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8/08 15:05:16
Name 글곰
Subject [일반]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
  여름감기가 왔다. 아마도 발단은 여름휴가가 아니었을까. 어머니 환갑에 맞춰 가족여행이 이루어졌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녀, 외손자로 이루어진 여덞 명의 대군단이 드넓은 동해바다를 거쳐 홋카이도로 내달렸다. 일본에서도 사상최악의 폭염이라고 TV마다 난리였지만 홋카이도는 그 더위에서 반 발짝 가량 비켜 서 있었다. 3박 4일의 여정 동안 최고기온은 30도였고 구름이 자욱하게 낀 마지막 날 오후 2시에 신치토세 공항의 기온은 18도에 불과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서울에서 느꼈고, 당연한 듯 에어컨을 켠 채로 잠들었고, 다음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기분과 목이 맛이 간 느낌을 받으며 간신히 눈을 떴다.

  일요일 내내 감기에 시달렸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반쯤 맛이 간 상태로 헤롱거리다 점심시간에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열이 꽤 높다면서 근엄한 태도로 약을 처방해 주었다. 나는 응급실 한쪽 커튼을 두른 곳에서 양손을 침대에 짚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사 두 방을 맞았다. 약빨이 잘 들었는지 오후에는 그럭저럭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휴가기간 동안 미뤄두었던 일을 처리할 기운도 생겼다. 월요일 오후부터 화요일에 이르기까지 나는 열심히 일을 했다.

  수요일이 되자 몸상태는 다시 극적으로 나빠졌다. 그리고 나는 쿨룩거리며, 고통스러워하면서, 그 이야기를 이곳 피지알에다 쓰고 있다. 이 정도면 중증 환자다. 내가 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는 여름감기가 아니라 피지알 중독증을 치료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오 분에 한 번씩 접속하면서 그 때마다 모든 게시판을 둘러보고 새로운 글을 체크하고, 심지어 전혀 관심 없는 프로듀스48글과 페이커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롤 경기 글까지 몽땅 읽어보고 있는 이 심각한 중독 증세를 치료하는 게 기껏 감기 따위보다 훨씬 더 시급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가는 병원에 정신과는 없고, 그래서 나는 얌전히 내과로 가 감기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다시 주사바늘 앞에서 치욕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욱신거리는 주삿바늘자국을 문지르며 병원을 걸어나와 생각할 것이다. 좋아. 이걸로 피지알에 글 쓸 꺼리가 하나 더 생겼어, 라고.

  오늘의 교훈 :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자면 지독한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합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데낄라선라이즈
18/08/08 15:09
수정 아이콘
동지여~
18/08/09 08:21
수정 아이콘
감기동지는 별로 안 좋은 거 같습니다...ㅜㅜ
마스터충달
18/08/08 15:09
수정 아이콘
취침예약의 일상화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18/08/09 08:22
수정 아이콘
결혼하면서 산 거라 그런 최첨단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jjohny=쿠마
18/08/08 15:14
수정 아이콘
저도 집에는 에어컨이 없는데
최근에 가정사가 있어서 계속 장모님댁에서 지내며 에어컨 쐬며 잤더니 감기 득템했습니다...
18/08/09 08:22
수정 아이콘
장모님이 사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원한 냉기를 듬뿍 주셨네요!
18/08/08 15:15
수정 아이콘
이 정도면 중증환자다...

