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시황이 싼 똥, 복권으로 치운다
복권과 비슷한 유물이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 발견되기도 했지만, 기록상 가장 오래된 복권은 기원전 1세기경 중국의 한나라에서 등장합니다. 진나라가 멸망하고 세워진 한나라는 체제와 영토를 정비해야 하고, 진나라 때 벌여놓은 만리장성 공사 등으로 돈이 많이 필요했죠. 하지만 전쟁 직후의 국가 재정으로는 무리였어요. 그래서 재정을 확보할 방법 찾다가 고안해낸 것이 복권이었죠. 이 한나라 때의 복권을 키노라고 하는데요. 키노는 120개 글자 중에서 10개를 맞추면 되는 형식으로 오늘날의 로또와 비슷했어요. 오히려 45개 숫자 중에서 6개를 맞추는 로또보다 훨씬 낮은 당첨 확률을 가지고 있었죠. 이 키노는 한나라가 멸망하면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 키노는 19세기 미국 대륙 횡단 철도 건설을 하던 중국 이민자들에 의해 부활했어요. 키노의 120개의 한자는 80개의 숫자로 대체되었고, 지금도 미국 카지노에서 차이니즈 로터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2. 클라스가 다른 로마의 복권 경품유럽에서는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5대 황제 네로가 복권을 발행했죠.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첫 황제로서 수도를 건설하기 위해서, 네로는 대화재로 불탄 로마를 재건하기 위해서 발행했을 것으로 봅니다. 당시 아우구스투스의 복권은 음식 계산서 영수증을 추첨해 선물을 나눠주는 형태였고, 네로는 귀족과 부유층을 상대로 노예, 배 등의 경품을 걸었죠.
3. 복권으로 세운 아이비리그16세기 초 제노바 공화국에서는 90명의 후보자 중에서 5명의 의원을 뽑았는데요. 이 방식을 차용해 90개의 숫자 중에서 5개 숫자를 추첨하는 복권이 만들어졌어요. 이것이 로또(lotto)의 시초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렌체에서도 도시 정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복권이 등장했는데요. 이 복권은 당첨자에게 현금을 주어서 현대식 복권의 시작으로 보기도 합니다.
16세기 후반부터는 유럽 각국에서 복권 제도가 국가사업에 이용되었는데요. 독일에서는 쾰른 대성당을 재건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현재도 유지비의 상당 부분을 복권 수익에서 충당하고 있죠. 영국에서는 미국 식민지 개발에 사용되었는데요. 하버드, 예일, 콜롬비아, 프린스턴 등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복권 수익금으로 세워졌죠. 미국의 경우 프렌치 인디언 전쟁과 독립 전쟁에서 복권을 이용해 군수 자금을 마련했죠.
4. 복권으로 산 올림픽행 티켓런던 올림픽 복권 ⓒ문화재청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복권이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45년입니다. 일본 정부는 군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승찰이라는 복권을 발행했죠. 승찰은 10원짜리 복권으로 당첨금은 10만 원이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최초의 복권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도 전인 1947년에 시작됩니다. 세계 2차 대전 직후 1948년에 열린 런던 올림픽대회의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한 것인데요. 액면 금액 100원, 1등 상금 100만 원이었던 이 복권은 140만 장이 발행됐고, 당첨자는 모두 21명이었죠. 이 복권으로 마련된 경비로 축구, 농구, 육상, 역도, 복싱, 레슬링, 사이클 등 7개 종목 선수 50명과 임원 17명의 선수단이 런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죠.
제 1회 후생 복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948년은 대한민국 광복이 있던 해이기도 하지만 그해 7월에는 이례적인 수해 피해가 있던 해이기도 합니다. 수천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죠. 이재민 구호기금 마련을 위해 1949년 10월부터 1950년 6월까지 3차례 후생 복표가 발행됐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발행이 중단되었죠.
제 1회 애국복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 전쟁 뒤인 1956년에는 전쟁 복구에 들어가는 산업자금과 사회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애국복권을 발행했어요. 매달 1회씩 총 10회까지 운영된 이 복권은 100환짜리와 200환짜리로 발행됐죠. 그 후 국가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복권이 등장하는데요. 1962년 산업박람회복표, 68년 무역박람회복표 등이 발행되었죠.
5. 준비하시고... 쏘세요!1969년에 주택복권이 발행되기 시작되면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복권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주택복권은 무주택 군·경 유가족, 국가유공자, 파월 장병의 주택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었죠.
처음에는 서울에서만 발행되었지만 2회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인기가 늘어남에 따라 월 1회 추첨이 주 1회 추첨으로 바뀌었어요. 1등 당첨금도 1978년 천만 원, 1981년 삼천만 원, 1983년 1억 원, 2004년 5억 원으로 점차 증가했어요. 특히 1981년부터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면서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멘트와 다트 형식의 추첨 방식이 유명해졌죠.
하지만 찬란했던 영광은 2002년 12월에 등장한 로또로 인해 몰락하게 되죠. 2002년에는 1,851억 원에 달하던 연간 판매액이 2005년에는 318억으로 급감하고, 마침내 2006년 복권위원회에서 인쇄복권의 상품 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폐지되었어요.
6. 앞으로 절대 없을 전설의 레전드 407억
2002년 국내에 등장한 로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당첨금 이월 규정 때문이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초기에 연달아서 당첨금액이 이월되면서 19회차 로또의 1등 당첨금이 약 407억원이 되었죠. 이 전설의 19회차 로또의 당첨자는 지방 경찰서 경사로 혼자 당첨금을 거머쥐었죠.
이후 높은 당첨금으로 사행성 논란이 일면서 이월 당첨금을 2번으로 제한하고, 구매액도 2천원에서 천원으로 낮춰 다시는 수백억에 달하는 당첨금을 볼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최소 1등 당첨금인 2013년의 546회차는 4억593만 원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