 배워서 액션영화 속 주인공처럼 강해지고 싶다~!
그런사람에게 가장 오래된 무술이 있는데 해볼래? 이러면 관심을 보이면서 그 무술이 뭐냐고 물어봅니다
복싱이야 이러면 시무룩해지면서 관심을 꺼버립니다
근데 사실이거든요
고대 이집트부터 복싱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고 고대 그리스 올림픽 시절에도 복싱은 있었습니다
중국무술이 4천년 어쩌고 하지만 실제로는 명나라 때 척계광이 왜구들의 침략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중국무술이 등장했다는걸 감안하면 역사상으로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건 복싱입니다
복싱이 이 땅에 들어온건 다른 현대스포츠 종목들처럼 개화기, 일제강점기입니다
관련 기사 검색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한국 복싱의 역사는 광무대와 단성사의 소유주였던 박승필이 조직한 유각권투구락부에서 회원들에게 복싱을 익히도록 한 데에서 시작한다. 1912년 10월 7일 단성사에서 복싱과 유도, 씨름 등 3개 종목 경기가 열려 점수제에 의해 우열을 가리고 상품을 줬다. 이것이 한국 최초의 복싱 경기다.'
특이한건 해외선교사나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도입하고 소개했다는겁니다
이때부터 한국의 복싱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복싱은 ymca를 통해서만 배울수있는 환경이었기에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ymca의 연중행사로 시합하는 정도로 명맥이 유지되다가 1925년에 공식적인 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1929년에 최초의 협회가 생기게 됩니다
당시에 스포츠에 진심이었던 분들의 상당수가 식민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는 말이 복싱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복싱 선수로 활약한 사람들이 일본 선수와 대결하면 말그대로 죽기살기로 경기했다는 일화들이 있습니다
와세대학교 선수들이 한반도로 원정 교류 시합을 와서 전원 패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성과 덕분인지 황을수 아마추어 선수는 전 일본대회를 우승하고 올림픽 대표로 참가하기도 합니다
서정권이라는 프로 선수는 미국으로 해외원정을 가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도 인정했던 선수라고 하니 실력이 무척 대단했다는 짐작을 해봅니다
그 시절에 한국인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었던 스포츠 영웅이었지만 정작 이 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묘지조차 방치된 상태라고 하니까요
김득구, 최요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다들 아...시합 도중에 사망한 선수...라고 하실겁니다
이런 비극은 당시에도 있었으니 김정연(어떤데서는 김정윤이라고 표기) 라는 분은 일본에서 챔피언이 될 정도의 실력자였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선수와의 시합에서 9회 tko패를 당하면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한일 양국 통틀어서 복싱시합 도중에 사망한 첫 사례였다고 합니다
시대가 시대였으니 일본선수의 죽음으로 보도됩니다...
이렇게 프로에서 아마추어에서 한국인들이 활약했는데 이들도 역사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2차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하게 되면서 복싱은 적성국의 스포츠라는 이유로 금지당합니다
복싱 선수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가게 됩니다
관련기사에서는 항일투쟁을 한것으로만 나와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꼭 그렇게만 돌아가지 않지요
누군가는 항일투쟁을 했겠지만 누군가는 반강제적으로 군에 끌려갔을 것이고 누군가는 평범하게 살았을겁니다
그들도 링에서 내려오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다른 일반인들처럼 3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했을테니까요
그러다가 해방이 되면서 조선 아마추어 권투 연맹이 생겼고 1948년 런던 올림픽에 복싱 종목에 선수를 참가시키게 됩니다
곧 625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잠시 모든건 멈추게 되지만 그래도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복싱 종목에 선수를 참가시킵니다
복싱은 힘든 한국의 현실을 함께한 스포츠였습니다
이런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국뽕을 주는게 스포츠죠
아시안 게임에서 메달을 따오는 효자종목 중 하나가 복싱이었습니다
프로복싱에서는 김기수가 1966년 한국 최초의 세계챔피언이 됩니다
이때부터 복싱의 위상은 올라갑니다
모두가 배고프고 힘들지만 나라는 경제적으로 발전을 시작하던 시기
헝그리 복서로 성공할수있다
뭔가 한국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김기수 이후에 프로복서로 세계챔피언을 꿈꾸는 이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복싱 선수로 생계를 유지하고 챔피언이 되면 성공하는 세상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복싱의 인기는 올라갑니다
동아체육관이라고 들어보신적이 있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이 동아체육관이 한국 복싱의 중심지가 됩니다
아는 어르신은 젊었을때 여기에서 복싱을 배우려고 30분간 버스를 타고 가서 배웠다고 했고 이 체육관에 등록하려고 줄을 서야 했다고 했습니다
생활체육 개념의 아마추어와 프로를 꿈꾸는 이들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복싱의 인기는 복싱 중계로 이어져서 복싱 중계가 있으면 거리가 한산했습니다
