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벽 감독님의 신작이라는 말에 이끌려 그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들 중에 ‘새콤달콤’ 이라는 영화를 꺼내들었다.
야수와 미녀라는 희대의 명작을 낳으시고 럭키로 대박을 터트리신 그 감독님 이셨다.
더군다나 포스터에 보이는 여배우가 이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제목처럼 새콤달콤 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뒷맛은 쌉쌀하고도 떫은 맛이었다.
이건 주연 배우인 채수빈이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였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비유이지만 사람을 모니터에 빗대어 보면
일반적인 사람이 최대 밝기 100 / 최대 어두움 -100 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면
이 배우는 최대 밝기 80 / 최대 어두움 -200 을 표현할 수 있을것 같았다.
배역에 녹아 들어서 인지 밝은 얼굴 속에서도 슬픔이 묻어 나왔고 무표정이라도 지으면 한없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영화의 뒷 맛이 떫었던 또다른 이유는 다은(채수빈)이가 정규직이고 서든어택도 잘하는 혁이 오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집에 와 달라는 말에 자신에게 한 걸음에 달려와준, 그리고 앞으로도 달려와 줄 혁이 오빠였지만 그를 바라보는 다은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슬픔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다은과 혁이 오빠들과의 관계가 설명되는 공항 장면에서 다은은 과거의 혁이 오빠를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의도적으로 과거의 혁이 오빠를 바라보지 않는다.
십여초 정도 되는 그 장면에서 다은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그리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다은의 표정을 보며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꿩 대신 닭’
자신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언제든지 달려와줄, 전구도 갈아주는 그런 남자였지만 다은의 성에는 차지 않았나 보다.
제주 여행에 들떠서 템포 맞추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혁이 오빠. 뒤에 남겨진 다은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짐이 무겁다고 혁이 오빠를 불렀고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듯 아차차 하고 급히 돌아오지만 그녀의 가방 만을 챙기고 다시 앞만 보며 나아간다. 정작 챙김을 받고 싶은 다은은 남겨두고서.
머지않아 이 혁이 오빠도 ‘아. 시바. 내가 뭘 잘못했지? 어디서부터 잘못됐지? ‘ 하며 과거를 되짚어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과거 내 자신의 리플레이를 돌려 보았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됐지?
부끄럽고 멍청한 행동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황급히 기억의 문을 닫았다.
그래. 지나간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자.
크리스마스 제주도 여행권부터 결제하고 채수빈이 일 하는 병원 입원 절차를 알아봐야겠다.
손주 녀석이 딸이면 이름은 다은으로 지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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