이 부분에서 뼈맞은 느낌 드시는분 조용히 뒤로가기..
비싼치킨
18/08/08 15:19
수정 아이콘
넹...
Thursday
18/08/08 15:49
수정 아이콘
덜덜
18/08/08 15:23
수정 아이콘
목소리가 안 나올정도로 심하게 걸려서 골골대는 중입니다. ㅠㅠ
18/08/08 15:26
수정 아이콘
저도 냉방병 걸린거같은데.. 어제 회사도 못나가고 집에서 골골대고있습니다 ㅠㅠ 머리가 지끈지끈
18/08/09 08:23
수정 아이콘
머리가 아픈 게 참 죽겠네요. 약빨 받을 때가 아니면 생각이 돌아가질 않습니다.
네오크로우
18/08/08 16:01
수정 아이콘
개가 아니니 걸리시는 겁니다~~
날씨 때문에 에어컨 올나이트 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저희 가게 오시는 분들도 감기 많이 걸리셨더라고요.
어여 쾌차하시길
쭌쭌아빠
18/08/08 16:02
수정 아이콘
저희 와잎이 당했습죠 크크
꼬마산적
18/08/08 16:21
수정 아이콘
전 여름에만 감기 걸려요 쩝
18/08/09 08:23
수정 아이콘
전 춘하추동 돌아가면서 걸리는 것 같습니다. 쩝..
구경만1년
18/08/08 16:21
수정 아이콘
저도 페이커 말고는 1도 모르는 롤게시글을 pgr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봅니다. 동지여 ㅠㅠ
현직백수
18/08/08 16:23
수정 아이콘
다행히 옆집개가 감기걸렸다니 안심하시고 앓으세요!
18/08/09 08:23
수정 아이콘
멍멍?
순둥이
18/08/08 16:29
수정 아이콘
거의 매년 걸리는데 ...
사실은나네가좋아
18/08/08 17:02
수정 아이콘
저도 감기로 골골.. ㅠㅠ
그런데도 에어콘을 끌 용기가 안납니다.
By Your Side
18/08/08 17:22
수정 아이콘
저도 프듀48 안 보는데 글 거의 다 눈팅해요. 크크크 나름의 픽도 있는데 본방이나 투표는 관심 없어서..
18/08/09 08:24
수정 아이콘
사쿠라가 찐따미가 있다는 건 압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일반인 코스프레해도 괜찮겠지요?
세츠나
18/08/08 17:39
수정 아이콘
준영아 글만 봐도 재밌다...방송은 아직 안봄 크크크
파핀폐인
18/08/08 18:21
수정 아이콘
저도 지난주 내내 기침감기 걸려서 ..ㅠ
티모대위
18/08/08 18:56
수정 아이콘
어떤 병이든 걸리기만 하면 피지알 중독증이 합병증으로 옵니다.
누워서 골골대고 있노라면 피지알이 그렇게 꿀잼이에요
18/08/09 08:24
수정 아이콘
원래 평소에도 꾸르잼...(속닥속닥)
겉바속촉
18/08/08 20:38
수정 아이콘
겨울에는 안걸리는데 매년 여름에 감기+장염 걸립니다..
스윗앤솔티
18/08/10 13:39
수정 아이콘
어제 야구장 갔다가 오니 감기걸렸어요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076 [일반] 나는 일 하고 싶다 [24] 아마데7272 18/08/31 7272 22
78075 [일반] 어느 식품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란 [132] 15805 18/08/31 15805 3
78074 [일반] [팝송] 혼네 새 앨범 "Love Me / Love Me Not" [7] 김치찌개4322 18/08/31 4322 0
78073 [일반] 판타지 장르소설의 오류 - 일본도와 접쇠 - [75] wlsak8940 18/08/31 8940 12
78072 [일반] 가벼운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이야기 [15] The xian12263 18/08/31 12263 8
78071 [일반] 7천만원 고소득자 전세자금 대출제한이 취소되었습니다. [77] Leeka12901 18/08/30 12901 1
78070 [일반]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과연 적합한 인선일까요? [34] 펠릭스-30세 무직11084 18/08/30 11084 19
78069 [일반] 2년만에 이사했습니다. [14] style7204 18/08/30 7204 6
78068 [일반]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9] 마지막좀비9383 18/08/30 9383 2
78067 [일반] 피해구제 길 열렸다…양승태 대법원 과거사 판결 '위헌' [21] 분수7650 18/08/30 7650 9
78066 [일반] [나눔]미야와키 사쿠라 굿즈 +@ 나눔합니다.(마감) [53] 軽巡神通6850 18/08/30 6850 0
78064 [일반] 청와대 5개 부처 개각 발표 (+1-2주뒤 1개부처 추가 개각) [136] 사파라13529 18/08/30 13529 1
78063 [일반] 이제는 일하기 싫습니다. [34] 켈로그김10010 18/08/30 10010 12
78062 [일반] 나도 일 하기 싫다 [71] 글곰10124 18/08/30 10124 7
78061 [일반] 일 하기 싫다 [28] 누구겠소8901 18/08/30 8901 6
78060 [일반] 대기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지표들 [36] 예루리8405 18/08/30 8405 1
78059 [일반] 좋은 걸 많이 만들면 안되는건가? [114] moqq10348 18/08/30 10348 4
78058 [일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의지력과 그럴수 없는 의지력. [14] Lighthouse5184 18/08/30 5184 4
78056 [일반] "최저임금 부담" 해고된 50대 여성 자살 기사 한국경제신문측 해명 [58] 말다했죠10988 18/08/30 10988 7
78054 [일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 [120] Danial14251 18/08/30 14251 33
78053 [일반] 집이 얼마나 부족할까 [52] LunaseA14282 18/08/30 14282 16
78052 [일반] 만년필 입문 가이드 - 잉크 [26] 담배상품권39091 18/08/29 39091 6
78049 [일반]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좋을수가 있는건가요? [160] 능숙한문제해결사12684 18/08/29 12684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