또한 장충체육관은 복싱 경기하면 반드시 장충체육관에서 경기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길 정도로 복싱 경기의 중심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4전5기의 홍수환이나 박종팔, 유명우, 장정구, 염동균, 김철호, 백인철 이런 선수들이 7-80년대 한국 복싱의 인기에 견인했습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80년대라는 우스개소리처럼 한국 복싱은 그런 시대의 분위기 때문인지 인기가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호전적인 분위기에 복싱이라는 원초적이면서도 이성적인 격투 스포츠는 당시 한국 사회 분위기와 잘맞았다고 봅니다
김득구의 죽음을 사회가 강하게 기억하고 그에 대한 영화가 나올수있던 것은 그만큼 당시의 복싱 인기가 대단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복싱만화 '신의 아들'을 포함해서 복싱 만화들이 정말 다양하게 나왔고, 드라마에도 복싱 장면이 삽입되거나 복싱 선수를 꿈꾸는 인물이 나오는게 많았습니다
보물섬 같은 만화 잡지에 반드시 있는 스포츠는 3개였습니다
축구, 야구, 복싱
그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위상이 높았다는걸 알수있습니다
이렇듯 복싱은 해방 전후 한국인의 아픔을 함께한 복싱에서 한국인의 성공을 함께 나누고 같이 열정을 불태우는 복싱이 됩니다
그런 한국 복싱의 분위기가 돌변하기 시작합니다
90년대 사회의 분위기는 민주화가 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이 바뀝니다
경제적으로 사회가 여유가 생기면서 더 이상 헝그리 복서가 필요없어졌습니다
또한 더 이상은 프로복서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서 복싱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복싱 중계가 활발하게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복싱을 하려는 사람들도 선수로 먹고 살려는 사람은 거의 사라지고 생활체육으로, 다이어트 목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며 그런 분위기로 바뀝니다
한국 프로 복싱은 선수는 거의 사라지고 복싱협회는 그냥 일을 못하다 못해 한심한 수준이라서 시합을 제대로 열지 못합니다
안되는 상황에서 최요삼 선수가 경기 직후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지만 김득구 선수의 사망처럼 이슈가 되지는 못합니다
최용수 선수는 k-1 격투기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복싱계는 뭐...그렇습니다...
오히려 유투버들이 열심히 애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로 복싱은 망했어요~ 수준이지만 생활체육으로만 본다면 복싱은 오히려 예전보다 많이 보급되었고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복싱을 헝그리 복서처럼 배고프게 하는게 아니라 즐기려고 하는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사회 변화에 맞춰서 복싱도 그렇게 한국인과 교감하고 있다는거죠
복싱의 인기가 줄어들었냐고 한다면 줄어들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복싱은 특별합니다
어떤 나라에서나 어떤 민족에게나 이만큼 핵인싸인 스포츠는 없다고 할 정도로 말이죠
복싱은 한국에서 한국인, 한국사회와 희로애락을 같이했고 하고 있고, 한국사회의 변화와 함께했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복싱 강국들의 복싱 스타일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민족성이 반영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한국에서는 헝그리정신 같은거였을겁니다
이런 예전의 한국식 복싱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한국식 복싱이 나오길 바랍니다
예전에는 정신적인 복싱만 있었다고 한다면 기술적, 전술적으로 한국복싱하면 떠오르는 그런 스타일이 있는 복싱 말이죠
물론 그런게 꼭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복싱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있고 국가, 민족, 문화와 정서를 함께 공유하는 특별함이 있는 스포츠이며 무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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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파이트월드 1화를 보면 멕시코 복싱선수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히 싸우는 모습이던데요. 민족성이 반영된다는 님 말씀과 일맥상통하네요. 복싱의 매력은 죽음과 마주한 거리가 종합격투기를 포함한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 가깝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제된 야만성이라고나 할까요. 매력인 동시에 약점같아요.
스포츠를 잘해야 한다거나 세계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이제 다 필요 없다고 봅니다. 선수 개개인이 그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는거야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관심과 지원이라던가 그런 게 필요한 것도 아니죠. 복싱도 프로 복싱은 이제 다시 흥하기 힘들겠지만 생활 체육으로서 자리 잡았다면 충분한 게 아닐까요?
하면 정말 재미있죠. 작년 가을쯤 등록해서 시작했다가 손목이 다쳐서 쉬고 있는데, 하는 스포츠로써도 굉장히 재밌더군요
다시 등록하게 된다면 글러브 무게를 올리게 될 거 같습니다.
체중 때문에 힘껏 치면 무조건 손목을 다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데 조절할 수 없는 그 샌드백 풀 파워 타격 시의 쾌감이란 크크크크
스파링까지 굳이 안 해도 되니 체력도 올리고 하고 싶으신 분들은 생활체육으로 배우는 데 정말 좋은 거 같습니다.
10개월동안 주 3회씩 하고... 제가 과체중인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정신 못 차리고 술도 마시고 했거든요?
그래도 8kg 빠졌습니다 크크크크 관장님이 종 칠때 빼고는 쉬게 놔두질 않으셔요.
스파링은 비슷한 시기에 등록해서 친해진 분이랑 해서 나름 살살 하긴 하는데,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세요.
기억상 대부분의 경우 비용도 저렴한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