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구회람실기는 이와쿠라 사절단의 서기 구메 구니타케가 쓴 미국-유럽여행기입니다.
그런데 해당 저서는 단순 여행기가 아니라 각국의 역사, 정치, 사회, 산업, 경제, 과학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종합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150년 전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서술방식은 21세기 사람 썼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무엇이 왜 어떻게 중요한지 묘사하는 부분은 대단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아울러 각 상품의 흐름이 어떻게 국제정세와 연동되서 바뀌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깊은 부분입니다.
당시 이와쿠라 사절단이 보았던 인도의 모습 중 인상적인 것 몇개 일부 발췌해서 공유합니다.
괄호 안의 소제목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임의로 붙인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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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뭄바이의 풍경)
봄베이시는 북위 18도 53분, 동경 72도 53분에 위치하며 인구는 약 81만명이다. 원래는 포르투갈 관할이었으나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 요새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영국의 손에 떨어졌다. 영국 사람들이 이곳을 봄베이 프레지던시라 불리는 봄베이 부(部)의 수도로 삼았으며 봄베이 부 전역을 통치하는 총독을 두었다. 봄베이 부 전체 넓이는 우리 일본과 비교할만하다. 인구는 1,400만명을 웃돌고 수도 봄베이는 인도에서 제일 번화하다. 이 지역은 한 해가 다르게 번성하고 있다. 이곳의 상인은 파르시(페르시아 출신 인도인)라고 불린다. 그들의 기질은 명민하며 대담한 경영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사업은 모두 규모가 거대하다. 외국인과 평화롭게 지내면서 생활을 향상시켜왔고 더불어 부를 축적해왔다. 여기에 속한 인구는 8백만명에 달한다. 기타 이곳에는 힌두스탄인, 인도 인종, 마호메트 즉 이슬람인이 살고 있다.
이 항구의 상업은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본국인 영국과 거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출품은 주로 천연 산물이다. 유럽의 산업에서 수요가 끊이지 않는 면화는 이 항구의 최대 수출품이다. 이곳의 수출용 면화 석적량은 미국 다음으로 많다. 면화는 원래 인도의 명산품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면화를 경작하면서부터 해마다 품질이 개선되었고 급기야 인도산 면화는 2등품으로 떨어졌다 1860년대 초반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의 면화가 영국으로 들어오지 않아 영국의 제조공장들은 손을 놓아야만 했다. 그러자 영국에서는 인도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인도 사람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인도산 면화는 품질이 조악하여 실을 뽑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인도산 면화는 순백의 광택과 비단 같은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미국산 면화의 경쟁상태가 되지 못했다.미국은 남북전쟁 무렵부터 면화 생산에 힘을 쏟아 생산량을 늘려나갔다. 영국은 방적 산업에 필요한 면화량의 3분의 2를 미국에서 수입했다. 그리하여 영국은 인도 지방의 풍요로운 땅으로 미국의 이민을 불러들여 면화의 배양과 번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궁극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면화를 수입하지 않을 작정이었던 것이다. 현재 인도는 조금이나마 세력을 만회하여 연간 18만톤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이곳에서 페르시아 루트를 따라 서쪽 내륙으로 이어지는 4개의 포대가 건설되고 있는데, 몇 개월 안에 준공될 예정이라 한다. 이것은 아마도 러시아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설비일 것이다. 러시아는 아시아로 땅을 넓히려 눈을 부릅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늘 지적하듯이 러시아는 특히 터키와 페르시아에 눈독을 들여왔다. 왜냐하면 이곳을 거쳐 곧바로 남쪽 바다로 나가는 것이 러시아의 숙원이기 때문이다. 터키와 페르시아는 모두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정파가 서로 달라서 사이가 좋지 못하다. 러시아는 그 틈을 엿보고 있고 영국은 그 계략을 본쇄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두 나라는 서로를 경계하면서 군사적으로 은밀하게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인은 기질이 거칠고 용감하다. 영국인이 이들을 가르친 지 여러 해, 지금은 씩씩한 군인이 1백만명에 달한다.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영국은 본국의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도 러시아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동서양의 항로는 거의 1만 해리이다. 일본에서 출발하면 요코하마에서 고베와 나가사키를 거쳐 상하이에 도착한다. 또는 남쪽 바다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홍콩으로 가서 중국 남부에서 생산되는 물산을 교역할 수도 있다. 홍콩보다 남쪽에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남양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물산을 교역할 수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자바와 오스트레일리아, 서쪽으로는 실론과 캘커타로 향하는 우편선이 출발한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물산을 교역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캘커타이며 캘커타에서 900마일의 철로를 달리면 봄베이에 도착한다. 수에즈를 거쳐 유럽을 잇는 우편선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하늘은 세계를 열대지방, 온대지방, 한대지방 셋으로 나누었고, 각각 그 토양에 알맞은 것을 생산한다. 각국이 지역을 달리하고 생계 수단을 달리하는 데에는 하늘의 뜻이 깃들어있다. 다시 말해 하늘은 무역의 이익을 인류에게 부여함으로써 서로 경쟁하고 서로 격려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 점에 깊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험 삼아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서양상품의 기원을 생각해보라. 캘커타,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루손(필리핀)에서 원재료를 구해 유럽에서 가공 생산한 것이 많을 것이다. 오늘날 일본 사람들은 여행 중인 서양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경쟁이라도 하듯 유럽으로 떠나며, 인도와 남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 그들은 모든 국민이 무역에 힘쓰고 공업기술을 발전시킬 경우 일본과 유럽의 중간지대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전혀 알지 못한다. 자단이나 흑단과 같은 목재는 시암(태국)과 수마트라에서 나오고, 상아와 등나무는 안남에서 나온다. 이처럼 이웃 여러 나라에는 천연자연이 풍부하다. 이제부터 싱가포르를 걸쳐 캘커타, 봄베이 등 서쪽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날 것이며, 그들은 이 지역의 지리와 물산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이 "미구회람실기"와 같은 책도 쏟아져 나올 것이며, 그때야 비로소 사람들은 일본의 부강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기에 캘커타와 봄베이 두 도시에 관해 간략하게 기록하고 아울러 최초로 이 작업에 착수할 사람을 기다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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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구회람실기 저자 본인이 인도와 동남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인도와 동남아에 대해서도 미구회람실기와 같은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압권입니다.
구메 구나타케가 했던 말은 오늘날 한국인에게도 큰 울림이 있습니다.
동남아에 대해서도 정말 groundbreaking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